움직이는 세계|아르헨티나는 어디로 가는가
아르헨티나 추락의 원인… 변화에 대응 못하는 정부, 정치적 야욕이 만든 통화정책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20세기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축산 자원에 기반한 육류 수출로 부를 쌓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었다. 1947년 당시 아르헨티나의 문맹자율은 인구의 13%였는데 이는 브라질이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도달한 수치였다. 유럽 대륙에서 이주한, 주로 이탈리아와 독일 계통인 이민자들이 먼저 남미 대륙에 정착한 스페인계 후손들과 더불어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교육수준과 탄탄한 소비시장을 갖춘 나라를 이루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구대륙의 영향은 일부 부정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었다. 다른 남미 국가들과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고 유럽의 노동법 시스템과 사회복지 구조를 베껴오다시피 했다. 강한 카리스마를 휘둘렀던 정치가 페론 대통령은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의 대중영합적인 노동법 체제와 노조 시스템을 들여왔다. 그 결과 국가경제는 생산하는 것보다 많은 지출을 부담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이룩하지도 못했다.
20세기 후반기 들어서 수십년간 계속돼온 경제적인 어려움과 수차례의 정치적 위기는 독일 군사주의식 전통을 가진 정부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조했다. 1943년에서 1976년 사이에 5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겪었고 3만명의 반체제 운동가들의 사망이라는 비극을 남겼다. 최근 사임한 페르난도 델라루아를 비롯해서, 2차대전 이래로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없었다.
부의 집중이 남미를 위협한다 30년대 이후로 육류 수출의 시장성은 떨어지고 이를 대체할 국내산업은 성장하지 못했으며 올라갈 대로 올라간 소비수준을 축산업을 근간으로 한 1차 산업에 의지해 지탱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악화되어가는 경제구조를 쇄신하고 개선해나갈 튼튼하고 뒷심있는 정부체계를 이룩하지 못했다. 최근 10여년간에 이르러서는 도밍고 카바조를 비롯해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들이 나라 살림을 맡았다. 이들은 워싱턴식의 경제관에 입각한 정책을 밀고 나갔으며 정치가적 야심이 강한 도밍고 카바조 재무장관은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무리한 환율정책과 긴축정책을 강행했다. 아르헨티나의 통화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눈감은 정치적 야욕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한 결과이다. 강력한 화폐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에 집착한 나머지 굳건한 통화정책을 밀고 나갈 능력도 없고 엄격한 조세정책을 수립할 여건도 안 된다는 현실 상황은 안중에 없었다. 페소화와 미국 달러의 환율을 일대일로 묶어놓은 고정 환율제를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어려워지고 수입만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실업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부 집권 이래로 경제위기가 만성화되어 나아질 줄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자 국내의 자본은 꾸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총생산의 60%에 해당하는 저축이 해외 은행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자기나라 경제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국제금융 정책 담당자들은 아르헨티나의 해외 채무 상환 능력 여부는 바로 국외의 은행에 돈을 넣어둔 아르헨티나인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제 더이상의 금융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포기 선언을 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페루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의 장래가 우려된다. 브라질에서도 건실한 국가경제와 정치체계의 수립을 위협하고 있는, 고질적인 분배의 문제, 부의 집중 현상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브라질 현실에 뿌리박힌 이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더 많은 노력과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배워야할 모범이 되고 있다고 본다.
파울로 요코타는 브라질의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브라질중앙은행 이사, 국립토지개혁위원회(INCRA) 회장 등을 역임했다.
파울로 요코타/ 상파울루대학 경제학 교수
번역·정리 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사진/ 시위대의 한 청년. 남미에서 고질적인 분배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GAMMA)
부의 집중이 남미를 위협한다 30년대 이후로 육류 수출의 시장성은 떨어지고 이를 대체할 국내산업은 성장하지 못했으며 올라갈 대로 올라간 소비수준을 축산업을 근간으로 한 1차 산업에 의지해 지탱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악화되어가는 경제구조를 쇄신하고 개선해나갈 튼튼하고 뒷심있는 정부체계를 이룩하지 못했다. 최근 10여년간에 이르러서는 도밍고 카바조를 비롯해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들이 나라 살림을 맡았다. 이들은 워싱턴식의 경제관에 입각한 정책을 밀고 나갔으며 정치가적 야심이 강한 도밍고 카바조 재무장관은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무리한 환율정책과 긴축정책을 강행했다. 아르헨티나의 통화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눈감은 정치적 야욕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한 결과이다. 강력한 화폐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에 집착한 나머지 굳건한 통화정책을 밀고 나갈 능력도 없고 엄격한 조세정책을 수립할 여건도 안 된다는 현실 상황은 안중에 없었다. 페소화와 미국 달러의 환율을 일대일로 묶어놓은 고정 환율제를 고집했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어려워지고 수입만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실업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부 집권 이래로 경제위기가 만성화되어 나아질 줄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자 국내의 자본은 꾸준히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총생산의 60%에 해당하는 저축이 해외 은행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자기나라 경제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국제금융 정책 담당자들은 아르헨티나의 해외 채무 상환 능력 여부는 바로 국외의 은행에 돈을 넣어둔 아르헨티나인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제 더이상의 금융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포기 선언을 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페루와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의 장래가 우려된다. 브라질에서도 건실한 국가경제와 정치체계의 수립을 위협하고 있는, 고질적인 분배의 문제, 부의 집중 현상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브라질 현실에 뿌리박힌 이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의 더 많은 노력과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배워야할 모범이 되고 있다고 본다.

번역·정리 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