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네트워크|파키스탄-인도 지식인의 편지교환
파키스탄이 인도에게-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그날 평화는 온다
존경하는 사티아에게,
이렇게 자네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인도시민들에 대한 나의 신뢰심을 전하고자 하는 뜻인데, 먼저 내 확신부터 말하자면 우리 파키스탄의 모든 시민들은 인도시민들처럼 아무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점일세.
최근 울두어(파키스탄 공용어) 최대 일간지인 <장>의 조사보고서가 밝힌 대로 80%가 넘는 파키스탄 시민들이 결코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듯이. 그 조사에서 오직 7%의 응답자들만이 만약 미국의 이권이 개입된 경우라면 인도와 전쟁을 해도 좋다는 식으로 대답을 한 모양인데, 소수의 극단주의자는 어느 사회에나 볼 수 있다고 여긴다면 파키스탄의 일반 시민들은 모두 평화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다네.
의사당 테러, 위험한 극약 말할 것도 없이 지난해 12월13일의 델리 의사당 공격은 양보의 여지가 없는 매우 도발적인 사건이었고, 따라서 인도시민들과 정부의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네. 인도 언론들이 즉각 인도의 심장부를 공격했다고 표현했듯이 또는 의심의 여지없는 세계 최대의 인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표현했듯이 말일세. 나는 그 테러를 보면서, 테러를 지원한 이들이 인도 정부의 허술한 보안을 노출시킬 수는 있었을지언정 결코 자신들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일은 실패하고 말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네. 대신 그 공격은 아슬아슬한 파키스탄-인도의 관계 속에서, 1947년 영국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파키스탄이 독립한 뒤 4번째 전면전을 추동하는 위험한 극약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더군. 파키스탄 정부도 인도 의사당 공격에 대해 즉각 비난했고 무샤라프 대통령도 국제사회가 합창했던 것 이상으로 반테러 입장을 명확히 밝히더군. 무샤라프는 카트만두에서 벌어졌던 남아시아회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인도의 바지파이 총리에게 다가가서 따뜻하게 악수를 청하더구나. 그것도 두번씩이나. 인도 언론과 정부 당국자들이 이걸 무샤라프의 ‘공보활동’ 연습이라고 표현하는 가운데, 그래도 바지파이는 파키스탄 군인정치가에 대한 냉대 대신 의제에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정치인답게 행동하더군. 어쨌든 이번 사건을 통해, 인도 언론들은 의사당 공격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빌려 보복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던 것이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오래도록 공격해왔던 것처럼 인도도 공군을 동원해서 파키스탄의 카슈미르쪽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장을 공습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걸 보았다네. 그러나 언론들의 주장은 자네도 알다시피 이 지역에서는 매우 위험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나는 한동안 정신이 다 멍멍해졌다네. 카슈미르에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건 동시에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과 인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데다, 그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두 나라가 이미 핵무장국가라는 새로운 차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었지.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대륙을 염두에 둔다면 말일세. 우리 양쪽 시민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핵무기 사용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이건 결국 인류의 재앙이고 또 국제사회의 염원인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가난한 두 나라가 그나마 이루어온 발전을 완전히 파멸시킨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 파키스탄쪽은 그동안 인도가 차지하고 있는 자무(자말푸르??)와 카슈미르를 지난한 분쟁의 핵심으로 여겨왔다네. 대부분의 인도 정치가들과 지식인들은 인도가 카슈미르를 파키스탄에 양보하지 못하는 까닭이, 만약 그렇게 한다면 ‘2국이론’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생기고 이게 인도국민들의 개념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해왔지. 카슈미르에서 국민투표를 한다면…
다시 말해, 힌두가 지배하는 인도의 자무와 카슈미르- 두주 모두 무슬림이 주축인 사회- 에 이슬람 파키스탄이 들어와서 지배하는 이른바 한 지역 2국가체제가 되고 만다는 뜻인데, 이걸 맞받아 파키스탄쪽에서는 인도 정부가 인정했던 1948년의 유엔결의안인 ‘자무와 카슈미르의 자결권 인정’을 내걸고 서로 힘을 겨루어왔지. 그러나 사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카슈미르를 요구하며 싸우는 동안 가장 중요한 카슈미르인들의 희망이 짓밟히고 말았다는 점 아니겠는가? 정직하게 보자면, 파키스탄과 인도 모두 이 사안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 유엔의 뜻대로 국민투표를 치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탓이겠지.
몇해 전 인도의 영자주간지 <아웃룩>이 실시했던 조사내용을 자네도 아직 기억하고 있겠지? 당시 72%가 넘는 카슈미르 주민들이 파키스탄으로도 인도로도 통합을 바라지 않는 완전한 자무·카슈미르 독립국을 염원하고 있다던 사실 말일세. 자네에게 카슈미르를 강조하는 건, 자네도 알다시피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뿌리가 그곳에 있는 때문이라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카슈미르인들이 무장항쟁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고, 다만 인도 정부의 압제 속에서 자결을 외치던 것이 늘 무력으로 제압당하면서 결국 오늘의 카슈미르 비극이 되고 말았지 않았는가.
초기 무장투쟁을 주도했던 ‘자무-카슈미르해방전선’만 해도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를 거부했던 이른바 토착세력들이었는데, 점차 외국인, 주로 파키스탄인과 아랍인들이 개입하면서 ‘성전’형태로 변해 결국 파키스탄이 무장항쟁세력들의 군사거점이 되고 말았지. 그들이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라슈카리토이바’나 ‘자이쉬모함메드’, ‘알바드르 무자히딘’, ‘하르카툴 무자히딘’ 같은 조직들이라네. 그 조직들은 극단적인 이슬람논리 외에도 무장투쟁을 살포하며 시민들을 공격해왔지. 말하자면 자결을 내건 민족주의 운동이 점차 이슬람을 내건 성전으로 변하면서 인도는 국경을 넘나드는 무장단체들을 파키스탄이 지원한다고 비난하며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고 만 셈이지.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군부정치가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압력에다 국내적으로도 이슬람근본주의나 분파주의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사회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네. 과격무장그룹들을 구속시키고, 신병모집을 금지시키고, 돈줄을 차단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지만, 결국 파키스탄 당국자들마저 그 강력한 이슬람 무장세력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파키스탄도 ‘무장투쟁 근절’ 노력해야
그동안 파키스탄이 그 무장세력들에 70만명의 인도군이 주둔하고 있는 카슈미르에서 전투를 계속하면서 카슈미르 사안이 잠들지 않도록 요청해왔다는 건 이미 알려진 비밀인데, 이러다 보니 아직도 많은 파키스탄의 젊은이들이 이게 진짜 성전이라 믿으며 자신의 삶을 희생시키고 있다네. 그러나 대부분의 개화된 이슬람학자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무장단체들에 성전을 촉구하는 일은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정치적 놀음일 뿐이라는 걸 강조해왔다네.
현재 인도와 파키스탄군이 핵무장을 완료한 이 지역에서 다시 파괴적인 전쟁상태에 돌입해 있는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종료시킬 지혜를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네. 인도, 이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랑하는 인도 정부는 한시바삐 카슈미르 시민들이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파키스탄 정부는 자신들의 영토를 발판으로 삼은 모든 종류의 무장투쟁을 근원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인도에 대한 테러공격과 같은 사태를 종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드네.
우리, 파키스탄과 인도시민들이 양쪽의 정부를 서로 압박해서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 않겠는가? 비록 막연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지만, 여기서 자네와 나부터라도 이 일을 시작해야 할 듯싶네. 우리 후배 세대들에게는 이런 유의 폭력적인 문화와 과도한 군비지출 같은 반문명적인 행위들을 물려줄 수 없지 않겠는가. 자네의 인도나 나의 파키스탄이나 모두, 전쟁 대신 가난을 극복하고 노예상태에 빠져 있는 시민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네.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 조심하게나.
페샤와르에서 라히물라 유수프자이 올림.

사진/ 네팔의 남아시아회의에서 만난 바지파이(왼쪽) 인도 총리와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따뜻한 악수가 오고가긴 했지만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다.(AFP 연합)
의사당 테러, 위험한 극약 말할 것도 없이 지난해 12월13일의 델리 의사당 공격은 양보의 여지가 없는 매우 도발적인 사건이었고, 따라서 인도시민들과 정부의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었다네. 인도 언론들이 즉각 인도의 심장부를 공격했다고 표현했듯이 또는 의심의 여지없는 세계 최대의 인도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표현했듯이 말일세. 나는 그 테러를 보면서, 테러를 지원한 이들이 인도 정부의 허술한 보안을 노출시킬 수는 있었을지언정 결코 자신들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일은 실패하고 말았다는 결론을 내렸다네. 대신 그 공격은 아슬아슬한 파키스탄-인도의 관계 속에서, 1947년 영국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파키스탄이 독립한 뒤 4번째 전면전을 추동하는 위험한 극약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더군. 파키스탄 정부도 인도 의사당 공격에 대해 즉각 비난했고 무샤라프 대통령도 국제사회가 합창했던 것 이상으로 반테러 입장을 명확히 밝히더군. 무샤라프는 카트만두에서 벌어졌던 남아시아회의 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인도의 바지파이 총리에게 다가가서 따뜻하게 악수를 청하더구나. 그것도 두번씩이나. 인도 언론과 정부 당국자들이 이걸 무샤라프의 ‘공보활동’ 연습이라고 표현하는 가운데, 그래도 바지파이는 파키스탄 군인정치가에 대한 냉대 대신 의제에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정치인답게 행동하더군. 어쨌든 이번 사건을 통해, 인도 언론들은 의사당 공격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빌려 보복을 주장하면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던 것이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오래도록 공격해왔던 것처럼 인도도 공군을 동원해서 파키스탄의 카슈미르쪽 테러리스트들의 훈련장을 공습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걸 보았다네. 그러나 언론들의 주장은 자네도 알다시피 이 지역에서는 매우 위험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나는 한동안 정신이 다 멍멍해졌다네. 카슈미르에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건 동시에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과 인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데다, 그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두 나라가 이미 핵무장국가라는 새로운 차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었지.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대륙을 염두에 둔다면 말일세. 우리 양쪽 시민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핵무기 사용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이건 결국 인류의 재앙이고 또 국제사회의 염원인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가난한 두 나라가 그나마 이루어온 발전을 완전히 파멸시킨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우리 파키스탄쪽은 그동안 인도가 차지하고 있는 자무(자말푸르??)와 카슈미르를 지난한 분쟁의 핵심으로 여겨왔다네. 대부분의 인도 정치가들과 지식인들은 인도가 카슈미르를 파키스탄에 양보하지 못하는 까닭이, 만약 그렇게 한다면 ‘2국이론’을 받아들이는 결과가 생기고 이게 인도국민들의 개념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해왔지. 카슈미르에서 국민투표를 한다면…

사진/ 팔레스타인 꼴 날라? 카라치에서 인도기를 찢으며 시위하는 무슬림들. 인도의 보복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AFP 연합)

사진/ 카슈미르 국경지대에 배치된 파키스탄 병사들.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카슈미르 시민들은 인도도 파키스탄도 아닌 제3의 독립국가를 원하고 있다.(AFP 연합)
![]() 파키스탄의 최대 영자일간지 <뉴스> 편집이사이며 동시에 <BBC> <ABC> <타임>을 비롯한 국제언론매체들에 고정적인 칼럼을 제공해온 칼럼니스트.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지역안보 문제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내외적인 영향력을 지닌 파키스탄 최고의 논객 가운데 한명이다. 저서엔 <아프가니스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등 다수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