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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리의 비명이 즐겁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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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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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어린이 착취 반대 세계회의…인터넷을 통한 어린이 매춘의 확산에 경종을 울리다

사진/ 어린이의 권리보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이들 중엔 실제로 피해를 당한 이들도 있다.(신명직)
국제회의로는 드물게 어린이들이 참석한 퍼시픽요코하마 국제회의장 211호실, ‘어린이와 젊은이들에 의한 라운드 테이블’이 열리고 있었다. 젊은 사회자, 교복을 차려입은 일본 중학생, 민족의상을 차려입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혹은 동유럽쪽 어린이와 청년들이 진지하면서도 자유롭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 혹은 자기 동료들의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지난해 12월17일부터 20일까지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2회 어린이의 상업적·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세계회의’ 첫날의 풍경이다. 이번 회의에는 어린이 시절 실제 고통을 받았던 이들도 참석했다. 아동의 권리보호와 확대를 위해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중인 캐나다인 테리 킹슬레(31)는 그 자신이 성적 착취를 당한 경우이다. 10살 때 가족에게 강간당한 뒤 수양딸로 전전하다, 15살부터 22살까지 매춘을 강요받았던 그의 호소는 의외로 간결하다. “범죄자로서 벌할 것이 아니라, 지역과 가족이 따뜻하게 맞아들여 교육과 직업훈련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

‘원더랜드 그룹’을 아십니까


또다른 분과회의에서는 휴대폰으로 간단히 접속할 수 있는 일본의 밀회사이트들도 소개되었다. 일본 경시청의 ‘유해 콘텐츠 연구회’가 정리한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한해 1∼6월 사이에 밀회사이트를 통한 ‘어린이 매춘’으로 검거된 수는 총 133건(2000년에는 40건)으로, 전체 검거 수의 20%(2000년에는 4%)까지 급증한 상태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어린이들에 대한 상업적·성적 착취가 인터넷을 통해 급증하는 문제였다.

이번 세계회의에서는 6가지 테마가 발표되었는데, 그중 하나인 존 칼의 발표문에 소개된 이른바 ‘원더랜드 그룹’ 사건은 인터넷에 의한 어린이 성착취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잘 말해준다. 사건의 발단은 1996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10살짜리 소녀가 친구 집에 갔다가, 그 집 아버지에 의해서 카메라가 붙어 있는 컴퓨터 앞에서 리얼타임으로 성적 학대를 당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그 영상이 다시 판매된 데서 비롯되었다. 비슷한 다른 사건으로 검거된 그 사람은 현재 100년형을 받고 수감중인데, 문제는 그의 컴퓨터에서 새롭게 발견된 영국 주재 3명의 남자였다. 마침내, 세계 각국에서 모두 18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으며, 회장, 서기, 경영위원회, 신규회원의 심사수속 등을 갖춘 매머드급 아동 성적 학대 조직인 ‘원더랜드 그룹’을 발견해낸 것이다. 회원들 대다수는 고등교육을 받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대다수가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업계 관계자들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규회원이 이 클럽에 입회하기 위해선, 새로운 어린이 성적 학대 영상을 1만장 이상 제조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인터폴은 46개 대상국가 가운데 15개 국가의 치안 책임자와 함께 회의를 거쳐 1998년 9월 일제히 체포작전에 돌입했다. 현재 체포된 107명 중 5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22명이 재판 대기중이며 8명이 자살한 상태이다.

모스크바의 기차역과 탄자니아의 고속도로에서, 마닐라 혹은 방콕의 거리에서, 그리고 도쿄나 파리의 웹사이트에서 어린이들은 수십억달러의 섹스산업의 부속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연간 100만명에 달하는 동남아 어린이들이 섹스산업으로 내몰리고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3천만명에 달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성적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캐롤 벨라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총재의 보고 내용이다.

“경찰력에 의한 규제와 통제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열의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요?” 회의장에서 만난 유니세프 홍보담당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추진하게 된 것이 전세계 어린이들의 삶을 변화시키자는 취지의 ‘어린이를 위한 세계운동’. 네거티브운동만이 아닌, 포지티브운동의 중요성을 함께 발견해낸 것이다. 인터넷대국으로까지 부상한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요코하마=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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