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진정한 승자는 바로 나다!”

324
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크게 작게

인터뷰/ 페루 포시블레당 대통령 후보 알레한드로 톨레도

불법적으로 당선된 후지모리는 조기퇴진해야… 집권하면 빈부격차부터 줄이겠다

“대통령 선거 승자가 뒤바뀌었다!”

지난 4월 대통령 선거 1차전에서 이른바 ‘톨레도 바람’을 일으키며 후지모리의 3선을 막기 위해 싸웠던 올해 54살의 정치 스타. 가난한 인디오 출신으로 어릴 때 구두닦이까지 했지만,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박사 학위를 딴 입지전적 인물이다. 중도 노선의 경제정책을 따르는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잉카문명의 터전인 마추 피추에서 취임식을 갖겠다”고 공언했었다. 인터뷰는 8월21일 오후 그의 숙소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오늘 오후 미주기구(OAS)가 주관하는 ‘민주화를 위한 정부-야당 연석회의’에 참석했다고 들었는데, 일이 잘될 것 같은가.


=후지모리 정권이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성의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불법적인 대선을 둘러싼 나라 안팎의 비난을 피하려는 임시방편으로 민주화 제도 개선을 운운하는 게 아닌지….

-당신이 후지모리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조기 퇴진이다. 현행 헌법으로는 그에게 5년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당선 자체가 정당성이 없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늦어도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본다. 나는 집권에 대비해 이미 예비내각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그럴 경우, 후지모리 대통령이 후보로 나오는 게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현행 헌법으로는 대통령 자리는 2번까지만 가능하다. 후지모리는 억지 법률 해석으로 3선이란 무리수를 저질렀다. 법률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그는 더이상 입후보할 수가 없다.

-후지모리 대통령이 다시 한번 헌법을 개정해 차기에 입후보할 것으로 보진 않는가.

=야당의원 빼내가기 등 요즘 그가 하는 짓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야당의원들은 탈당과 관련해 여러 가지 유혹과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컴퓨터 속임수’가 문제가 됐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 보는가.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인으로서 속임수였다 아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OAS나 카터 재단(Carter Foundation)에서 문제를 제기했듯이, 후지모리쪽에서 대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의심스러운 새 투표집계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국제선거감시단에 그 프로그램의 공정성 여부를 점검할 시간적 여유를 주질 않고 선거를 서둘렀다. 왜 그랬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

(사진/톨레도 선거 캠페인 벽화)

-그렇다면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의 승자는 톨레도 당신이란 얘긴가.

=오후 4시까지 이뤄진 출구조사에서 나는 48%, 후지모리는 42% 득표율을 보였다. 이 조사는 공신력 있는 리서치회사의 조사다.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뒤집어져 발표됐다. 후지모리가 페루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는 이런 데서 비롯된 것이다.

-선거 보이콧은 결과적으로 후지모리 3선 길을 쉽게 터준 셈인데, 다른 대안이 없었나.

=여러 정치적 동지들과 장시간 논의했지만, 선거 보이콧이 최선의 길이었다.

-최근 당신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후지모리 정권이 독점하고 있는 각종 언론매체, 특히 TV 매체에 의한 여론조작 탓이라고 본다.

-페루의 주요 산업들은 외국인들의 손에 있다. 만일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9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민족자본을 말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 페루경제의 볼륨을 키우려면 더 많은 외국자본 유치가 바람직하다. 다만 계층간 소득격차를 비롯해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 할 것이다. 후지모리는 이 부분에서 실패한 정권이다.

리마=글·사진 김재명/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