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NG 리포트
임신 6개월된 둘째아이를 갖고 3년 전 중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때 나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으로 유학이나 사업을 하러 떠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비자를 받기 위해 신체검사를 하는데 병원의 간호사가 큰아이를 보고 하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꼬마는 좋겠다. 엄마 아빠를 따라서 미국 가니 얼마나 좋으니?”
“누가 미국에 가요? 우리는 중국에 가는 거예요.”
이 말을 들은 간호사는 금세 표정이 바뀌더니 “중국에 가는데도 신체검사가 필요한가요?”라고 말했다. 중국과 같은 후진국에 가는데 무슨 검진이 필요하냐는 식이었다.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내심 걱정되는 것은 중국이 그렇게 미개하다면 어떻게 거기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내가 놀랐던 것은 위생상태나 의사들의 실력보다는 ‘환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일단 생명을 살리고 보자는 생각보다는 그 환자가 ‘돈’이 있느냐에 가치를 두고 있었다.
지금도 이곳에선 외국인들이 병원을 가려면 ‘외국인 지정 병원’에 가야만 한다. 중일우호의원과 중독합작병원이 그곳이다. 물론 이곳에선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은 진료비가 3배나 더 비싸다. 한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던 나로서는 엄청난 의료비에 병원 가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이를 낳을 때 보증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1만위안(한화 150만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당시 학비와 생활비에 하루하루가 힘들던 나로서는 보증금 1만위안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병원에 마지막 검진을 하러 갔을 때 의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보증금을 반만 내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의사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 결국 그 보증금을 마련해 병원으로 출산을 향해 가던 길은 11월의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나는 중국사회의 이런 냉담함에 익숙해져버렸다. 처음에는 환자를 돈으로 보는 이 사회가 미웠고, 내가 여기에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싫었지만 보증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곳에선 병원 이외에도 어디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광천수를 살 때도 물통값으로 보증금 100위안(한화 1만5천원)을 내야 하고, LPG가스를 시킬 때도 가스통값으로 보증금을 내야 하고, 방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도 계좌에 일정 금액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돈’은 믿을 수 있지만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에게만이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불신풍조가 단순히 개혁개방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다만 그 현상이 개혁개방 이후 좀더 심해졌을 뿐이다. 요즘 중국에선 ‘처엉신’(誠信)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는 중국인들에게 하루빨리 ‘신용사회’를 이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증금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일러스트레이션/ 설은영
‘돈’은 믿을 수 있지만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에게만이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불신풍조가 단순히 개혁개방 이후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다만 그 현상이 개혁개방 이후 좀더 심해졌을 뿐이다. 요즘 중국에선 ‘처엉신’(誠信)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는 중국인들에게 하루빨리 ‘신용사회’를 이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증금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책으로 보는 세계|<안보의 공포 안에서> ![]() |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