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기는’ 페루언론
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사진/거리의 신문판매대 선정적인 표지들이 눈길을 끈다)
이라크의 후세인, 리바아의 카다피 등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제3세계 통치자에는 못 미치지만, 페루 언론에 대한 후지모리의 장악력은 절대적이다. 미주기구(OAS)에서 민주화 관련 29개항을 제시할 때 표현 및 언론자유가 그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가 있다. 페루는 표면적으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언론사 설립도 신고제다. 그래서 지역마다 소규모 언론사들이 수십개씩 있다. 대학을 나오고도 이렇다할 일자리가 마땅찮은 페루 청년들에게 기자직은 인기직종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탓에 페루사람들의 신문 정기구독률은 상당히 낮다. 수도인 리마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신문인 <엘 코메르시오>(1839년 창간)가 15만부 ,
(1963년 창간) 9만부, 야당지 성격이 강한 <라 레푸블리카>(1981년 창간) 7만부가 고작이다. 리마에서 발행되는 나머지 신문들은 5만부를 밑돈다. 지방도시들의 신문 발행부수는 훨씬 낮아진다. 일부 주요 일간지를 빼면 대개의 신문들은 이른바 ‘옐로 페이퍼’에 가깝다. 섹스, 스포츠, 연예 중심이다. 문제는 이런 신문들의 대중적 친화력을 이용해 후지모리 정권은 각종 정치선전을 독점해왔다. 이들 신문사들은 열악한 재정 사정 때문에 여러 명목의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고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야당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1면 머릿기사로 싣는 등 준정부기관지 기능을 맡아왔다.
신문을 잘 읽지 않는 페루사람들을 겨냥해 후지모리는 TV를 주요 선전매체로 삼아왔다. 올해 대선에서 후지모리 후보는 다른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TV 화면을 독점했다. 강력한 도전자 톨레도는 TV사들로부터 찬밥 신세였다. 방송사쪽은 톨레도를 TV 화면에 비쳐주는 대가로 1분당 5천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후지모리 정권은 자신에 비판적인 방송매체들을 협박해 경영권을 빼앗기도 했다. 라디오 1160, TV 채널 13 등이 그러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론사들은 ‘알아서 기는’ 모습이다. 올해 대선에서 톨레도를 지지했던 야당 AP의 사무총장이자 3선인 발렌틴 파니아과 의원은 “지난 2년간 어느 기자도 나에게 인터뷰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