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왠지 값싸게 보이는…

390
등록 : 2001-12-26 00:00 수정 :

크게 작게

단편적인 사건을 부풀려 믿어버리는 중국사람들… 한국사람은 기분파에 허풍쟁이라는 고정관념

사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한국은 가장 값싸고 한번만 가보면 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강재훈 기자)
중국인들에게 심어진 한국에 대한 인상은 ‘무지’와 ‘편견’으로 얼룩져 있다. 특히 역사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모 중국어학원 강의시간에 중국인 강사는 “과거 한반도는 중국의 속국이었다”며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유학생들이 항의했지만, 그들의 의식 속에 박힌 ‘속국’이라는 생각을 뿌리뽑기엔 역부족이었다.

칭다오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한국인 김모(17)씨는 역사시간에 “한국은 조선족이 세운 나라”라고 배웠다고 한다. 이 학생은 조선족이 일제시대에 만주 등지로 이주해온 한국인들이라고 항변해보았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역사해석이 가능한지는 그들도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중국의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이 과거에 한국을 세웠다고 가르쳐오고 있다. 문중국인들의 이 같은 무지를 직면할 때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를 때리는 것은 애정표현?


또한 한국에 관한 작은 사실을 부풀려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곧 한국에 대한 편견으로 자리매김된다. 예를 들면, 중국에 한국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김희선은 ‘성형미인’으로 통한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분석한 한국의 미녀에 관한 기사를 보면 “한국에는 성형미인들이 많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인기 탤런트인 김모씨(여)는 이전에 얼굴이 뚱뚱해 마치 돼지 같았는데, 지금은 날씬해지고 임청하 같은 눈을 갖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성형수술이 발달한 덕에 인공미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또 한국의 매맞는 여성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로는 “한국 여자들은 남편한테 매를 맞고 산다”는 것이 공론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일종의 애정표현이라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중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한국은 부자나라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잘사는 나라 사람이 왜 버스를 타고 다니느냐, 외국인 병동을 가지 왜 중국인 병원엘 왔느냐는 식이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자신의 나라보다 훨씬 잘산다고 느낀다. 이는 중국에 수입된 TV드라마의 영향이 가장 크다. 2년 전 소개되었던 <애인>을 비롯해, <청춘의 덫> <모델> 등의 화려한 배경의 드라마는 ‘한국은 부자나라’라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 중국 동북지방의 한족들은 한국에 다녀온 조선족들의 화려한 변신을 보면서 “한국에만 갔다 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옌지, 옌볜, 하얼빈 등지에선 한국에 나갔다 온 조선족들이 지역의 유지로 둔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 돈 갖다 쓰다 나라 망했다”는 식으로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비웃음을 던졌다는 일화는 이웃나라의 아픔에 대한 동정보다는 ‘업신여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한국인에게는 ‘기분파’, ‘허풍쟁이’란 말이 따라다닌다. 중국인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어느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세 사람이 식사를 하러 갔다. 오늘 밥값을 누가 낼 것이냐를 두고 세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자. 중국사람은 “다음엔 제가 사지요”. 일본사람은 “각자 계산하지요”. 한국사람은 “당연히 제가 내야지요”. 조금만 기분을 띄워주면 한국사람 호주머니에서 지폐가 흘러나온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사람들은 중국에서도 체면 유지비가 많이 들어간다.

한국인, 돈 잘 쓰는 외국인

이렇듯 일상생활에서도 중국사람들에게 한국인들은 ‘대접받는 사람’이기보다는 왠지 ‘값싸게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 한국이 그들에게 비중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도처에서 느낄 수 있다. 최근 중국인들은 국경일이나 노동절, 설날 등 명절 때가 되면 외국여행을 자주 나가고 있다. 중국경제가 발전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들 외국여행객들에게 한국은 ‘가장 값싸고 한번만 가보면 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여행한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인상에 대해 물어보면 중국말로 “하이커이”(그저 그렇다)란 말 이외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값이 싸 한번 들러봤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요즘 한국에 불고 있는 중국 바람이 중국인들의 오만과 편견을 부채질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값싸게 보이는 한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