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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고집스런 선생님같은 정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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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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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의 비난을 무릅쓰고 3선의 고지에 닿은 후지모리의 정치 스타일은 박정희를 언뜻 떠올린다. 그러나 3선개헌이란 무리수를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만큼의 카리스마는 후지모리에게서 발견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집착과 개성이 강한 선생님 스타일이다. 올해 62살로 이제는 정치게임에 숙달된 후지모리지만, 지난 90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는 농업대학 교수였다. 97년 좌익게릴라그룹 MRTA가 페루 일본대사관저가를 넉달 동안 점거했을 때, 그는 감옥에 갇힌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인질범들의 요구를 끝내 들어주지 않고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하는 고집스런 면모를 보였다.

후지모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민주주의가 이렇다할 이론적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반공(no communism), 시장공개(open market)가 후지모리의 정책 뼈대다. 그의 실용주의는 몇 가지 새로운 가치관을 담고 있지만, 결코 상세히 설명된 바 없다. 리마의 한 언론사 간부는 “그저 필요에 따라 동원되는 정치적 치장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90년대 후반 후지모리는 자신을 음으로 양으로 돕는 일본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와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민주화와 관련한 서방세계의 압력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유력했다.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과 가까이 지냄으로써 미국의 ‘시어머니 잔소리’를 가능한 한 덜 듣겠다는 복선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와는 정치적 조언을 주고받는 등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후지모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민주화와 관련해 미국 등 서방세계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마하티르 총리를 자신의 정치적 사부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후지모리는 미국이 거북해 하는 쿠바의 카스트로 총리와도 빈번한 접촉을 가져왔다. 한편 지난 96년 공식 이혼한 일본계 부인 수잔나 히구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전남편 후지모리를 공격해오다, 올해 야당 국회의원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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