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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왜 미국한테 쩔쩔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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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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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감정이 확산되는 중동지역, 당당한 북한에 비해 주눅든 모습만 부각돼

사진/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있는 이란인들의 진지한 표정. 중동 현지에서 한국은 '코리안 드림'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아랍과 중동 언론이 본 엉뚱한 한국? 9·11 테러사건 이후 한국에서 이슬람 바로 알기니 중동 바로 이해하기니 하는 열풍이 불어닥쳤지만 중동에서는 한국 바로 알기류의 ‘한류’는 불지 않는다. 아직도 고요한 동방의 작은 나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중동지역 신문의 한국 관련 뉴스의 양은 그리 많지 않고 보도도 외신 인용 단신들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야 한국이 유명한 나라이지만 중동지역의 현지인들은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인 우열도 잘 모른다. 북한과 관계가 좋은 나라들일수록 북한을 남한보다 더 잘살고 더 힘좋은 나라로들 이해한다. 요즘은 언론을 비롯하여 지한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엉뚱하게 한국을 알고 있는 경우들이 아직도 많다.

코리안 드림을 말하는 사람들

현지 언론에 비쳐지는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대통령의 이름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으로 잘못 표기되어 보도되는 경우를 비롯하여 관련 사진 자료에 중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들이 등장하는가 하면(이들의 눈에는 한국인과 이들 동남아시아인들의 외모가 같아 보이는 모양이다) 월드컵 관련 보도가 늘면서 월드컵 공식 명칭을 ‘월드컵 Korea Japan’을 ‘월드컵 Japan Korea’ 등으로 잘못 표기하는 잔잔한 실수들이 이어진다. 이런 실수들은 유명해진 <알자지라>는 물론이고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알와싸트>나 각 지역 언론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이 정도야 한국 언론에 아랍 관련 뉴스에 관련 사진이 뒤집혀서 보도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현지 언론과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엉뚱한, 아니면 오해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인지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자.


“(일제차보다 더 좋은) 한국 자동차가 중동을 휘젓고 다닌다.” 한국 관련 뉴스는 대개 값싸고 질좋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국 차는 일제 차보다 훨씬 좋다고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언론과 현지인의 머리에 새겨진 한국은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매우 발달된 나라이고 선진국처럼 잘사는 나라이다. “한국 가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 한국 가서 일자리 잡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한국은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비쳐진다. 그렇지만 실업난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고 있다고 하면 어리둥절해한다.

“한국은 왜 미국한테 꼼짝 못하는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은 중동 언론에 한국 관련 뉴스가 증가하게 된 계기였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국은 북한과 대조적으로 소개된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과감하게 내지만 한국은 그냥 미국의 하수인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반미 성향이 강한 현지인들에게 북한은 더 우호적인 존재로 다가오지만 한국은 이 대목에서 의구심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잘사는데 왜 미국한테….”

한편 “한국 축구는 대단하다”는 말들은 많이 하고 있다. 월드컵이 다가오는 지금은 축구와 관련하여 한국을 보도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국제면에 단발적으로 등장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스포츠면의 축구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주지하다시피 중동의 축구 열기가 대단한 것을 염두에 두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을 축구 강국으로 보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사실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잘 모르고 이전의 화려한 전력을 염두에 두고 보도하는 듯하다.

개고기, 해묵은 오해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잘 먹는다”도 오래된 엉뚱한 한국 소재이다. 중동 현지인들을 만나게 되면 은근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이 “한국인들은 개고기 잘 먹는다면서요?”이다. 이런 정보와 뉴스를 언론을 통해서나 입소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근로자들이 남몰래 개고기를 만들어 먹다가 적발되었다는 묵은 보도도 있었다. 무슬림들은 개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현지인 가정은 아주 드물다. 이른바 잡견은 그냥 들개로 존재하지 식용이나 애완용으로 키우지 않는 조금 부정한 짐승인데 그것을 먹는다고 하니 질겁하는 현지인들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한국은 우리에게만 유명한 나라일 뿐인가?

암만=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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