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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국, 기쁨 주고 뺨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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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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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러시아

보복전쟁 도움 줬음에도 미국 ABM협정 탈퇴… 러시아는 대화상대도 안 되는가

푸틴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11일의 공격’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세상이 바뀌어서인지 어떤지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동병상련이라는 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러시아에겐 사랑니 같은 존재인 체첸분리주의자들이 있고, 그들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들을 심심찮게 공격해서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온 탓인 듯하다.

그래도 국내 최고의 인물은 푸틴


러시아 시민들의 그런 정서를 대표한 푸틴의 애도가 통했던지, 그 일이 있고부터 러시아와 미국은 전에 없이 매끄러운 관계를 보이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인상이다. 푸틴은 사건 발생 뒤, 체첸반군을 염두에 둔 ‘테러리스트 박멸’을 위한 국제공조를 오히려 부시보다 한발 앞서 주장했고, 미국의 대테러작전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러시아의 복부에 해당하는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 같은 국가들을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전초기지로 쓰겠다는 미국의 요청에 두말않고 ‘예스’라고 했던 건 그래도 좀 지나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만. 어쨌든 부시는 감사를 연발했고, 푸틴은 자신에게 부시마저 뭔가를 요청해왔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되었다. 내친김에 뭐든지 다 내주는 통 큰 놀음을 한판 한 셈이다.

러시아와 푸틴은 이렇게 2001년을 ‘대국답게’ 보냈다. 늘 콤플렉스를 지녔던 그 미국과 올해는 맞먹을 정도가 되었을까? 그러나 돌아온 건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 파기 소식이다. “그러면 그렇지, 러시아가 미국에 쨉이나 되려고….” 러시아 시민들은 한해 동안 미국을 잘 도와주고 돌아온 결과에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협정이 70년대의 낡은 방식이라고 하든, 또는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하든 결론은 하나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의지며, 미국이 자본으로 러시아를 압살해버리겠다는 의미다.

한때는 러시아의 눈치라도 한번 보았던 미국이, 이제는 러시아가 아예 대홧거리도 아니라는 인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ABM협정은 이 세상에 오직 러시아와 미국만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었는데, 미국은 단 하나 상대인 러시아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싫으니 그만둔다”는 깡패식으로 국제협약을 찢어버렸다. 그래도 시민들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걸 대국다운 풍모라 여기며 자부심을 채우고 있다.

2001 러시아 최고의 인물

푸틴 대통령

예상과 달리 1년 만에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러시아 시민들에게 대견스럽게 보인 한해다. 전임 옐친의 그림자에서도 벗어나면서 경제 개혁의 방향을 비교적 잘 잡아나가고 있으며, 고립당했던 국제사회로부터도 환영받기 시작했다.


2001 세계 최악의 인물

오사마 빈 라덴(알 카에다 지도자)

각종 테러를 경험해온 러시아인들의 입장에서 이견없이 그를 2001년 최악의 인물로 선정.

2001 러시아 10대 뉴스
1 뉴욕 세계무역센터 공격, 러시아 국내외적인 영향
2 미국, ABM협정 탈퇴
3 푸틴-부시 정상회담, 친밀감 상승?
4 유가 폭락,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 먹구름
5 레나강의 홍수,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봄 홍수
6 쿨스크핵잠수함 좌초
7 러시아 여객기, 우크라이나 군사훈련중이던 로켓에 피격
8 크렘린에 가장 비판적인 NTV 경영진 교체
9 TV-6 최고 흥행 기록 경신, 24시간 추적 프로그램 논란
10 러시아 축구대표팀 월드컵 진출

블라디미르 가린(Vladimir Galin)|<아에라> 모스크바 특파원·전 <프라우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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