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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호텔 테러, 9·11에 기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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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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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캄보디아

미국이 무엇인지 공부한 해… 전쟁의 빌미준 빈 라덴을 세계 최악의 인물로 꼽다

사진/ 수류탄에 공격당한 프놈펜 도심의 호텔. 심지어 베트남 국가주석 방문 때도 테러가 일어났다.
캄보디아에 무엇이 필요한가?

“2001년을 평화의 해, 비폭력의 해, 국가재건의 해로 만들겠다.”

전쟁에 지친 시민들에게 훈센 총리는 적절한 대답을 하면서 2001년을 비교적 희망차게 열어젖혔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도 프놈펜의 중심지 호텔들은 정체불명의 인물들로부터 차례차례 수류탄 공격을 받았고, 시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천득렁 베트남 국가주석이 국빈방문을 하고 있던 프놈펜 시가지의 베트남인 빈민가가 또 차례로 의문의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으니, 캄보디아의 폭력과 희생의 연중행사는 2001년이라고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다. 크고 작은 폭력이 난무한 가운데, 조카와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이 남편을 청부살해케 해서 이 작은 사회는 온통 ‘마녀’ 이야기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조카와 사랑에 빠져 남편 살해한 여인

그럼에도 올해 캄보디아의 폭력도, 또 캄보디아의 뉴스판도 9월 초에 끝난 셈이다. 영화에서조차 상상해보지 못했던 사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화염에 휩싸이는 그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서 올 한해는 일찌감치 끝나고 말았다는 뜻인데, 그로부터 국내의 어떤 폭력도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다. 우선 캄보디아 국내의 폭력들이 규모나 강도면에서 뉴욕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미 시민들의 상상치가 워낙 높아져버렸고 또 국제적인 쪽으로 몰려가버린 탓이었다. 웬만한 폭력이나 테러쯤에는 눈도 끔뻑거리지 않았던 것이 20년 내전을 경험해오는 동안 총인구의 1/4을 잃었던 캄보디아 시민들의 태도였는데, 확실히 뉴욕의 그 여객기 공격은 세기적인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사회 전체가 온통 테러나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쏠려버렸으니, 국내 뉴스를 취재해서 외신에 올려야 하는 나 같은 기자들은 9월부터 사실상 일을 거의 접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산골짜기같이 외진 캄보디아 뉴스에 관심을 쏟을 만한 지면이 없었으니. 하여튼 2001년이 행운의 해였다고 믿는 캄보디아 시민들도 별로 없고, 훈센 총리가 선언했던 것처럼 평화의 해였다고 믿는 이들도 전혀 없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올 한해는 캄보디아 시민들에게 상당히 교육적인 해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장판 공사판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미국이 무엇인가’라는 화제를 입에 달고 있었으니, 그 결론에 상관없이 얼마나 ‘장엄’한 일이었는지! 시민들이 미국을 다 의심해보다니! 그래서 그나마 기분 좋게 2001년을 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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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누크 국왕

정치적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임을 깨달은 국왕을 시민들이 존경하기 시작.

2001 캄보디아 최악의 인물

비정의 여인

조카와 사랑에 빠져 남편을 청부 살해한 여인을 시민들은 ‘마녀’로 규정해서 올해 최악의 인물로 선정했다.


2001 세계 최고의 인물

코피 아난(국제연합사무총장)

국제연합과 캄보디아의 뗄 수 없는 관계로 볼 때, 캄보디아 시민들 사이에 코피 아난의 인기가 높았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었다. 올해 사무총장직을 연임하게 되었고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절정에 올랐다.

2001 세계 최악의 인물

오사마 빈 라덴(알 카에다 지도자)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인물. 오랜 기간 내전에 휩싸였던 캄보디아 시민들의 특수한 경험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유를 불문하고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이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를 최악의 인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2001 캄보디아 10대 뉴스
1 프놈펜 도심지 호텔 수류탄 공격(정체불명의 이익집단들이 무차별 공격)
2 훈센 총리- 가라오케, 나이트클럽, 디스코텍 강제 폐업 명령(마약과 인신매매 에이즈 방지를 위한 결정)
3 크메르루주 처리법 의회 통과(크메르루주 전범재판 승인)
4 자치단체 선거준비와 등록(2002년 2월 실시될 최초의 지방의회 선거)
5 조카를 사랑한 여인(프랑스에서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이 조카와 사랑에 빠져 조카에게 남편을 살해하도록 청부한 사건)
6 사고를 몰고온 천득렁 베트남 대통령의 방문(천득렁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 기간 동안 프놈펜의 베트남 빈민가를 비롯해 2건의 대형화재와 아파트붕괴 사고가 겹치자 시민들 사이에 의심스런 소문이 나돌았다)
7 외국 지도자들의 캄보디아 공식 방문(베트남, 타이, 싱가포르를 비롯한 10개국 정상들)
8 오른쪽에서 왼쪽 운전대로 교체 명령(타이로부터 자동차 밀수 금지와 교통안전 이유)
9 베트남 산족의 캄보디아 불법입국(200여명의 베트남 산족 베트남정부의 압박 피해 캄보디아로 월경)
10 시하누크 왕 주변국들에 국경조약 존중 호소(라오스, 타이, 베트남에 국경침범 경고)

푸 키아(Puy Kea)|<교토뉴스> 프놈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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