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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굿바이, 토미 수하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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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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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인도네시아

비리연루 전 대통령 아들 체포가 굿뉴스… 세계 최고·최악의 인물은 빈 라덴과 부시

20세기의 유물인 독재자 수하르토를 쫓아낸 지 어언 3년이 지났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수하르토의 망령은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다녔다. 시민들이 ‘자바왕’이라고 부르는 수하르토가 아직 살아 있는데다가, 그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거대한 사업구조를 꿰차고 있는 탓이다. 아직 수하르토의 ‘돈줄’이 돌고, 수하르토의 ‘힘줄’이 뛰고 있다는 뜻인데, 이러다보니 수하르토는 여전히 인도네시아 뉴스의 핵심부를 거닐고 있다.

한해 농사 망쳤다


올해 인도네시아는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과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정치적 충격을 받았지만, 시민들이 꼽은 톱뉴스 1번은 오히려 부패와 불법무기은닉, 살인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던 수하르토의 아들 ‘후토모 만달라 푸트라 아리아스 토미 수하르토’가 체포당한 일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그동안 수사망을 피해다녔던 토미의 도피행각을 놓고 특권층의 비호설이 끊임없이 나돌기도 했고, 토미가 변장하고 돌아다닌다거나 성형수술을 받아 아예 딴 얼굴로 변했다는 식의 추측들도 난무했고, 특히 토미의 집과 수하르토의 집이 지하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들이 설득력 있게 나돌기도 할 만큼 그의 행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시민들이 토미 체포에 관심을 기울였던 건 매우 온당하고 합리적인 태도였다. 이 사건이 결국은 인도네시아 사회와 수하르토가 진정으로 단절할 수 있는가라는 시험무대며 동시에 인도네시아 사회의 정의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담은 때문이다. 돈있고 힘있으면 모조리 무죄로 풀려났던 인도네시아의 무기력한 법치가 토미의 체포로 마침내 최후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지난 11월28일 토미 체포 소식을 접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구시대적 잔재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날까지, 인도네시아 시민사회는 당분간 유쾌한 뉴스를 한해의 10대 뉴스로 올리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도 뉴스판을 부지런히 쫓아다녔지만, 10대 뉴스를 뽑기 위해 둘러보니 “한해 농사를 망쳤다”는 심정뿐이다. 내년을 또 기약하자. 즐겁고 멋진 뉴스들로 메워질 2002년을 기약하며.

2001 인도네시아 최고의 인물

바하루딘 로파(법무장관)

부패혐의자를 기소하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두달 만에 사망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긴 인물.

2001 인도네시아 최악의 인물

토미 수하르토(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아들)

도망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아들로, 부패·살인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자 1년간 도피행각을 벌이다 체포당함.


2001 세계 최고의 인물

오사마 빈 라덴(알 카에다 지도자)

미국의 거만함에 교훈을 남긴 인물.

2001 세계 최악의 인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

아프간 형제들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야만적인 전쟁을 수행한 대가.

2001 인도네시아 10대 뉴스
1 토미 수하르토 체포(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아들로, 부패와 살인혐의 등으로 200년 11월4일부터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그가 올 11우러28일 체포당함)
2 와히드 대통령 탄핵(정쟁에 휩싸여왔던 2년간의 세월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부로그게이트’라 부르는 부패혐의의 덧까지 걸려 결국 7월23일 탄핵당함)
3 부로그게이트 파트Ⅱ(와히드 전 대통령에 대한 부패혐의가 파트Ⅰ이었다면, 현 국회의장격인 악발 탄중이 다시 같은 부패혐의에 휩싸여 있다)
4 회교법, 메가와티 압박(이슬람정당들이 의회 내·외부에서 회교법을 내세워 ‘여성대통령’ 메가와티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압박을 가했다)
5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동정심 확산(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반발심으로 주요 도시 반미·반정부시위 발생)
6 메가와티 주변의 부패(메가와티 대통령의 남편인 타우픽 키에마스를 비롯한 주변인물들에 대한 부패 의혹 확산)
7 의회의 폭력전(의회 내의 폭력 선진국인 대만과 한국을 좇아 인도네시아 의회에도 폭력 등장)
8 대책없는 경제위기(메가와티 대통령의 등장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희망은 다시 물거품으로)
9 외채의 노예(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막대한 외채를 지고 있지만, 그 유입자금 운영의 실효성과 상환의 가능성에 대해 사회적인 회의가 깊어짐)
10 은행 파산(지난 10월 유니뱅크의 파산선언으로 시민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달려갔던 기억에서부터 결국 은행을 믿지 못하는 사태로 발전)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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