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리포트/ 최후의 생존자는 누구?
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사진/“흑인만 내쫓나?”두 번째 추방자도 흑인 남성이었다)
미국에서 붐을 일으킨 ‘사생활 엿보기’ 프로그램 열풍에 브라질 최대 방송사인 <글로보>도 질세라 뛰어들었다. 미국 서바이벌 게임의 출연자들이 열광적인 시청률에 힘입어 유명인사가 돼버렸듯이 브라질에서도 출연자 중에서 누가 쫓겨날 것인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남녀 12명이 참가한 <글로보>의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의 이름은 ‘노 리미치’(한계상황). 직업과 성분이 각양각색인 생면부지의 남녀 12명이 두팀으로 나뉘어 고립된 해변가에서 적은 량의 음료수와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만 공급받으면서 야영 생활을 한다. 여기에 매주 한번씩 게임을 벌여 게임에 지는 팀에서는 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추방자를 한명씩 결정한다. 최종 승자에게 30만헤알(15만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는 이 프로그램은 50포인트(시청자 2800만명)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홈런’을 때렸다.
7월 말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서 제일 처음으로 추방된 사람은 흑인 여성. 뒤이어 다음주에도 흑인 남성이 쫓겨나자 흑인인권단체들은 “브라질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 풍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들썩거렸다. 더구나 두 번째 방영된 에피소드에서는 게임에 진 팀의 일원들이 신경이 곤두서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 백인 남자가 “‘그런 것도 못하는 깜둥이”라고 내뱉는 장면이 그대로 화면을 탔다. 문제의 발언을 한 백인 남자는 다음주에 추방됐고 사이버 통신 공간에서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그는 그 덕택에 한 잡지사로부터 누드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9월말까지 계속 방영될 예정이지만 사실 촬영은 이미 8월4일로 끝났다. 이 때문에 <글로보>쪽에서는 최종 승리자를 비밀에 부치기 위한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방송사쪽은 쫓겨난 출연자들도 방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호텔에 남아 기다리도록 조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 데 자네이루의 한 신문은 집요한 추적 끝에 기어이 최종승리자를 밝혀내 특종으로 마지막회의 결과를 미리 공개했다. 이에 격분한 <글로보>쪽에서는 마지막회를 다시 촬영해서 다른 결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방송사와 신문사들간의 경쟁이 무인도에 갇힌 남녀들의 살아남기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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