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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처량함의 역설, 왕실의 공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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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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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일본

미국의 심부름꾼 고이즈미는 국내 최악… 인류에게 중대한 경고 내린 라덴은 세계 최고

사진/ 딸을 낳은 마사코 황대자비 가족. 미래 '일본여황'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GAMMA)
꿈이 아니었다. 할리우드영화도 아니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벌어졌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이건 시작이야, 최후의 시작이야. 세상 종말의 시작이야.” 어렴풋이 1946년에 죽은 에드가 캐시라는 미국의 한 예언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중동에서 시작된 분쟁은 결국 세상을 파멸시킬 것이야.”

그리고 나는 주섬주섬,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봉기를 떠올렸고, 이어서 텍사스 오일 마피아의 일원인 조지 부시의 괴이한 대통령 당선 과정, 그리고 ‘11일의 공격’과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나의 연장선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쇠고기를 주식으로 삼아온 서양인들에게 광우병이라는 희한한 병이 점차 확산되고, 미국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일본의 대미 군사협력,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 같은 것들이 주변부를 형성하는 고리처럼 이어졌다.

종말을 향해 가는 출발선


심각한 <한겨레21> 독자들이 “웬 뉴스판에 이런 신비주의자가 다 있냐”고 나무랄지 모르겠는데, 나는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예언류로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단지 문제는, 이런 나의 상상들이 결국 올해 세계의 10대 뉴스에 모조리 끼이면서 내게 야릇한 불안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일본 국내의 흐름도 마찬가지로, 뭔가 수상한 기운을 예감케 했다. 교과서를 왜곡해서 온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더니, 총리라는 자는 한술 더 떠 주변국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서 복창을 뒤집어놓았다. 결국엔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전함을 파견했다. 이게 바로 힘을 바탕에 깔고 새롭게 태어나보겠다고 안달하는 일본제국주의의 부활, 그 신호탄이다.

황태자비 마사코의 시험관 아기 탄생에 온 일본이 떠들썩했던 것도 바로 그 연장선이다. 광우병이 일본에 퍼지는 것도 서양제국주의자들과 논리적으로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배경을 지닌 탓이고, 한 정신이상자가 초등학생들을 무참히 살해한 일은 종말로 가고 있는 현 일본사회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2001년은 이렇게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종말을 향해가는 21세기의 출발선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만 이렇게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2001 일본 최고의 인물

왕실의 시험관 공주(마사코 황태자비의 딸)

이 불쌍한 아기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일본사회의 상징이었고, 그 일본인들이 지닌 자기 불만을 회피할 수 있도록 이용당한 가장 처량한 탄생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이 아기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물로 꼽혔다.

2001 일본 최악의 인물

고이즈미 준이치로(총리)

잘 훈련받은 ‘미국의 개’라고 서슴없이 부를 수 있다.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는 우익의 선봉장이며 미국 패권주의의 심부름꾼이다. 젊음과 잘생긴 얼굴(좀 특이한)을 내세워 시민들을 환상에 빠뜨린 대가로 최악의 인물에 선정한다.


2001 세계 최고의 인물

오사마 빈 라덴(알 카에다 지도자)

반미의 기수라거나 정의의 사도라거나 또는 ‘11일의 공격’을 주도한 전사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인류에 새로운 철학적 대안을 요구하는 중대한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2001년의 최고 인물로 모자람이 없었다.

2001 세계 최악의 인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21세기 최악의 선택이었다.

2001 일본 10대 뉴스
1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로 등장
2 자위대 군함 아프가니스탄 전쟁 파견
3 광우병 일본 확산
4 감청법 의회 통과
5 고이즈미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6 마사코비 여아 출산
7 역사교과서 왜곡과 채택
8 꽁치어장 한국과 마찰
9 정신병자 초등학생 9명 살해
10 에히메마루 실습선 미국 잠수함과 충돌 난파

나오키 마부치(Naoki Mabuchi)|전 카메라맨·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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