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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반세계화 운동가들에게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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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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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네트워크가 뽑은 10대 뉴스|타이

국내최악은 구 방콕 싹쓸이하는 사막 순드라벳… 탁신 총리도 뒤지지 않았다

정부가 바뀌면서 상당한 기대감으로 출발했던 한해였다.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떠안았던 추안 릭파이 총리의 민주당 정부는 결국 2년 만에 밀려났고, 대신 최고 갑부로 소문난 독점자본가 탁신 시나와트라가 주도하는 타이락타이당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시민들은 ‘속는 셈치고’ 탁신이 경제를 잘 안다고 하니 그를 뽑아보았는데, 1년이 가까워가는 시점에서 “역시 그랬구나”라는 장탄식이 늘어나고 있다.

총리, 3일간 실종되다


시민들은 한 나라를 떠맡은 총리가 3일간 실종되는 경험도 했다. 국민들에게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하면서 외화를 아끼자고 강조했던 총리는 아들이 참여하는 무슨 운동대회를 응원한답시고 뉴질랜드로 몰래 떠났다. 싱가포르 출장이라고 속이기까지 했던 그가 뉴질랜드 초호화 호텔에 묵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신감이 폭발했다. 그뒤로도, 정체불명의 무슨 과시용 행정과 절차만 늘어났고 비판을 포용하지 못하는 그의 태도에 시민들은 주눅이 든 채, 한해를 보냈다.

타이의 2001년은 탁신 시나와트라뿐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그 자신과 가족 주변의 세금포탈 혐의에다, 뭐든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의욕으로 총리직에 교육부 장관직과 심지어 관광행정 총수까지 맡았으니.

그뿐인가, 멀쩡한 사무실을 두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해서 ‘이동내각’이라는 괴상한 말을 만들어내면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기까지 했다. 실업률은 더 높아졌고 환율사정은 더 나빠졌다. 경제지표 어느 것 하나 지난 정부와 비교해 나아진 게 없다. 경제위기 극복은 한물 간 듯하고, 시민들에게는 배신감 같은 것만 남았다. 정처없는 시민들의 눈길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2001년 12월 방콕의 밤거리다.

2001 타이 최악의 인물

사막 순드라벳(방콕시장)

1976년 탐바삿대학 피의 10월에 직접 개입한 인물. 내무장관을 거쳐 방콕시장에 올라 구 방콕을 깨끗이 싹쓸이하겠다는 정비계획을 내세워 주민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런 인물이 계속 선거에서 승리하면 방콕뿐만 아니라 타이 전체의 비극이다.


2001 세계 최고의 인물

반세계화운동가들

비록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묻히고 말았지만, 진정으로 올 한해를 가장 소중하게 가꾼 이들은 바로 신자유주의논리와 세계화로 무장하고 제3세계를 공격하는 미국과 그 동맹 선발자본국들에 맞서 싸운 반세계화전사들이었다.

2001 세계 최악의 인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

미국의 패권주의를 마음껏 확장시키며 전세계를 미국의 안보와 산업구조 아래 두겠다는 욕망을 과시한 인물로 2001년 가장 많은 시민을 살해한 책임자.

2001 타이 10대 뉴스
1 비구니 탄생의 시련(불교학자이자 철학교수인 찻수만 카빌싱이 공식적으로 비구니 인정을 요구하며 보수적인 타이불교계와 사회가 지닌 성차별에 도전)
2 13인 인권위원회 출범(1992년 민주항쟁 이후 2인 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으나 유명무실한 존재였던 것을, 올해 13인위원회로 확대함으로써 구체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3 구방콕 시가지 대대적 정비(20만명을 웃도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옛 방콕중심지를 정화·정비하겠다는 방콕 정부의 계획에 따라 철거민들이 속출하며 사회문제로 부상)
4 환경운동가와 지역운동가 6명 살해 (지역 자연보호운동가들이 의문스럽게 살해당했으나 정부는 합당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환경은 이익집단의 손에서 놀아나고 말았다)
5 정부, 공립대학의 사립화 추진(가난한 학생들의 희생, 인문학부의 종말 그리고 기능인만을 양성하는 대학의 공장화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위기감 증폭)
6 버마 불법노동자들에 대한 정보수집 확대(타이 정부는 정치·경제적 어려움으로 국경을 넘어온 버마 노동자들에 대해 정보수집을 빌미로 이들을 압박했다)
7 타이 끄리엥 노동자 시위 포기(노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지녔던 타이 끄리엥의류공장노조가 약 1년간의 투쟁을 포기함으로써 노동운동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8 스타벅스 커피 타이 상륙(19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운동 당시 주공격목표물이었던 세계화의 상징인 스타벅스 커피가 타이에 진출해서 급속히 사업 확대)
9 민주당 인물 개선(지난 선거에서 타이 최대 갑부인 탁신 시나와트라가 주도하는 타이락타이당에 패한 민주당이 아비싯 같은 이들을 내세워 새 인물론으로 활로 개척)
10 군인 발포로 경찰 사망(술집에서 벌어진 군인과 경찰의 집단 활극에서, 유명한 정치인 찰럼의 아들인 현역 군인이 총을 쏴 경찰을 숨지게 한 사건)

프라윗 로자나프룩(Pravit Rojanapruk)|<더 네이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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