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펠레, 당신은 믿었는데…

388
등록 : 2001-12-12 00:00 수정 :

크게 작게

‘국가대표 비리팀’이 돼버린 브라질축구협… 펠레마저도 자금운영 비리설에 휩싸여

사진/ 월드컵 조추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펠레. 지금까지 그의 사업 파트너들은 공금횡령과 비리를 일삼았다.(사진공동취재단)
2002년 월드컵대회를 반년여 남겨놓은 시점에 브라질축구협회(CBF)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브라질축구협회의 회장직을 수행해온 히카르두 테이세이라가 협회 공금을 운용하면서 개인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은 벌써 오래된 것이었다. 협회 간부들과 프로축구팀 사이에서 선수 이적이나 후원사와의 계약 등을 둘러싸고 출처가 분명치 않은 뒷돈 거래가 성행한다는 것도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협회의 적자, 위원장의 흑자


축구협회 스캔들을 파헤치기 위해 국회에 설치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13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12월 둘쨋주에 발표했다. 조사위원장을 맡은 상원의원은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히카르두 테이세이라 회장을 비롯해 축구협회 간부들은 가히 ‘국가대표 비리팀’을 결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개탄했다.

1600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에는 공금 횡령, 돈세탁, 불법 재산축적, 탈세, 금융법 위반을 포함해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리가 총망라되었다.

테이세이라 회장이 브라질축구협회 살림을 맡아온 가운데 축구협회의 기금은 계속 적자운영을 면치 못했다. 95년까지 150만헤알(60만달러)의 흑자를 보였던 기금은 2001년 현재 무려 2460만헤알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테이세이라 회장의 개인 재산 중 주요 사업체인 R.L.J.도 역시 310만헤알(124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신고돼 있다. 다만 그의 개인 재산만은 95년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불어나 현재 530만헤알(210만달러) 상당이라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국회 조사위원회는 지금까지 협회 공금의 부정 운용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 17명의 간부들과 테이세이라 회장의 임원직을 즉시 박탈하고 새 임기가 시작되는 2003년까지 펠레를 비롯한 임시 대표들로 협회를 구성해 월드컵 본선을 비롯한 내년도의 국제축구행사를 치르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 축구뿐 아니라 전세계 축구계의 신화 같은 존재인 펠레마저도 그가 운영하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의 자금운영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 펠레가 6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펠레 스포츠 앤 마케팅’사가 유니세프에서 주관하기로 한 자선행사의 기획에 참여하면서 7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펠레는 자선행사에 무료로 출연할 것이라고 선언해왔고 결국 문제의 그 자선 이벤트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70만달러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펠레는 지난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국제적인 명성과 일년에도 수십여 차례의 행사와 활동에 관여하면서 돈에 얽힌 스캔들에 연루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더욱더 브라질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펠레 스포츠 앤 마케팅’의 회계운영이 구멍가게 장부보다 더 마구잡이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받는 실망과 충격은 크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중에는 회사에서 펠레의 사인을 위조해 100만달러의 은행 융자를 대부받은 기록도 있다. 특히 펠레가 체육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95~98년 사이에 공직자로서 회사운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500만달러 상당의 계약금이 오고간 축구경기의 TV중계권 거래에 회사 대표로 서명한 사실도 밝혀졌다.

일단 펠레는 “회사운영 내막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며 모든 것은 18년째 사업 파트너였던 엘리오 비아나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청해서 회사내역을 공개하고 엘리오 비아나를 사기 및 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모든 것은 파트너의 책임”

펠레가 사업수완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지난 60년대에도 사기꾼 같은 친구에게 재산 관리를 맡겼다가 빈털터리가 될 뻔한 경험이 있고 70년대에 함께 일했던 사업 파트너는 그의 재산에서 600만달러를 빼내고 사라졌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동업관계를 유지해온 친구가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변명은 믿을 수 없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