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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들의 죽음엔 슬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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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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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격은 이스라엘 점령정책이 낳은 분노의 산물… 서방의 억측과 오해를 벗긴다

사진/ 가자지구에서 치러진 자살폭탄공격으로 죽은 하마스 대원의 장례식. 관 속에 든 것은 하마스 깃발이다.(김재명)
미국 자본주의(세계무역센터)와 군부(국방성)의 심장부에서 4천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9·11 사건, 불과 14시간 안에 28명을 숨지게 한 이스라엘 12·2 사건.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자살공격’(suicide attack)이다.

야신의 ‘테러균형론’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테러’라 비난받은 자살폭탄공격은 지구촌 정치상황을 흔드는 독립변수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는 당한 쪽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보복공격, 그로 인한 또다른 희생자들, 그리고 끝모를 정치적 긴장이다. 테러는 곧 공포다. 따지고보면 아프간 사람들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공습테러’의 희생자들이다.


중동 유혈투쟁에서 자살폭탄공격은 팔레스타인쪽으로 보면 가장 강력한 무기다. 팔레스타인 3대 저항조직이라 할 하마스(Hamas), 이슬람 지하드(Islamic Jihad),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이 자살폭탄공격의 주력군이다. PFLP는 67년에, 이슬람 지하드는 70년대에, 하마스는 87년 1차 인티파다(1987∼93년) 당시 창설됐다. PFLP는 아랍 민족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결합한 단체다. 그 지도자 아부 알리 무스타파는 지난 8월 이스라엘 군헬기 미사일공격을 받고 죽었다. 3개 조직 가운데 가장 지지기반이 큰 것은 하마스다. 특히 ‘이제디네 알 카삼’여단으로 알려진 하마스의 군사조직은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공격적인 무장집단이다. 12월 들어 이스라엘에서 28명을 죽인 연쇄 자살폭탄테러 요원들도 하마스 소속이었다. 폭탄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유대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으로 도로 이민갈 생각을 한다.

필자가 지난 5월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만났던 하마스 정치위원회의 한 간부는 “자살공격 지원자들이 줄을 서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이 간부는 “하마스가 지닌 힘의 원천은 이스라엘의 강제점령과 억압에 대한 분노”라고 말한다. 아리엘 샤론과 같은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이 하마스 자살폭탄테러의 원인제공자라는 것이다.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아흐메드 야신은 가자지구에 있는 그의 집에서 가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테러 균형론’을 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행하는 국가테러에 맞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하마스의 폭탄공격이라는 주장이다. 하마스 창립자인 야신은 89년 이스라엘 당국에 체포됐다가, 어설픈 암살작전을 펴다 요르단 당국에 체포된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과 맞바꾸는 조건으로 97년 석방돼 지금까지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과 보안군이 눈을 부리리고 곳곳을 지키지만, 폭탄테러를 막기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시민권을 가진 120만 아랍인들이 살고 있다. 길 가는 모든 아랍인을 일일이 세워 몸을 뒤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안지구나 가자지역에서 넘어온 하마스 대원이 예루살렘 중심가에서 자살폭탄공격을 행하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이스라엘 군관계자들은 이같은 자살폭탄공격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되고 실천에 옮겨지는 것으로 믿는다. 공격효과(테러의 확산도)를 높이기 위해 언론이 쉽게 접근 가능한 도심지를 선택하고, 살상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는 저녁시간대를 고른다. 폭탄을 온몸에 두르고 줄을 당기는 방식으로 폭탄을 터트린다.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폭탄자살자들은 존경받는다. 이슬람 지하드는 여름철에 가자지구에 여름학교를 설치해 어린이들을 상대로 그들의 영웅적인 행위를 가르칠 정도다. 가자 시내의 담벼락 곳곳에는 그들을 찬양하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서성대는 젊은이들에게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을 어떻게 여기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어김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약을 먹인다? 환락을 좇는다?

사진/ 자살폭탄공격으로 전소된 버스. 팔레스타인 저항조직들의 폭탄자살은 중동 정치의 뇌관이다.(GAMMA)
폭탄자살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쏘다니는 젊은이들과는 다르다. 이스라엘쪽에서 선전하듯, 고아나 걸인을 유괴해 약을 먹여 테러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는 회교사원이나 종교기관에서 설립한 학교에 다니는 젊은이들 가운데 후보자들을 엄선해 몇년 동안 따로 교육을 시킨다. 그 형식은 종교교육에 가깝지만 일종의 정치교육이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억압이란 현실적 모순에 대해 좀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도록 한다. 그리고 민족적·종교적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름 아닌 순교적 행위(자살폭탄테러)로 가는 과정이다. 순교를 결행할 시간이 다가오면,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코란 등을 읽으며 각오를 다지도록 한다. 사건 하루나 이틀 전에야 이들에게 임무가 전달된다.

이슬람 자살공격자들은 자신들이 죽은 뒤 알라신 곁에 머무는 영예를 누릴 것으로 믿는다. 이들은 대부분 20대 안팎의 총각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폭탄테러에는 몇 가지 잘못 알려진 얘기들이 있다. 서방국가들에 퍼진 폭탄테러 신화의 잘못된 부분은 “자살폭탄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젊은이는 저승세계에서 70명의 처녀들에 둘러싸여 환락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지식인들은 그런 황당한 얘기에 어이없어한다. “비도덕적인 집단섹스의 환상을 바라며 폭탄을 터뜨리는 젊은이의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쪽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일 것”이란 주장이다. 자살공격자들이 약물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다는 얘기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나 신베트쪽에서 조작해내 퍼트린 것으로 하마스쪽 관계자는 주장한다. 엄격한 종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행위라는 것이다.

스무살의 젊은이가 자살공격에 온몸을 내던지도록 만드는 배경은 물론 정치적인 억압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자살폭탄을 안고 죽은 젊은이들의 부모와 형제들은 그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순교자를 낳은 집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하마스 대원은 “내 동생이 자살폭탄으로 죽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남은 가족들은 장례식에서 울부짖지도 않는다.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는 남은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끝까지 돌보아준다. 이런 사실들을 보고 들어 알고 있는 폭탄자살 후보자들은 거리낌없이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래 불어닥친 인티파다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군 총에 죽으면, 이라크 사담 후세인은 1만달러의 수표를 건네줬다. 가난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돈이다. 자살폭탄공격자의 유가족들은 그보다 훨씬 큰 보상을 받는다고 보면 틀림없다.

12월 들어 하마스의 자살폭탄공격이 문제되자, 부시 미 행정부는 하마스 돈줄을 막는다는 구실로 미국 내 이슬람 재단 한곳과 아랍계 해외 금융기관 2곳에 대해 자산동결 조치를 내렸다. 구원과 발전을 위한 성지재단과 알 아크사 국제은행, 그리고 베이트 엘-말 홀딩 등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성지재단은 미국 내 최대 이슬람 자선단체로서 지난해 동안 모두 13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진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 거래를 하는 자들은 어떤 곳에서도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단쪽은 “우리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며 그같은 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더불어 팔레스타인 저항조직들에 대한 돈줄 죄기가 시작된 상황이다.

하마스 사업에서 테러는 일부일 뿐

지금껏 하마스는 수만명에 이르는 해외 지지자들로부터 보내오는 성금이 주요 활동재원이었다. 정치위원회의 한 간부는 “지지자들로부터 수입의 2.5%를 납부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쪽에서는 하마스가 해외 보험사기, 금품 우려내기와 같은 불법행위로 활동자금을 모금한다고 선전해왔다. 흔히 알려졌듯 하마스의 사업이 폭탄테러가 전부는 아니다.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으로 군사위원회의 일부 활동일 뿐이다.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빈민돕기와 가난한 팔레스타인 공동체 돕기를 주요사업으로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하마스의 지지도가 높은 까닭이 바로 이런 데 있다.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저항조직들의 폭탄자살은 중동정치의 뇌관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폭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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