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별
유이 기미야
등록 : 2015-09-02 22:59 수정 : 2015-09-03 16:52
‘고노토리 5호기’가 8월24일 밤 11시58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지난 8월19일 일본의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떠난 고노토리는 우주정거장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무인 보급기의 애칭이다. 황새라는 뜻으로 아이를 물어다주거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미지에서 따왔다. 로봇팔을 이용해 ISS에 고노토리를 무사히 도킹시킨 사람은 일본인 우주비행사 유이 기미야(油井亀美也)다.
유이는 1970년 일본 나가노현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삼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일본에서 가장 긴 하천인 시나노강의 원류인 지구마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이 온 하늘을 가득 메우는 곳이라고 한다. 중학교 작문집에 적힌 유이의 꿈은 ‘화성에 가는’ 것이었다. 작은 천체망원경을 들고 그 무수한 별들 속에서 자란 덕분이다.
유이의 가족은 양배추를 키워 생계를 이어나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이는 가정형편을 생각해 우주에 간다는 꿈을 접고 학비가 무료인 방위대학교에 입학했다. 잠시 꿈을 잃고 방황도 했지만 다시 기운을 차리고 항공자위대에 입대했다. 우주를 대신해 하늘을 누비는 항공자위대 파일럿이 됐다. 그중에서도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군용기의 테스트 파일럿이 돼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이가 다시 우주에 다가가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무려 10년 만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파일럿을 모집한 것이다. 1천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단 한 명의 우주비행사가 바로 유이였다. 그의 나이 40살로, 역대 최장년이다. 일본인으로서는 10번째 우주비행사인 유이는 5년여의 훈련을 마치고 올해 꿈에 그리던 우주로 날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주로 우주공학 등을 전공한 사람이 우주비행사가 됐다. 파일럿 출신 우주비행사는 일본에서 처음이었다. 유이는 지난 7월23일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ISS에 무사히 도착했다. 12월까지 5개월여 동안 ISS에 머무르며 화성에 가기 위한 사전 조사와 각종 실험을 할 예정이다. 꿈을 이룬 유이는 지금도 우주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중년의 별’이라는 별명이 유이를 따라다닌다. 그 이유는 2012년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 말 때문이다. “(나는) 아직 6등성이지만, 장래에는 1등성이 돼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중년의 별’이 되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년뿐만 아니라 우주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별이 되고 있다. 유이는 틈날 때마다 트위터(
@astro_kimiya)를 통해 지구에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지난주 한반도와 일본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 ‘고니’의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게시하기도 한다. 또 실험한 내용과 결과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때로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답을 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많은 이들과 함께 누리고 있다.
코모레비(필명) 일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