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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계화? 아르헨티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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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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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중앙노조연합 사무국장 그라나

돈 있는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브라질의 노동운동가는 ‘NO’를 외친다

사진/ (이진영 통신원)
브라질은 돈 있는 사람이 살기에는 참 좋은 곳이다. 그렇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느냐고 당장 반문하겠지만 돈 있는 사람보다 돈 없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살기가 정말 편하다는 의미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열명 중 아홉명이 나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느긋함. 중산층 가정의 여자들은 육아와 가사 노동의 부담을 손쉽게 덜어내고 직업이나 학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인구의 대다수인 저소득층이 값싼 비숙련 노동력을 거의 무한정으로 공급해주면서 계속해서 다수의 “가난하고 경쟁력 없는 사람들”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 개악을 온몸으로 거부


세계화가 계속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브라질사회처럼 되고 말 것이라고 <지구화의 함정>의 저자 한스 피터 마르틴은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인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상파울루 브라스에 자리한 중앙노조연합(CUT) 건물에서 만난 카롤로소 아우베르토 그라나(35) 사무국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직접 체험한 노동운동가이다. 그가 철공기술 노동자로 근무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 다나 아메리카 회사가 있는 곳은 이른바 ABC지역이라고 불리는, 상파울루시를 둘러싼 대단위 공업단지이다. 브라질 전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노동조합이라고 일컬어지는 ABC금속노조의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8월에 있었던 CUT 전국대회에서 3년 임기의 전국지부 사무국장으로 선출됐다.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나타나서는 요즘 노동법 개정안문제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다고 변명한다. 우선 현안이 되고 있는 노동법문제부터 물어봤다. “지금의 페르난두 엔리케 정부는 노동법(CLT)의 618조를 개정해서 고용주와 노조가 임의로 기본 노동권의 일부를 양보하는 내용의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정부쪽에서는 브라질의 노동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기업 운영 환경이 안 좋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라나는 “그건 다 거짓말”이라고 못박는다. “세금법을 간소화하고 금융 시스템 이용 부담을 줄이고 관료들의 뇌물 부패를 척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 운영 환경을 개선해야지 왜 노동법을 개악합니까?”

남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제일 먼저 도입한 아르헨티나경제가 너무 심각한 지경이 돼버려서 브라질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실정이다. 브라질은 세계화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일까. “세계화 경향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일 수밖에요. 세계화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겪는 지구화의 폐해는 심각하죠. 지금 미국에서 추진하고 페르난두 엔리케 정부가 열심히 협조하고 있는 미주 자유무역지대 설치만 해도 그래요. 그러다간 중남미가 다 아르헨티나처럼 되고 말아요.”

그에게 가장 힘든 질문, “대안은 무엇일까”를 물어봤다. “하하… 글쎄요.” 그는 웃으면서 담배를 한대 피워문다. “그 대안을 만들어보자고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2001년 세계사회포럼도 열었잖아요. 제 생각에는요. 지금 같은 형태의 세계화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앙연합노조(CUT)는 80년대에 노동자당(PT)을 창당한 브라질 사회운동가들을 키운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노조연합단체이다. 브라질 전국에 걸쳐 3천개 노동조합에 700만 노동자가 회원으로 있다. 그라나의 아버지도 ABC금속노조 회원이었고 그도 어려서부터 공장 근로자로 일하면서 일찍이 노조활동에 몸을 담았다. 학력이라고는 정부운영 기술학교에서 철공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전부다.

노동자당의 미래는 밝다!

만난 김에 내년 대통령선거 이야기를 물어봤다. 이번으로 4번째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노동자당(PT)의 룰라 명예총재는 30%로 일단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아, 이번에야말로 룰라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CUT 사무국장이 룰라 당선을 안 믿으면 누가 믿겠는가. “PT는 창당한 지 20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크게 발전했어요.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 상파울루를 비롯해서 전국 3500만 유권자가 지난 선거에서 노동자당 정부에 투표했습니다. 이제는 연방정부 집권을 기대해도 될 만큼 성장했고 경험도 풍부하다고 봐요.”

지구화의 미래는 과연 브라질의 모습과 같아질까? 소수만이 모든 특혜를 누리고 다수는 언제까지나 소외되고 비전없는 다수로 남아 있는. 브라질은 분명 살기 좋은 곳이다. 당신이 소수 안에 들어가 있다는 보장만 있으면.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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