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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세계를 뒤흔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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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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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지도자들과의 대화

뉴라운드 출범을 계기로 돌아본 반세계화 운동의 과거·현재·미래

사진/ 99년 뉴라운드를 반대하는 시애틀 시위대의 함성은 거대한 반세계화 물결의 시작이었다.(SYGMA)
1999년 11월30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애틀에 모인 각국 대표들의 아침은 재난이었다. 새벽 5시부터 시애틀 시내 중심가로 모여든 시위대가 거대한 인간사슬을 만들고 “WTO 해체”를 외치기 시작하자 대표단은 그들이 기대했던 ‘환대’를 포기하고 말았다. 급기야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개막식은 오후에 초라한 비공개회의를 갖는 것으로 대체됐다. 전세계에서 모인 6만여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점령한 사건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사태였다. 주방위군까지 투입된 베트남 반전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곳곳에서 고무탄을 쏘는 총성이 들렸다. 시위대는 이를 ‘시애틀 대전’이라 불렀다.

세기말의 끝물에 터져나온 이 돌발적 사건은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시애틀 시위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반세계화 운동의 물결은 전세계를 휩쓸었다. 뉴라운드 출범과 화려한 신세기를 꿈꿨던 세계화론자들은 “도대체 회의장소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가”라는 고민거리를 새로 안게 됐다. 지난 6월 세계은행은 반대시위를 우려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개발회의를 취소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회의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해 타이 회의장을 점령한 시위를 교훈삼아 멀리 하와이에서 총회를 개최해야 했고, WTO는 올해 각료회의를 카타르로 ‘피신’시켰다.

국제기구들은 공포에 떨었다


지난 시위들을 돌아보면 국제기구들의 ‘공포’를 이해할 만하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는 1만5천명의 인간사슬에 포위됐고,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은행·IMF 연차회의는 ‘프라하의 봄 이후 최악의 사태’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올해 4월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 6월 스웨덴 예테보리의 유럽연합정상회담 역시 시위대의 집중포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7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는 시위대 한명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탈리아 진압경찰의 잔인성에 세계가 경악했던 사건이다.

정상회담이나 국제기구 회의에 맞춰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는 이른바 ‘병행회의’(parallel conference)의 기원은 70년대로 거슬러올라가지만, 현재 시위양상의 전형이 만들어진 것은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다. 시애틀 회의가 유독 주목받았던 것은 거리에 뛰쳐나온 시위대의 적극적인 행동과 인터넷을 통한 조직방식 때문이었다. 참여단체들간의 이런 유례없는 조직방식은 이후 곳곳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의 모범이 됐다.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은 반세계화 운동의 또다른 전환점이었다. 다보스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반세계화 진영은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민사회 포럼을 갖고 연대를 공고히했다. 이제 반세계화 운동은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세계화론자들과 다른 관점의 회의를 진행하는 ‘탈지역적 병행회의’라는 전략을 개발해낸 것이다.

다양성은 약점인가 힘인가

사진/ 9·11 테러 이후 반세계화 운동은 '반미'로 낙인찍히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 워싱턴(위/ AFP 연합)과 영국에서 일어난 반전시위.(SYGMA)
‘시애틀 대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시위들은 불균등 발전, 빈부격차, 환경, 노동문제 등 초국적자본과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진행되는 세계화의 치부를 드러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는 이들의 발언을 주목하거나 최소한 경계해야 하는 현실을 맞았고, 심지어 이들의 의제를 흡수하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지식인들이 세계화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반세계화 운동의 또다른 성과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문화혁명’적인 요소이다. 68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반세계화 운동은 기존의 사회시스템에 절망을 느낀 민중의 저항의식을 끌어안는다. 이는 세계화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라는 사회적·정치적 의미와는 다른 차원의 하위문화적 열정이고 운동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편 유럽에서는 ‘정치세력화’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선거에 후보를 내거나 최소한 선거를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힘을 잃어가던 공산당 같은 ‘낡은’ 좌파 정당들도 반세계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유럽에서 반세계화 진영의 정치영역으로의 진출은 벌써 현재진행형이다.

시애틀 회의에서 시위대의 저항과 각국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타결되지 못했던 뉴라운드 협상은 지난 11월14일 카타르 정부의 안락한 보호 아래 선언문이 타결됨으로써 공식 출범했다. 세계화의 엔진에 시동이 걸린 시점에서 반세계화 운동은 이제 진영 내·외부적으로 제기된 여러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응전’해야 할 때다. 가장 자주 제기되는 비판은 너무 다양한 이념과 성향을 지닌 단체들이 엉성하게 결합돼 있어서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노바 G8정상회담을 위해 모인 ‘제노바 사회포럼’은 시위방식을 놓고 내분을 빚기도 했으며 제3세계 부채탕감을 위한 ‘주빌리2000’ 회의에서는 남반구와 북반구 국가 단체들 사이에 견해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공회대 NGO학과 조효제 교수의 구분에 따르면 반세계화 진영은 네 가지 조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세계화의 방향을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조류로 다국적기업에 동조하는 극소수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다. 두 번째는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완전거부형’으로 월든 벨로, 아시아의 가장 큰 반세계화 단체인 ‘포커스 온 글로벌 사우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원주민 토지운동을 전개하는 ‘MST’, 프랑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미국 소비자운동의 대부 랠프 네이더 등이다. 세 번째는 자유무역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주목하되,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개혁형’이다. 여기에 아탁, 브레튼우즈 프로젝트, 주빌리2000, 코퍼럿 워치 등 대다수의 반세계화 NGO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기존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완전히 다른 대안을 추구하는 ‘대안형’이 있다. 일부 사회운동단체와 무정부조직들로 구성되는데, 멕시코의 사파티스타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성향의 단체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나 정부와의 관계설정, 정치적 비전 등에 엇갈린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다양성이 바로 ‘힘’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적’에 대항하기 위해 하나의 이념에 따라 강제적으로 짜여진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다는 주장이다.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활동가인 이창근씨는 “단체들간의 핵심적 연대운동도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전개방향은 세계사회포럼을 중심으로 전략적 측면에서 유기적인 연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에도 포르투 알레그레 사회포럼에서 여러 이슈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9·11 테러, 반미의 낙인

조직의 문제뿐 아니라 세계정세도 난제로 다가오고 있다. 9·11 테러는 반세계화 진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1월2일치 기사에서 반세계화 운동이 제2의 물결을 찾고 있으며 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세에 반기를 드는 것과 연결된다고 썼다. 테러 이후 특히 미국에서는 반세계화 단체에 ‘반미’라는 낙인을 찍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당연히 운동의 입지는 계속 축소됐다. 이에 격분한 아탁 의장 베르나르 카상은 “테러는 반미, 반세계화는 반미, 고로 반세계화는 테러”라는 기만적인 삼단논법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전은 WTO 반대, 토빈세 도입, 제3세계 부채탕감이 중심이었던 반세계화 진영의 의제 중 새로운 항목으로 떠올랐고, 실제로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반전시위에 대다수의 단체들이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무조건적인 반미로 몰아가는 것은 이데올로기 공세의 측면이 짙다.

여러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반세계화 운동이 던진 안티테제는 지금 지구를 흔들고 있다. 유럽의 노학자부터 한국의 농민운동가들까지, 이들은 왜 반세계화를 외치는가.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쌍두마차는 어느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가. <한겨레21> 통신원들은 이 의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반세계화 지도자들을 만났다. 어쩌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해답은 <반세계화의 논리>의 저자 윌리엄 K. 탭의 말 속에 있는지 모른다. “역사적인 각성의 분기점은 그 사건이 막 일어나고 있을 때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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