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지금은 제4차 세계대전?

386
등록 : 2001-11-28 00:00 수정 :

크게 작게

사파티스타민족해방전선 전국조정위원회 대변인 카리요

멕시코 치아파스 공동체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연대를 촉구하는 사파티스타의 전사

사진/ (박정훈 통신원)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이하 FZLN) 전국조정위원회 대변인 엔리케 아빌라 카리요(56·멕시코시티 사범대 역사학 교수)는 15살 때부터 정치조직에 참가해 68년 멕시코올림픽 당시 틀랄텔롤코 광장에서 벌어졌던 대학살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이후 다른 많은 동지들이 체 게바라의 뒤를 따라 게릴라의 길을 걸을 때 그는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제 과거 30년 정치 활동은 실패로 끝났지요. 하지만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은 세계화에 맞서 유일한 대안을 보여주는 정치세력이에요”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세계화는 민중을 상대로 한 초과착취 전쟁, 냉전 이후 제4차세계대전”이라며 말문을 연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경제


지금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세계화의 현실은 뭘까. 멕시코에선 가장 먼저 철도가 민영화되었고, 바나멕스(BANAMEX), 반코메르(BANCOMER) 등 은행들이 국유화됐다. 바나멕스는 36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그는 “외자가 유치되면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지요. 이제 외국자본은 전기산업과 석유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라며 현 멕시코의 현실을 개탄했다.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하자 멕시코 농민 중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현재 미국엔 800만명의 멕시코 사람들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불법체류를 용인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장려하고 있다. 멕시코인의 임금은 미국인 임금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세계화의 실상이다.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의 대안은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그는 사람들 스스로가 반세계화가 바로 자신의 투쟁이란 것을 자각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에선 1억 인구 가운데 고작 100만명이 인터넷을 할 뿐이다. “활동가들은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활동에 적극적이지요. 이것은 아주 더디고 어렵습니다.”

1997년 9월16일 멕시코 독립기념일에 FZLN은 창립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제도혁명당의 에르네스토 세디요 정부가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과 맺은 산 안드레스 협정을 이행하게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산 안드레스 협정은 멕시코의 모든 시민사회가 토론 속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 협정 이행을 위해 활동가들이 모여 자신의 지역에서 시민위원회를 조직했고 그 대표들을 보내 전국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카리요는 전국조정위원회가 권력장악을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좌파조직이 아니며 위로부터 상명하달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난 96년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이 제안해서 라칸도나 정글에서 열린 ‘신자유주의에 맞서 인간성을 옹호하는 제1차 대륙간 회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진영의 첫 국제회의였다. 그동안 국제인터내셔널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조직되었지만 그 회의의 목적은 좀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었다.

“당신이 치아파스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그곳엔 덴마크, 필란드, 독일 , 미국, 일본,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온 동지들이 있지요. 그곳은 하나의 바벨탑이에요. 그러나 그것은 베트남 전쟁과 쿠바 혁명이 만들어낸 연대와는 다른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활동 중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일군의 이탈리아 활동가들이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을 대형트럭에 싣고 치아파스에 도착했다. 라칸도나 정글에 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의 삶과 원주민들의 삶이 바뀌어가고 있지요.”

한국의 동지들에게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국의 반세계화 운동 진영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 민중이 사파티스타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신선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전 늘 한반도가 낡은 마오주의 중국과 타락한 제국주의 미국 사이에서 샌드위치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구상을 펼쳐내려는 이들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동지들입니다.”

멕시코시티=박정훈 통신원 jhpark@hotmail.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