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핵발전소의 안전성 우려 높아져… 부시 정부 핵에너지 정책에 치명타
9월11일 테러사건이 난 직후, 주요 미국 언론 등은 다음 테러의 가능성으로 생화학 공격과 핵시설에 대한 공격 등을 언급했다. 이미 탄저병의 공포가 휩쓸고 있는 지금, 핵을 이용한 공격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미국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전체 전력 중 약 20%를 핵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에는 현재 103개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며 10개의 핵무기시설이 있는데, 이중 많은 핵발전소가 인구 밀집지역인 동부에 몰려 있다.
충격적인 모의실험 결과
미국 핵발전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테러공격의 대상이 되어왔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 10월21일치는 미 연방수사국(FBI) 보고서를 인용하며 지난 9월11일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비행기가 근처 5개의 핵발전소 중 하나를 공격하려다 불발로 그친 것일 수 있으며 스리마일 핵발전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등으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17일에는 스리마일 핵발전소에 테러공격이 있을지로 모른다는 정보가 들어와 부랴부랴 근처 국제비행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임이 밝혀져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발전소는 1979년 미국 핵발전 역사상 최대의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켜 미국 핵산업에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유엔의 국제원자력기구도 11월2일 비엔나에서 핵과 테러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모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핵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며 “만약 사고가 나면 방사능물질은 대치하고 있는 전쟁터 없이 드나들며 이로부터 안전한 성역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핵물질 확산 방지를 규제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환경단체들을 그동안 핵발전소가 핵물질 확산의 주된 원인임을 이유로 이 기구의 두 가지 설립 목적은 서로 모순된다는 비난을 해왔다. 이번 사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에너지 평화적 사용은 핵물질 확산과는 무관하다”라는 그동안의 주장은 크게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발전소 안전성, 핵발전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문제 규제 등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 핵규제위원회가 103개 핵발전소의 안전장치에 대한 모의테러공격실험을 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 실험은 방사능이 노출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한 실험이 아니라 핵발전소 최악의 사고로 알려진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에 관한 실험이어서 테러공격을 받을 때, 방사능 누출사고의 위험성은 그보다 훨씬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핵발전소가 공격받아 방사능물질이 방출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한개의 핵발전소 안에는 핵무기가 폭발할 때보다 1천배가 넘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의 데이비드 록바움은 “수십만명이 수십년 동안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핵발전소 사고도 위험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장소가 공격받는 경우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테러 방어대책이 핵발전소보다 더욱 취약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핵의 인류에 대한 위협을 상징적인 ‘최후의 날 시계’를 통해 알리고 있는 <원자력과학자 회보>(Bulleten of Atomic Scientists)는 곧 모임을 가져 핵시계를 자정에 가깝게 변경시키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도 대비책 강화
미국 정부는 대비책으로 핵발전소나 핵무기시설이 있는 40개주 중 뉴욕주, 뉴저지 등을 비롯한 13개주에 국가방위군을 주둔시켰다. 에드워드 마키 미 하원의원은 “국가방위군 배치여부는 현재 주정부 결정에 따르고 있는데 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11월14일, 103개의 핵발전소 주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요오드화칼륨 약품에 관련된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 법의 제안동기에 대하여 “사이프로가 탄저병에 필요하다면 요오드화칼륨은 핵발전소 사고시 필요한 약품이니 이 약품을 연방정부는 평상시 마련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미 핵규제위원회는 103개 핵발전소 주변 200마일 이내의 가구에 요오드화칼륨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을 늘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핵발전소 주변 50마일 내의 가구는 요오드화칼륨을 항상 비치해놓아야 한다. 핵발전소 사고시 수시간 이내 요오드칼륨을 복용하면 방사능으로부터 갑상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의 핵규제위원회는 혹시 웹사이트 정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이용당할까봐 지난 10월24일에 웹사이트를 완전 폐쇄했다. 이를 이용해오던 시민단체들은 “선별적이 아닌 모든 정보 차단은 시민들의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감시조차 불가능하게 만든 조치이며 만약 핵규제위원회 웹사이트 정보가 그토록 테러리스트들에게 중요하다면 한달이 지난 뒤에 폐쇄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테러공격 한달 뒤 모든 정보를 차단한 핵규제위원회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엑셀런(Exelon)사는 소유하고 있는 일리노이주와 필라델피아 근처의 핵발전소에 감시카메라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임시 노동자들의 전력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10월30일부터 86개의 핵발전소와 핵시설 주변 10마일 이내, 상공 1만8천 피트 이하의 비행을 잠정적으로 금지시켰고 11월2일 이후엔 비행금지 대상지역을 수시로 변경시키고 있다. 벤 질먼 공화당 의원은 “일부가 아닌 모든 핵발전소와 핵시설 주변의 비행을 영구히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핵쓰레기 운반 열차나 트럭에 대한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과거 핵연료 재처리장이었던 뉴욕주의 웨스트 밸리에서 아이다호 국립실험실까지의 사용후핵연료 운송계획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핵시설에 대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11월9일 영국도 미국처럼 핵발전소 근처 비행을 금지하기로 했고 독일은 전체 전력 중 약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 19개의 핵발전소의 폐쇄를 핵발전소가 테러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정부와 핵산업계는 올 7월, 2018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서명한 바 있다. 프랑스도 테러에 대비해 핵연료 재처리공장 근처에 지대공미사일을 설치했고 캐나다도 지대공미사일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등 지구촌에 핵시설에 대한 경계문제가 다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 ‘불구경’만 하고 있는가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에너지정책은 핵발전소 건설 재추진이라든지 정유시설과 대규모 댐 건설 등에 많은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반환경적인 에너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발전소의 테러공격에 관한 논쟁들은 부시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 관련 논의들은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핵산업을 더욱 내리막길로 내몰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논의들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한국은 전체 전력 중 약 40%를 핵에너지에서 얻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한국에는 2001년 10월 현재, 1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고 건설중인 4기를 포함해 2015년에는 28∼30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이러한 핵발전소 건설계획은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핵발전소 안전문제는 우리에게 핵발전 가동에 따른 본질적인 문제들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핵에너지 사용은 핵쓰레기, 핵물질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언젠가는 결국 방사능물질 방출 위협으로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또한 핵발전소 가동 등에 수반된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물질의 영구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속적인 핵발전소 가동을 위해서는 비밀유지, 시민들로부터 정보차단, 시민복종, 감시와 상호불신, 통제 증대 등이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사회와 배치되는 기술관료가 지배하는 통제된 정치, 사회체제로의 변형을 요구한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발전소 논란은 ‘남의 집 불구경’만은 아닐 것이다.
델라웨어=김정경/ 델라웨어대학 에너지환경정책센터 연구원

사진/ 핵발전소 주변을 삼엄하게 경비하고 있는 미 국가방위군. 핵시설 테러에 대한 공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GAMMA)
유엔의 국제원자력기구도 11월2일 비엔나에서 핵과 테러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모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핵시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정하며 “만약 사고가 나면 방사능물질은 대치하고 있는 전쟁터 없이 드나들며 이로부터 안전한 성역은 없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핵물질 확산 방지를 규제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환경단체들을 그동안 핵발전소가 핵물질 확산의 주된 원인임을 이유로 이 기구의 두 가지 설립 목적은 서로 모순된다는 비난을 해왔다. 이번 사건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에너지 평화적 사용은 핵물질 확산과는 무관하다”라는 그동안의 주장은 크게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발전소 안전성, 핵발전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문제 규제 등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 핵규제위원회가 103개 핵발전소의 안전장치에 대한 모의테러공격실험을 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 실험은 방사능이 노출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한 실험이 아니라 핵발전소 최악의 사고로 알려진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에 관한 실험이어서 테러공격을 받을 때, 방사능 누출사고의 위험성은 그보다 훨씬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핵발전소가 공격받아 방사능물질이 방출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한개의 핵발전소 안에는 핵무기가 폭발할 때보다 1천배가 넘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의 데이비드 록바움은 “수십만명이 수십년 동안 고통받게 될 것”이라며 “핵발전소 사고도 위험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저장장소가 공격받는 경우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테러 방어대책이 핵발전소보다 더욱 취약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핵의 인류에 대한 위협을 상징적인 ‘최후의 날 시계’를 통해 알리고 있는 <원자력과학자 회보>(Bulleten of Atomic Scientists)는 곧 모임을 가져 핵시계를 자정에 가깝게 변경시키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도 대비책 강화

사진/ 미국 동부지역의 한 핵발전소 전경. 미국 정보는 상공 1만8천피트 이하의 비행을 잠정적으로 금지시켰다.(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