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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국 관료사회의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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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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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계|재외공관 긴급진단

상관 접대에 깍듯하고 건물 임대료로 거액을 쓰는 상파울루 영사관이 제구실을 하고 있을까

사진/ 상파울루 총영사관이 있는 건물. 임대료만 한달에 2만여달러 가까이 된다.
필자는 1년 반 남짓 공관 현지 고용인 생활을 한 적 있다. 그 기간 동안 남은 것이라면 “내가 한국 공무원 관료체계의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재외공관이나 비슷하겠지만 상파울루 총영사관의 외교관들도 주요 업무는 한국에서 오는 높은 사람 접대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공항에 모시러 가고, 식사 대접하고, 호텔에 과일바구니 보내는 일 등이 그것이다. 어느 정도 고급 인력이라고 자부하는 외교부 파견관리들도 이런 일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해야 한다는 데 자괴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신념이나 뚝심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데가 조직사회인데 어쩔 것인가. 정부가 장관급 이하 방문객에게 외교관 영접을 금지하거나 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노동소송 하나 처리 못해 전전긍긍

상파울루 총영사관은(공관이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상파울루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중심지 대로에 자리해 있다. 임대료만 한달에 2만달러 가까이 된다. 일년치 임대료면 같은 동네의 참한 주택을 하나 살 수 있는 돈인데, 10여년이 넘게 그 돈을 임대료로 쓰고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차라리 공관을 구입하는 게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오는 관리들마다 한다고 한다. 그러나 본부에서 공관을 구입하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 공관 구입 차례가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고 그때까지는 임대료로 적지 않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상파울루 총영사관에서는 몇년째 큰 골칫거리가 있다. 총영사관이 처음 상파울루에 설치된 1970년부터 10년을 일했던 브라질인 운전사가 제기한 노무소송문제다. 필자가 영사관에서 일하던 시절인 98년에도 이미 오래된 사건으로 여겨졌던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나지 않았다.

‘파질랴’라는 이름의 브라질인 운전사가 건강상의 문제로 퇴직했을 때 근무기간에 상당하는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사건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배상액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1998년에도 담당자들은 1963년의 비엔나협약에 의한 재외공관의 면책권만 붙들고서 시간을 연장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태도는 근무연한을 채우고 다음 사람한테 넘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질에서 노동소송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년 기준으로 3300달러에 불과한데 특히 계층간 소득격차가 심해서 평균 개인 월소득은 150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그렇지만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로서 노동관계법과 노동소송은 상당히 엄격하다. 노동소송이 걸렸을 때 열에 아홉은 고용주가 패소하기 때문에 노동법 준수가 필수라는 건 브라질에 이민와서 조그마한 장사부터 시작하는 어떤 한국사람이든 6개월이면 깨닫는 사실이다. 현지의 노동법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끈질기다는 걸 공관 담당자들도 잘 몰랐고 보고를 받아 지시를 내리는 본국의 윗사람들은 더더욱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영사 확인과 도장받는 데 두 시간

상파울루 영사관에서는 상파울루지역의 8개 교도소에 12명의 한국인이 수감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은 살인, 공갈, 문서위조, 마약사범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소한 행정업무 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사관이 이들 한국인 범죄자들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 한명이 민원서류 뗄 일이 있어서 영사관에 갔다 와서 울화통을 터뜨렸다. 한국 신문에는 연일 외교 업무체제를 혁신하고 영사 업무를 강화한다는 둥 대책에 바쁜 양 나오는 모양인데 변한 건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었다. 별것도 아닌 서류 하나에 영사 확인과 도장을 받느라고 두 시간을 기다렸다 왔다고 한다. “한국 관청이 원래 그렇잖아. 문제 터지면 그때뿐이야. 아니, 그때만이라도 좀 개선되는 흉내라도 보였으면 좋겠어!”

상파울루=글·사진 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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