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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무 늦은 ‘교민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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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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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세계|재외공관 긴급진단

필리핀 감옥에서 2년을 보낸 송형택씨… 중국 사형사건 불거지자 부랴부랴 보석 요청

사진/ 면회실에서 만난 송영택씨. 그는 현지법에 대한 무지로 2년여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
‘따르릉.’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집에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우리 남편이 곧 나올 것 같아요.” 전화를 받자마자 앞뒤없이 들뜬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김선애(46)씨. 그의 남편 송영택(46)씨는 1999년 12월10일 구속된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필리핀의 수도 퀘존시 감옥에 갇혀 있다(371호 움직이는 세계 참조).

그 2년여 동안 아내 김선애씨는 한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주방에서부터 현재는 식품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남편 옥바라지와 고국에 남겨둔 두딸의 생계까지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 중국에서 한국인 사형소식이 있은 뒤 한국 대사관쪽이 부랴부랴 송영택씨 사건관련 담당 판사와 검사를 만나 불구속 재판으로 보석처리해줄 것을 요청, 조만간 바깥 세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게 된 것이다.


초기 개입 없으면 수감생활 길어져

3년 전인 1998년 11월3일에 필리핀에 발을 디딘 송영택씨는 외국인이 사업주가 될 수 없다는 현지법에 따라 필리핀인 명의로 사진관을 개업했다. 그리고 1년여 가까이를 기다려야 까다로운 노동비자를 받을 수 있는 현지 사정에 따라 관광비자를 연장하면서 생계를 위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낯선 이국땅에서 말도 통하지 않았던 한국인 이주노동자 송영택씨를 기다린 것은 불법취업 신고였다. 급기야 자신의 소중한 재산마저 필리핀인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해 이삿짐을 꾸려 피신하자 절도죄 명목이 추가됐다. 자신의 물건을 훔친(?) 죄로 송씨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당하면서 650여일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송씨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이지만 한국대사관에서는 형사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기에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개인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구속당한 이후 그는 통역원이 없어 상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마 몇몇 교민들의 도움으로 자원봉사 통역원을 소개받았지만 고소인쪽의 잦은 불출석으로 재판이 유예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필리핀에서 재판 계류중인 교민 수는 한국대사관의 파악에 의하면 17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고접수 안 된 건수를 감안하면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살인사건으로 종신형을 받은 1명 이외에 4명은 형사범이고 나머지 15명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 계류중에 있다. 필리핀에서는 단순 고소사건으로 구속이 가능해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짧게는 수개월 이상을 기나긴 재판으로 보내야 한다. 또한 구금기간 동안 현지 언어가 익숙지 않은 교민들은 재판과정에서 오고가는 내용에 대해 전혀 의견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필리핀 한인회 회장 홍성천(57)씨는 “교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줄 만한 인권 관련 기구가 없어서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회 임원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민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전 한인회장 박현모씨는 이 때문에 한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초기에 한국대사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대다수 교민들에게 문제가 생길 때 대사관에서 초기에 적극적인 개입할 경우 더 큰 어려움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 당해도 대사관 찾긴 어려워

현재 필리핀대사관(대사 손상하)의 경우 국정원, 무관, 법무 등 13명의 공관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중 일선에서 일하는 영사관의 경우 교민민원, 여권,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3명의 영사가 그나마 일선에서 교민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한국에서 도망나온 수배자들이 많아 이들이 일으키는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으며, 현지법과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실수로 적지 않은 교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불평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대사관에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이 교민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아직은 문턱이 높다는 말이다.

송영택씨는 지난 2년여간의 감옥생활을 동안 자신처럼 한국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당할 고초가 함께 떠올라서 필리핀 정부에 감히 원망을 못하겠다고 한다. 송영택씨의 경우에는, 설사 불구속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감당해야 할 보석금문제와 계속 진행될 재판이라는 또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마닐라=글·사진 나효우 통신원 nahyowoo@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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