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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스킨십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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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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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NG리포트

일러스트레이션/ 설은영
외국 생활에서 부딪치게 마련인 이른바 ‘문화충격’의 경험은 브라질로 떠나기 전부터 시작됐다.

브라질에 갈 준비를 하면서 포르투갈어 과외 공부를 하던 시절에 생긴 일이다. 비슷한 또래의 아가씨 한명과 함께, 당시 서울에서 몇달간 머물고 있던 브라질 동포 총각 두명에게 포르투갈어를 배우러 다녔다. 지금은 상파울루 동포사회에서 알아주는 중견 사업가들이 된 그들은 그때는 88년 서울올림픽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가 잠시 귀국을 미루면서, 서울에서 뭐 해볼 만한 일이 없을까 기웃거리고 있던 방황하는 20대 후반이었다.

포르투갈어를 많이 배웠던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젊은 남녀들이 어울려서 시시덕거리는 재미에 두어달을 다녔고 그러다가 청년들은 갑자기 “그냥 브라질에 돌아갈래요”하면서 출국 날을 잡았다.

‘포르투갈어 선생님’들이 떠나던 날, 같이 공부하던 여자친구와 나는 김포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문까지 같이 걸어가서는 이제 잘 가라고 손을 흔들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선생 총각 중 한명이 같이 갔던 친구를 대뜸 붙잡더니 두볼에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친구한테 뽀뽀를 했으니 이제 나에게도 하러 오겠구나, 생각하면서 가슴이 덜덜 떨렸다. 그때까지 남자하고 키스 한번 해본 적 없었다… 라는 건 물론 아니지만 그렇게 공공연한 장소에서 남자가 내 볼에 입을 맞춘다는 건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뺨에 작별인사 키스를 받느라 놀라고 긴장했던 날로부터 몇달이 지난 뒤 나도 브라질로 왔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여기서 살면서 이제는,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친구라도 그 다음날 다시 만나면 마치 오랜만에 보는 듯이 반갑게 끌어안고 볼에다 입을 맞추는 브라질식 인사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브라질에 사는 한국 사람들, 특히 여자들 중에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잘 모르는 남자가 입 맞추자고 끌어안는 건 정말 싫어요. 그래서 가까이 오면 얼른 손 내밀어 먼저 악수 청하고 말지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살(肉)맛’보다 더 좋은 게 없는데 왜 그럴까 하며 혼자 갸우뚱거린다. 만나면 끌어안고 볼을 맞대는 인사에는 얼른 길이 들었지만 여럿이 만나는 자리에 도착할 때면 반드시 한명한명 붙들고 안부를 묻고 또 헤어질 때 다시 일일이 한명씩 붙들고 작별 키스를 하는 브라질식 인사가 습관이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서울 방문 길에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모임에는 주로 남자 동창들이 많이 나왔다. 10년 만에 만났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모습들이 참 반가웠다. 한명씩 품에 얼싸안고 볼에 입을 쪽쪽 맞췄으면 속이 시원하겠는데 동창들은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고 멀찌감치 서서 쳐다보며 웃기만 했다. 개별적인 안부 인사라는 것도 없었다. 가장 친밀하게 개인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말이 고작 “너 왜 이렇게 살이 쪘냐?”였다. 모임이 끝날 때까지 온몸이 근질거렸지만 헤어지는 자리에서도 한국 사람들답게 빨리빨리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 만나는 날에는 꼭 브라질식으로 끌어안고 뽀뽀를 해줘야지 벼르면서 집에 돌아왔다.

책으로 보는 세계|<아흔아홉가지 중국인의 성격>

알 수 없는 중국인?

1980년대 이후, 정확히 말하면 개방화 정책을 실시하고부터 중국 사람들은 종잡을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분야를 제외한 사회 각 분야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변화무쌍한 것은 사람들의 심리상태이다. 변화과정에서 빠르게 자신의 이익을 낚아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의 성공에 눈에 불을 켜고 시샘하는 이도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요즘 다양하게 노출되는 중국인들의 심리상태를 99가지로 정리해놓은 책 <아흔아홉가지 중국인의 성격>(샤오다오셩(邵道生)지음·길림촬영출판사 펴냄)이 지난 9월 출판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학 연구원인 지은이는 “창조는 불일치의 결과물”이라고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다소 지나친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의 주장은 이렇다. 지금의 중국인이 과거의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찾아내고, 내가 남과 무엇이 다른지를 찾아낼 때 ‘창조’라는 성과물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변화에 휩쓸리듯 끌려가는 일부 몰지각한 중국인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한편 ‘바른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중국에 부는 시장개방 바람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들을 그는 “열기에 휩싸여 자기 몸이 타버리는 줄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꼬집는다. 해외유학 열기, 주식투자 열기, 부동산 열기, 스타 열기 등 개방 바람을 타고 사회 곳곳에 뜨거운 열기가 치솟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에 대한 고려없이 모두 ‘열기’에 후끈 달아올라 맹목성을 보이는 이들을 향해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하루바삐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충고한다. 문화대혁명이란 기간을 거치면서 온 국민이 정치화 혁명화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던 상황과 지금이 뭐가 다르냐는 반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이득을 찾으려는 ‘아첨꾼’도 있고 모든 관심이 눈앞의 이익에 집중되어 있는 ‘재물 근시증 환자’도 있다. 이 밖에도 예나 지금이나 경계해야 할 사람들도 소개되어 있다. 늘 자신이 모든 일을 지휘하고 싶어하고 명령하고 싶어해 다른 사람과 협력을 도모할 줄 모르는 사람, 엉뚱한 상상을 하며 생각없이 행동하는 어린애 같은 사람, 쓴 약을 싫어하는 사람 즉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막아버리는 사람 등이다.

옛말에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이어 한마디를 더 첨가해본다면 “그중에서도 중국 사람 속은 오리무중이다”. 중국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체 속내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들이 가장 절실히 느낄 것이다. 그만큼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 중국인이다. 이 책에서는 타인에게 병적으로 배타적인 중국인들의 심리를 구석구석 들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60살인 중국 사회학자가 본 중국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속내를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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