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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래도 식료품이 안 남을 때 가장 기쁘다”

푸드셰어링의 푸드세이버 니코 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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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2 13:0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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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를 1시간여 앞두고 푸드셰어링 회원들의 ‘작전회의’가 열렸다. 회원 20여 명이 바구니에서 식료품을 나눠주는 행동강령에 대한 푸드셰어링 활동가의 설명에 귀기울였다. 이날 독일연방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위해 학생·물리치료사·교사 등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회원들이 전날 슈퍼마켓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식료품을 구해왔다. 푸드셰어링의 이날 시위 책임자인 니코 벡(24·재활치료사)에게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었다.

-푸드셰어링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식료품을 공짜로 나눈다. 의미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누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냉장고에 음식이 많이 남아 있다. 푸드셰어링 웹사이트에 어떤 식료품을 나눠줄 수 있는지, 몇 시까지 어디로 가면 받을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올린다. 그러면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가져간다.

-푸드셰어링에서 무슨 일을 맡고 있나.

=나는 푸드세이버로 일한다. 슈퍼마켓·빵집 등에서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팔 수는 없지만 아직 신선한 식료품을 구해내는 일을 한다. 그 음식을 어떻게 할지는 식료품을 얻어낸 각자의 재량에 달렸다. 인터넷에 올려서 나눠주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주기도 한다. 푸드셰어링과 관련된 일을 하는 시간은 주당 10시간가량 된다.

-이런 일이 어떤 효과가 있다고 느끼나.

=어제는 버려질 뻔한 빵을 4상자 가져왔다. 멀쩡한 식료품을 구해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식료품을 공짜로 가져오니까, 개인적으로도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겠다.

=그건 긍정적 효과긴 하다. 하지만 식료품이 하나도 남지 않고 팔렸거나 처리됐을 때 오히려 기쁨을 느낀다. 식료품 판매업자나 유통업자와도 친해지는데, 어떻게 하면 식료품을 낭비하지 않을까 같이 고민하고 토론한다.

-회원들끼리 자주 만나는가.

=한 달에 1번, 또는 두 달에 1번 정도 만난다. 어떻게 협력할지 등 정보를 교환한다.

-여기서 어떻게 일하게 됐나.

=식당에서 일할 때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는 걸 봤다. 나 한 사람이 컨테이너에 버려진 음식물을 꺼내오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래서 버려지는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찾게 됐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같이 사는 친구도 나를 따라 푸드셰어링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이웃들도 내가 식료품을 구해오는 날엔 알아서 현관문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푸드셰어링 활동 이후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음식물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장을 볼 때 사과에 흠집이 있나 없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사게 된다. 혹시라도 남게 되면 누군가에게 준다. 이를 통해 내 삶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꾸려갈지를 배우게 됐다. 일은 다소 힘들지만, 이런 책임이라면 기꺼이 떠맡고 싶다. 이건 지구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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