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공화국 프라하에 거주하고 있는 ‘RuExp’ 팀원 이혜진씨가 팁투어에 참여한 여행객들에게 프라하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RuExp팀 제공
체코에서는 ‘팁’도 과세 대상 ‘묻지마 여행’ 시작점인 부다페스트에서도 팁투어와 비슷한 방식의 프리워킹투어를 접했다. 그저, 여행 가이드북을 챙기지 못한 덕분이었다. 무엇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다뉴브강 주위 풍경이 궁금했다.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를 뒤적이다 ‘프리부다페스트워킹투어’가 눈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비가 내리던 9월1일 오전 10시30분 뵈뢰슈마르티 광장엔 50여 명의 여행객들이 모였다. 프리워킹투어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여행객 수가 많아 투어팀이 둘로 나뉘었다. 가이드는 헝가리 대학생들이었다. 함께 걸어다니며 ‘생목소리’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투어비를 주었다. 백승구씨는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이러한 방식의 투어가 시작됐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어떤 지역 대학생들이 자신의 동네를 알리기 위해 무료로 투어를 진행했고 여행자들은 그 수고에 대해 팁을 주면서 이러한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뿐 아니라 마드리드·베를린·코펜하겐·더블린 등 유럽 대도시에선 프리워킹투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투어를 구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50만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오늘공작소 청년(제1027호 표지이야기 참조)들이다. 신지예(25)씨는 지난해 가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여행을 갔다가 그 지역에서 자란 청년들이 진행하는 프리워킹투어에 참여했다. “동상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구의 무덤인지 등을 알려주었는데 그런 점이 흥미로웠다. 서울 망원동에선 20년 전에 물난리가 크게 났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강도 보고, 그 기억을 간직한 어르신들 이야기도 들려주는 투어를 해보면 어떨까 한다.” 다른 프리워킹투어와 비교해 팁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프라하 소재 기업에 채용되면서 생활 기반을 옮기게 된 한국인 백승구·이혜진(36)씨가 팁투어를 진행한다. 이들에겐, 원래 하고 있던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공통적 고민이 있었다. 2011년 초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는 일을 함께 하자며 ‘RuExp’(Are you experienced?·경험해보았는가?) 팀을 만들었다. RuExp팀이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팁투어다. “투어에 참여한 분들이 체코 고유의 역사와 문화, 중요한 인물을 알아가면서 결국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주변 강대국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체코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그러다보니 근현대사도 우리 역사와 중첩된다.” 남의 나라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다른 이들에게 설명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타래처럼 얽힌 체코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했다. 근현대사에 대해선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므로,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신문을 수집해 현재 관점과 비교해보았다. 공산주의 체제를 실제 경험했던 지인들의 경험담을 듣기도 했다. 체코에서는 ‘팁’도 과세 대상이다. 백승구씨는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단체로 팀을 꾸려나가고 싶었지만, 소득이 있는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한회사 법인을 만들어 매달 팁투어를 통해 번 돈을 체코 정부에 신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맨스 대신 호기심을 얻었다 9월11일 여행 말미, 바츨라프 광장을 다시 찾았다. 광장 끝 중앙박물관 앞 바닥에는 십자가가 있다. 누군가 그 위로 꽃다발을 놓아두었다. 1968년 ‘프라하의 봄’ 항쟁이 소련군을 비롯한 무력으로 진압된 뒤, 1969년 1월 얀 팔라흐라는 젊은이가 소련의 압제에 항거하며 분신을 시도한 자리다. “일부 관광객들이 이 십자가를 밟고 서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경우를 본다. 그러지 말아달라.” 팁투어에서 들었던 당부의 말이 떠올랐다. 광장 주위로 카페, 쇼핑몰, 호텔 등이 즐비하다. 이름 모를 남자의 바이올린 연주 소리가 차 소리와 뒤섞여 울려퍼진다. 옷깃을 여미며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프라하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다페스트에서 빈으로 향하는 기차칸에는 꽃청년은커녕 중년 남녀 몇 사람만이 있었다. 1등석을 탔기 때문이려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로맨스 대신, 호기심을 얻었다. 프라하(체코)=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 참고 문헌: <프라하 이야기>(혜지원·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