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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학, 시장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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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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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등록금에 학비보조금도 그림의 떡… 중국 대학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사진/ 인민대학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지방학생이 베이징 소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이정용 기자)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신문인 <푸뉘바오>에 5천위엔(약 80만원)이라고 적힌 등록금 통지서를 들고 대학교 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서 있는 한 여학생의 사진이 실려 독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의 대학교육비 상승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올해 9월 한 교육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대학의 연간 평균학비는 5천위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90년대 초에 비해 5배 정도 오른 금액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가나 성(省)에서 일부 지원했던 학비보조금이 없어지고, 학비가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비부담이 되면서 대학교육은 그야말로 돈있는 집 자녀들만의 전유물이 돼가고 있다.

1인당 GDP의 77%가 교육비?


최근 한 기관에서 지방도시주민들을 대상으로 연평균소득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5425위엔(약 87만원), 3인가구 연간수입은 평균 1만6275위엔(약 26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경우 1년 학비로 평균 5천위엔이 들어가고, 대학을 다닐 경우 학비 5천위엔 외에 기숙사비, 생활비, 교재비 등 연간 1만위엔이 족히 들어간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 가정에선 자녀를 대학에 보내면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지방도시주민들이 이러한 상황인데 농촌의 상황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9월 말 <베이징완바오>가 베이징 등 10개 대도시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비 지출내역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교육비 지출이 생활비의 가장 많은 부분(19%)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6500위엔으로 교육비 지출을 5천위엔으로 잡으면 교육비가 1인당 GDP의 77%를 차지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다.

중국의 이같은 교육현실은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 나아가 빈익빈 부익부의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소도시나 농촌의 자녀들에게 대학은 온 가족의 굶주림을 감수해야 갈 수 있는 먼 나라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편 도시의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연간학비가 1만위엔을 넘어서는 사립학교을 다니고 있다.

최근 베이징 통계국에서 베이징시 고수입가정(연간수입 5만위엔 이상)의 교육비지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연평균 8042위엔(약 128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베이징시 일반가정 평균비용의 6.2배에 달한다. 또한 대학생 자녀를 키우는 데 지출되는 비용은 약 16만위엔(약 2560만원)으로 나왔다. 이들 가정 가운데 자녀를 연평균학비가 1만6411위엔(약 260만원)인 사립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중국은 90년대 학비제도개혁 이래 교육도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경제 아래서는 학교가 곧 시장이라는 논리가 중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상품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교육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출신들은 불공정한 교육제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지방학생이 베이징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는 데도 많은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속한 성(省)의 대입학력평가시험에서 1, 2등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는 지방학생이 베이징의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학비 인상은 그야말로 인재들의 앞길을 막는 호랑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학비 인상해도 교육환경은 여전

사진/ 중국은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천정부지고 치솟은 등록금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이정용 기자)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런 인재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2000년부터 매년 신학기 때마다 국가가 보조하는 학자금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 제도는 처음에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가뭄 속의 단비’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시된 지 1년 만에 여기저기서 실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중국청년보>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중국은행의 학자금대출 예산총액은 4.49억위엔(약 10억원)이었다. 그중 국가보조금은 2534만위엔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베이징 모 은행의 학자금대출액은 겨우 200만위엔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말해 은행들이 학자금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재의 한 은행관계자에 따르면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아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린다고 한다. 대학졸업 이후 직업을 찾는다는 확실한 보장도 없고, 졸업 이후에도 바로 결혼에 직면하게 되는 대출자들이 대부분이다. 은행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매달 700∼800위엔의 대출금을 어떻게 상환할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게다가 학자금대출은 원금에 비해 이자가 아주 낮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대출업무는 다른 은행업무에 비해 일손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은행의 장삿속이 깊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체 학자금 예산 가운데 10%에도 못 미치는 자금이 대출되고 있음에도 그것마저 실제 가난한 학생의 손에 떨어지지 않는다. 은행에서 대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사항이 그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재산보증인을 세우거나, 부모의 재산세 증명서를 제시해야만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출학자금은 대학생들 사이에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실제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보기좋은 떡’일 뿐, 실제 수혜대상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출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이 학자금을 ‘면제된 오찬’이라고 여기고 있다. 대출을 받고도 갚을 생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학자금으로 쓰기보다는 휴대폰, 컴퓨터를 사거나 심지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자 학자금대출을 실시하고 있는 은행들은 “학자금을 대출하기 전에 일단 학생 개개인의 신용평점제도가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대출상환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합리성보다는 인맥이나 연줄이 우선하는 현실 아래서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학비상승의 결과 대학의 교육환경은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가가 문제다. 베이징 모 대학 3학년인 천(陳)모 학생은 여전히 대학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매년 몇천위엔의 학비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에서 ‘3DMAX 3차원만화영화설계’ 과목을 개설해놓고도 외부에서 교수를 초빙하고 있고, 매번 결강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외부에 있는 과외학원에 나가야만 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학비의 이중부담을 주고 있다.”

돈벌이에 여념없는 대학들

칭화대학원생인 류지엔치앙도 교육환경이 낙후됐다는 데는 동감이지만 오히려 대학이 적극적으로 영리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가의 보조금이 줄고, 학비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론 시대변화에 걸맞은 교육을 받기에 역부족”이라며 “학교가 각종 경제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영리사업을 벌여 수지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대학은 영리단체가 아닌 인재양성교육기관이라는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 있는 대학들은 한결같이 돈벌이에 여념이 없다. 학비만으로 운영하기엔 신과학기술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양대 명문인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만 봐도 IT관련 대기업인 베이따팡정(北大方正)과 칭화통팡(淸華同方)의 실제 주주이다. 그 밖의 대학도 크고 작은 영리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찬조금을 받거나 일부에선 땅을 임대해주는 등의 부동산 사업도 활발하다. 학교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어중심센터를 운영하는 등 수익사업이 한창이다.

대외경제무역대학 홍보부장 왕징위 교수는 한마디로 “학교가 지금 이윤을 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학비와 정부의 보조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다보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의 영리사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중앙교육연구소 청팡핑 박사는 “학교는 본래 영리를 추구해선 안 되고 교육사업 이외의 영리사업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교육사업의 재발전을 위해서만 합당한 영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찬조금, 부동산 임대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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