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와 세제업계의 혈투, 일본판 무세제 세탁기 논쟁… ‘때’를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문제
세제가 필요없는 세탁기가 대우전자에서 최근 출시된 뒤, 엘지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세제업계와의 논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와 거의 비슷한 논쟁이 현재 일본에서도 진행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세제없는 세탁기를 선보인 회사는 산요전기. 이른바 ‘세제 제로 코스’로 세탁을 하면, “가벼운 때는 충분히 빠진다”는 선전에 힘입어 이 제품의 판매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 세제업계 단체가 지난 10월2일 “때는 빠지지 않는다”는 독자 시험결과를 공표하면서, 양자간의 ‘무세제 논쟁’은 더욱 거세게 불붙기 시작했다.
세제업계의 생존이 걸린 싸움
산요전기가 처음 ‘무세제 세탁기’를 출시한 것은 3년 전인 98년. 그 당시 무세제 세탁기의 세탁력은 기대에 못 미쳤고, 따라서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8월1일에 발매한 세탁기는 달랐다. 초음파와 전해수로 세탁하는 세제 제로 코스가 부착된 세탁기였던 것이다. 발매 뒤 2달 만에 이 세탁기는 과거 산요제품에 비해 50% 정도가 늘어난 약 3만대가 판매됐다. 산요는 “세탁기의 역사를 바꾸겠다”며 사운을 걸고 덤벼들고 있다. 일반 세탁기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표준 소매가격 11만8천∼12만8천엔)에도 불구하고 8월 중순경에 이르러 산요의 세탁기가 세탁기 전 품목 가운데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전자제품 판매점까지 나오게 되었다.
시판 초기에는 심각하게 주목하지 않았던 세제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세제를 제조하는 25개 업체가 결성한 ‘일본 비누·세제 공업협회’(공업협회)가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장시간의 세탁으로 섬유가 쉽게 상하고 색이 바랜다.” 공업협회 전무이사는 지난 10월2일 기자회견에서 독자 시험결과를 슬라이드로 비춰가면서 결점들을 열거했다. 이같은 세제업계의 대응에는 계속되는 세제업계의 매출액 하향세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굴지의 화학업체인 ‘카오’나 ‘라이온’의 세제 전체 판매량 가운데 세탁용 세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 이들 업체의 수익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세탁용 세제의 판매고는 94년 2242억엔을 정점으로 지난해 1796억엔으로 떨어졌다. 가격경쟁과 디플레로 가격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우전자뿐 아니라 ‘샤프’도 산요와는 또다른 방식의 ‘무세제 코스 세탁기’를 11월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도시바 역시 무세제 세탁기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세제업계로선 생존을 건 반론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공업협회의 기자회견 1시간 뒤 산요전기는 즉시 도쿄와 오사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반박했다. 오사카 본사 기자회견장에서는 ‘세제 제로 코스’의 세탁력을 실연해 보이면서, 구입자 90%가 만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보여주었다. 환경문제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 역시 잊지 않았다. 하루 정도 입은 속옷의 때는? 쌍방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배경에는 ‘때’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월27일 산요와 공업협회는 산요전기 공장에서 함께 시험결과를 모아보았다. 이때 산요는 “공업협회쪽이 하루 정도 입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혀진 것을 갖고 와서 때가 안 빠진다고 한다”고 주장했고, 공업협회는 “산요쪽이 하루 입었다고 보기에는 거의 때가 타지 않은 것을 시험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2일의 기자회견에서 공업협회는 입었던 셔츠를 넣고 세탁하는 작업을 20회 정도 반복하여 최종적인 ‘때’를 체크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같은 시험방법은 산요쪽도 동일하게 채택했다고 한다. 따라서 논쟁의 초점은 결국 ‘하루 정도 입은 속옷의 때’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대우전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한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는 산요가 지난 8월에 출시한 무세제 세탁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세제업계도 곧 공동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 별도로 실험해서 각각의 주장만을 반복한다면 혼란스러운 것은 소비자들뿐이다. 일본 가전업체들도 속속 무세제 세탁기를 발표할 예정인 만큼, 무세제 세탁기는 이제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관의 공인이 더욱 절실하다.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사진/ 산요전기의 무세제 세탁기. 오른쪽 아랫부분에 붙은 표를 보면 땀과 가벼운 피지로 인한 때는 다 빠지지만 커피 등으로 인한 얼룩은 절반 정도 빠진다고 씌여 있다.
시판 초기에는 심각하게 주목하지 않았던 세제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세제를 제조하는 25개 업체가 결성한 ‘일본 비누·세제 공업협회’(공업협회)가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장시간의 세탁으로 섬유가 쉽게 상하고 색이 바랜다.” 공업협회 전무이사는 지난 10월2일 기자회견에서 독자 시험결과를 슬라이드로 비춰가면서 결점들을 열거했다. 이같은 세제업계의 대응에는 계속되는 세제업계의 매출액 하향세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굴지의 화학업체인 ‘카오’나 ‘라이온’의 세제 전체 판매량 가운데 세탁용 세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 이들 업체의 수익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세탁용 세제의 판매고는 94년 2242억엔을 정점으로 지난해 1796억엔으로 떨어졌다. 가격경쟁과 디플레로 가격이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대우전자뿐 아니라 ‘샤프’도 산요와는 또다른 방식의 ‘무세제 코스 세탁기’를 11월에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도시바 역시 무세제 세탁기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세제업계로선 생존을 건 반론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공업협회의 기자회견 1시간 뒤 산요전기는 즉시 도쿄와 오사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반박했다. 오사카 본사 기자회견장에서는 ‘세제 제로 코스’의 세탁력을 실연해 보이면서, 구입자 90%가 만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보여주었다. 환경문제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 역시 잊지 않았다. 하루 정도 입은 속옷의 때는? 쌍방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배경에는 ‘때’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월27일 산요와 공업협회는 산요전기 공장에서 함께 시험결과를 모아보았다. 이때 산요는 “공업협회쪽이 하루 정도 입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혀진 것을 갖고 와서 때가 안 빠진다고 한다”고 주장했고, 공업협회는 “산요쪽이 하루 입었다고 보기에는 거의 때가 타지 않은 것을 시험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2일의 기자회견에서 공업협회는 입었던 셔츠를 넣고 세탁하는 작업을 20회 정도 반복하여 최종적인 ‘때’를 체크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 같은 시험방법은 산요쪽도 동일하게 채택했다고 한다. 따라서 논쟁의 초점은 결국 ‘하루 정도 입은 속옷의 때’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대우전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한 무세제 세탁기 ‘마이더스’는 산요가 지난 8월에 출시한 무세제 세탁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세제업계도 곧 공동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하지만 각자 별도로 실험해서 각각의 주장만을 반복한다면 혼란스러운 것은 소비자들뿐이다. 일본 가전업체들도 속속 무세제 세탁기를 발표할 예정인 만큼, 무세제 세탁기는 이제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관의 공인이 더욱 절실하다. 도쿄=신명직 통신원 mjshin59@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