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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부 샤압을 궤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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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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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과의 고리 차단’ 미국 주문에 따르겠다는 아로요, 국회에서 맹비난받아

마닐라에서는 심각한 거리시위도, 인접국 인도네시아처럼 미국기를 불태우는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리핀 전체 인구의 10%인 700만명이 무슬림이고, 특히 30년이 넘도록 이슬람 분쟁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필리핀 시민들이 아로요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은 긴급하고 피할 수 없는 일이며 합법적”이라는 미국 지원 발언을 수용하거나 동조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필리핀의 영공과 미국이 사용했던 클라크공군기지나 수비크 만의 해군기지를 미군이 다시 사용해도 좋다는 아로요의 제안은 무슬림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각계로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자제 분위기’ 계속될지 장담 못해

무슬림 변호사 마카판톤 압바스 같은 이들은 흥분했다. “우린 자진해서 영공과 해상을 미군이 주도하는 전쟁에 상납한 셈이다.” 그는 미국의 공격을 “대량학살이나 정당한 이유없이 상대국을 공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을 위배한 것”이라며 특히 “아로요가 미국의 전쟁에 시녀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온건한 무슬림 단체들은 미국의 공격이 필리핀의 무슬림들을 선동하고 자극하지는 않을는지 염려하고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필리핀 무슬림사회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슬람 독립을 추구해온 남부 민다나오섬에서조차도. “자유전사들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모든 이들의 안전을 기도하자.”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자 ‘미국의 국가테러리즘을 반대하는 방사모로 연대’(BSAAST)의 이름으로 짤막한 성명서가 나오긴 했지만.


이런 가운데 일부 무슬림 지도자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주장한 성전에 필리핀인들이 동참하는 것을 경고했고, 특히 최근 필리핀 정부와 평화정착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1만2천명의 무장 모로이슬라믹해방전선(MILF)도 조직원들에게 ‘주의깊게 연구할 사안’임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행동을 자제시켰다.

그럼에도 필리핀의 비교적 차분한 정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든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전쟁의 부작용들이 속출하게 된다면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실제로 무슬림 청년들 사이에 탈레반을 지원하러 가겠다는 소리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돌격대인 알 카에다와 연결된 테러조직으로 지목한 민다나오의 악명 높은 무슬림 아부 사얍을 아로요 정부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길로 빠져들 수도 있다.

돈을 노린 납치를 자행하면서부터 이슬람을 이용한 타락한 무슬림으로 낙인 찍인 아부 사얍을 놓고 아로요 정부는 압박을 받아왔다. 아직도 미국인 2명이 조로섬 어딘가에 납치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200여명도 채 되지 않는 무장 아부 사얍을 깨뜨리지 못하는 필리핀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해왔으니. 결국 아로요가 미군과 군사고문들을 받아들여 그를 궤멸시키겠다는 뜻을 밝히자, 일부 군 지휘관들과 심지어 국회도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이건 우리의 전쟁이다. 우리 스스로 싸우자.” 전 육군대장 출신의 상원의원 로돌포 비아존 같은 이들은 미군이 들어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며 아로요를 나무랐다. 그럼에도 또다른 군부 내에서는 미군의 장비와 병참지원을 기대하며 미군의 개입을 환영하고 나섰다.

웰든 벨로의 의미심장한 예언

사진/ 미국이 테러 연계조직으로 지목한 민다나오섬의 악명높은 무슬림 아부 사얍 전사. 온건한 무슬림 단체들은 미국의 공격이 이들을 자극하지는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SYGMA)
이런 상황 속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자금이 필리핀의 합법적인 무슬림단체들을 통해 흘러들고 있다거나 파키스탄으로 유학하고 싶어하는 필리핀의 무슬림 학생들을 지원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로요는 그 돈줄을 차단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쨌든 현재 필리핀의 보통 시민들이 지닌 의문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한 몇몇 테러리스터를 잡기 위해 과연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돼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명한 정치경제학자 웰든 벨로 교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인물은 미국의 CIA로부터 교육받으면서 미국의 전통적인 전면전 전략인 민간인구부문에 대한 공격방식을 익힌 셈이다. 민간부문에 대한 손상은 부차적인 것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 전쟁을 끝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된다.”

마리테스 시손(Marites Sison)
전 <마닐라 타임스> 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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