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베일 속의 아프가니스탄, 위성전화 현지접촉과 취재경험으로 추적해본 내부전황
10월7일 저녁 9시. 아라비아해의 미국·영국 잠수함에서 발사한 50기의 가공할 토마호크 미사일과 B-1, B-2, B52 중폭격기들이 테러박멸의 첫 번째 목표물로 삼은 탈레반의 성도 칸다하르와 수도 카불 그리고 잘랄라바드를 강타했다. 한달 가까이 뜸들여온 미국의 대탈레반 공격은 이렇게 막이 올랐고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은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비명을 질렀다. 이미 20여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북부동맹군은 마자르 이 샤리프공항에도 미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탈레반의 파키스탄 주재 대사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미국은 군사작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전통적인 침묵’이라 부르며 차단시켜버렸고, 폐쇄적인 탈레반은 외부로 통하는 교통을 끊어버려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소식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 이 전쟁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유일한 통신선인 위성전화를 통해 탈레반을 비롯한 북부동맹군과 접촉하면서 그동안 현장 취재경험을 묶어 간접적인 방식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맞이한 아프가니스탄 내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북부동맹군의 기대심리와 미국의 견제심리
“북부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최대 전략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 북방 20km 지점과 남동부 112km 지점 아이벡에 전선을 형성해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 카불 북부 56km 지점의 바그람과 중부 바미안주에서도 간헐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10월6일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외부의 모든 선을 동원해 확인한 가장 최근의 전선 상황인데,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평이한 수준이다. “모든 가능성을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군사작전을 포함해서….” 북부동맹군의 대변인 소레 레기스타니가 전하는 말을 통해 현재 북부동맹군과 미국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감지할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미국이 군사지원을 시작했다는 정보는 없다. “말뿐이지 아무것도 없다. 시간 싸움인데…. 우린 미국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전쟁을 할 것이다.” 판셰르계곡쪽의 한 사령관은 위성전화를 통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분명한 건 북부동맹군의 ‘기대심리’가 높은 만큼 미국의 ‘견제심리’도 높아, 아직 어떤 수준의 군사지원이 이루어질지에 속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만 미국이 탈레반 이후를 대비해 북부동맹군에도 지나친 화력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미국이 화력보다 재정과 병참지원에 치중할 것이다”는 분석이 일반적이고, 특히 이슬라마바드의 군사평론가 타랏 장군(퇴역) 같은 이들은 북부동맹군의 기능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미국의 지원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탈레반의 중추기관을 미사일과 공습으로 집중 타격한 뒤, 폐허 위에 공수부대를 투입할 미국의 전술로 보자면 북부동맹군의 실질적인 역할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 내부 분열설’은 정보공작일 듯 10월7일 밤, 미군의 대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 북부동맹군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범위는 밝혀지지 않은 실정이다. “탄약과 군수품 지원을 언질받았다.” 이 정도가 북부동맹군의 최종적인 표현일 뿐이다. 10월8일 오전 10시 현지시각, 아직까지 폭격을 당한 탈레반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고,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와 오사마 빈 라덴은 안전하다”는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 압둘 사람 자이프의 전언 정도가 고작이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내부와 전화가 닿은 이슬라마바드 지국장 캐티에 따르면 칸다하르 비행장과 카불비행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부다.
10월6일 아침 카불에서 페샤와르로 온 탈레반의 한 군 정보관계자(현재 탈레반은 파키스탄 주재 대사 이외에 누구도 상황을 말할 수 없다며 익명을 요구)는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산악으로 모든 거점을 옮겼고 조직을 소규모 다단위로 나눴다”고 인터뷰에서 밝혀 현재 탈레반의 주력이 중심 도시에서 모두 철수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물라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의 지도자들은 이미 성도 칸다하르를 떠나 산악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최근 외신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한 탈레반의 내부 분열설이 아직까지는 근거없는 정보전의 한 유형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내가 어제 밤에 떠나 오늘 아침에 페샤와르에 도착했다. 탈레반의 어떤 지휘관이 북부동맹군에 투항했다는 말인가?” 탈레반 군 정보관계자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노련한 아프가니스탄 소식통으로 꼽히는 <더 뉴스>의 나히물라 유수프자이 같은 이들은 “희망사항이다. 미국의 분열작전에 따라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정보공작에 동원되고 있는 언론들을 ‘앞잡이’라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현재 주력을 산악으로 옮겨 게릴라전을 준비하고 있는 탈레반의 지상화력은 약 3만5천∼6만명 정도의 정규군과 1천여대의 러시아제 T-54,T-55, T-62 탱크 그리고 30여대의 스커드와 프로그-7 같은 지대지미사일이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약 30대의 미그-23과 80여대의 미그-21 그리고 SA-2, SA-3 포대와 SAM-7, SAM-14 지대공미사일이 공군력의 실체다. 말하자면 이 화력들이 바로 미국의 집중 타격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성능인데, 스커드미사일의 경우 존재 자체는 확인되었지만 기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더구나 탈레반이 대미 공격지점을 찾을 수 없어 동원전력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커드나 SAM-7 같은 지대공미사일들의 경우 발사대를 감추기 어려워 개전과 동시에 미군의 타격을 받아 분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낡은 탱크들도 미군의 공습과 코브라헬리콥터, A-10 같은 ‘탱크잡이’들에 초기에 박살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흐물흐물해진 북부동맹군
그동안 현장을 취재하면서 보았던 탈레반의 화력 가운데 아직까지 미군의 눈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는 탱크보다 오히려 기동력이 뛰어나고 파괴력과 명중률이 높은 다탄두 로켓발사대가 위협적인 전력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탈레반의 공군력은 미군의 주력 F-16, F-18에 근접할 수 없는 장난감에 불과하고 현재 전투기들이 이착륙 가능한 곳으로 카불공항과 남부의 잘랄라바드, 칸다하르 그리고 북부의 마자르 이 샤리프 정도가 있으나, 개전 초기에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초토화될 것이 분명해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탈레반의 공군력은 무시해왔다. 실제로 미군은 토마호크 미사일과 폭격기들을 동원해 10월7일 첫 번째 공격목표로 카불공항과 칸다하르공항 그리고 비공식 확인이지만 마자르 이 샤리프공항을 맹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활주로 없는 전투기는 모형에 불과하다는 뜻인데, 1993년 내전 당시 카불 남서부를 장악하고 있던 헤크마티아르의 헤즈비 이슬라미그룹은 공항을 도스텀에게 빼앗기자 미그전투기를 산등성에 옮겨놓아 취재기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미군이 긴장하고 있는 스팅어미사일의 경우도 실전능력은 의문이다. “50∼100여기 정도를 탈레반이 지닌 듯한데, 실전용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파키스탄군의 무기생산을 총괄했던 타랏 장군은 스팅어미사일에 대해 회의적이다.
탈레반에 맞서는 북부동맹군은 현재 약 1만5천명 정도의 병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상군의 화력은 탈레반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헬리콥터와 몇대의 수송기를 제외하고 공군력은 미약한 수준이다. 카불 북부 50km 지점의 최대 전략거점인 바그람 공군기지를 장악하고 있어 몇대의 미그 전투기들을 동원할 수는 있지만.
북부동맹군은 처음부터 지역분할 정도의 느슨한 동맹체 수준이어서 통합작전능력이 취약했던 데다, 특히 지난 9월9일 카리스마를 지녔던 마수드의 암살로 동맹체 전체가 치명타를 입었다. 동맹군 내부는 내전의 당사자들로 해묵은 앙금이 남아 있고, 마수드의 뒤를 이은 모하마드 파힘이 백전노장들이 도사린 동맹군을 지휘할 만한 적격자가 아니라는 것이 또다른 문제로 떠올라 있다. 지난 한달 동안 국제적인 압박을 받으며 수세에 몰리고 있는 탈레반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음에도 북부동맹군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동맹군의 한계는 잘 드러나는 셈이다. “만약 미국의 대탈레반 공격계획이 없었더라면 북부동맹군은 마수드의 죽음으로 완전히 와해되었을 것이다.” 나히물라 유수프자이의 말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하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바미안, 타카르, 사망간, 바드기스, 고르, 팔완, 카피사, 쿠나르주에 산발적인 전선이 펼쳐져 있다. 바미안전선의 경우 몽고리안계 시아파 무슬림인 헤즈비와흐닷과 할카티 이슬라미 두 단체가 중심이 되어 아프가니스탄 중부지역에서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해왔다. 특히 수도 카불과 북부를 잇는 탈레반의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을 지녔던 탓으로 1997년까지만 해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억으로는 쉐바르계곡과 자발 살라즈를 잇는 바미안전선은 날마다 주인이 바뀌는 지독한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그러나 1997년 말 세계최대의 석불이 있었던 주도 바미안이 탈레반에 함락된 뒤 카림 카릴리와 우스타드 모하퀵을 비롯한 지도부가 이란으로 옮겨가면서, 현재 야코우랑지역 정도를 교두보 삼아 거의 고립상태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불은 버려도 바그람은 버릴 수 없다”
북부동맹군의 주력이라 할 만한 전 마수드의 부대는 현재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맞댄 바다크샨과 타카르주의 일부 지역 그리고 판셰르계곡을 중심으로 카불 북부의 바그람비행장을 낀 파르완주와 카피사주를 장악한 채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해왔다. 이 지역은 마수드군의 지원을 받는 랍바니 전 대통령의 자미아티 이슬라미가 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랍바니 전 대통령은 1997년 탈리칸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마수드와 정치적으로 완전하게 일치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군사가 없는 랍바니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서 인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실정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서조차.
현재 타카르의 주도 탈리칸을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입장에서는 ‘타지키스탄-탈리칸-판셰르계곡-사랑파스-바그람비행장-카불’을 잇는 최대의 전략요충지인 이 지역을 북부동맹군을 통해 확보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략선은 다시 마자르 이 샤리프와 동서로 연결해 우즈베키스탄과 직통하며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사활이 걸린 곳이기도 하다. 만약 탈레반이 이 전략선을 잃는다면 북부지역은 완전히 고립된 채 40% 정도의 영토를 상실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안게 될 것이다.
이런 탓으로 사랑파스와 바그람비행장은 러시아침략기부터 내전기를 거쳐 1996년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전투가 벌어진 악명 높은 최장기 20년 전선으로 전사에 기록될 만한 곳이다. 이 지역은 1997년 봄 치열한 전투 끝에 탈레반이 최초로 바그람비행장을 함락시키는 상황을 따라 종군한 뒤, 며칠 만에 다시 마수드군에 함락된 바그람비행장을 취재하는 경험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바그람비행장은 아프가니스탄 취재를 갈 때마다 주인이 바뀌어 있을 정도로 치열한 전선을 형성해왔고, 마수드는 1997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카불은 버려도 바그람은 버릴 수 없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전력 재건에 나설 도스텀
또 하나의 전략지인 발크주와 사리폴주 그리고 사망안주는 현재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어 우즈베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북부동맹군의 또다른 한축이었던 전쟁군주 도스텀 장군의 군대가 협소한 지역을 발판으로 간헐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7년 압둘 마리크의 쿠데타로 쫓겨나 터키에 머물다 최근 다시 현지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진 도스텀은 재건을 노리고 있지만, 최대의 전략도시 마자르 이 샤리프가 여전히 탈레반의 수중에 있는데다 경쟁자 마리크를 상대하기에도 역부족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취재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1997년까지 도스텀은 북부동맹군 가운데 최대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지향성이 부족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도스텀은 소비에트군이 철수하면서 남긴 전투기를 비롯한 중무장 화력을 거의 모두 접수했고, 카불을 떠난 뒤에도 전투기와 대형수송기들의 이착륙이 가능한 아프가니스탄 최고의 마자르 이 샤리프 군용 비행장과 쉐베르간 일대의 통신시설 그리고 대공망을 흡수했던 인물이다. 어쨌든 이 지역은 추후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출동할 미 지상군의 대아프가니스탄 진입로가 될 마자르 이 샤리프를 놓고 북부동맹군과 탈레반 사이에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지역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도스텀은 이 기회를 이용해 전력 재건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10월7일 밤 미군이 마자르 이 샤리프공항을 맹타했다는 북부동맹군의 전언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할 바는 없다. 미국 국방성에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또 하나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곳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이룬 북서부의 고르주와 바드기스주인데, 이 지역은 탈레반이 모든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헤랏주의 전 맹주였던 이스마일 칸을 따르는 병사들이 게릴라전을 통해 탈레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완전한 통치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리고 전 헤크마티아르 총리가 주도하는 헤즈브이 이슬라미의 전사들은 파키스탄과 접경을 이룬 쿠나르주와 난가할주를 무대로 반탈레반 전선을 유지해왔는데, 이란에 망명중인 헤크마티아르가 최근 친탈레반 ‘대미 성전’을 주장하고 나서, 그를 따르던 캐쉬미르 칸 같은 헤즈브이 이슬라미의 군벌들은 전투를 멈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북부동맹군은 전략·전술 모든 면에서 형식상의 동맹체일 뿐이고, 특히 마수드의 죽음으로 지휘력마저 상실해 통합작전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로 고립분산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여하에 따라 동맹체가 활기를 띨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관측으로는 북부동맹군이 독자적으로 탈레반을 공략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판은 일찌감치 무르익고 있는 인상이다. 이탈리아에 망명중인 전 국왕 자히르 샤의 복권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주변의 정파들과 정치세력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기 북부동맹군의 무력에 의존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정치판으로 이동하고 있는 인상이다. 특히 최근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는 대소항쟁을 벌였던 수많은 무자히딘 지휘관들이 저마다 아프가니스탄 정황을 놓고 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는 어디에 있는가
며칠 전 외신의 큰 주목을 받으며 돌아온 압둘 하크 같은 이들은 무자히딘의 ‘지분’을 노골적으로 말했다. 압둘 하크는 대소비에트 항쟁 동안 한번도 전투에 참가한 적 없이 페샤와르에만 앉아 있었고, 내전이 발생하자 국외를 호화롭게 떠돌기만 했던 인물로 유명한데도…. 최근 페샤와르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6개 주요 정당 대표들은 모두 콰지 무하마드 아민(이테하디 이슬라미의 분파)과 똑같은 말을 했다. “미국이 자신들을 소외시킨다면 절대로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정파들이 탈레반과 반탈레반 구도 아래 목숨을 건 전쟁을 통해 온 천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면, 최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는 끓지도 않은 밥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파리떼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이들 모두의 머리 위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것은 11살짜리 소녀 파티마의 비명과 공포에 질린 또다른 아이들의 눈빛 그리고 의문 하나 ‘테러리스터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판셰르계곡 맞은편 시발르 전선에서 작전훈련을 하는 북부동맹군. 현재 마수드의 죽음으로 지휘력마저 상실해 통합작전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다.
“북부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최대 전략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 북방 20km 지점과 남동부 112km 지점 아이벡에 전선을 형성해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 카불 북부 56km 지점의 바그람과 중부 바미안주에서도 간헐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10월6일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외부의 모든 선을 동원해 확인한 가장 최근의 전선 상황인데, 전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평이한 수준이다. “모든 가능성을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군사작전을 포함해서….” 북부동맹군의 대변인 소레 레기스타니가 전하는 말을 통해 현재 북부동맹군과 미국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감지할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미국이 군사지원을 시작했다는 정보는 없다. “말뿐이지 아무것도 없다. 시간 싸움인데…. 우린 미국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전쟁을 할 것이다.” 판셰르계곡쪽의 한 사령관은 위성전화를 통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분명한 건 북부동맹군의 ‘기대심리’가 높은 만큼 미국의 ‘견제심리’도 높아, 아직 어떤 수준의 군사지원이 이루어질지에 속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만 미국이 탈레반 이후를 대비해 북부동맹군에도 지나친 화력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미국이 화력보다 재정과 병참지원에 치중할 것이다”는 분석이 일반적이고, 특히 이슬라마바드의 군사평론가 타랏 장군(퇴역) 같은 이들은 북부동맹군의 기능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미국의 지원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탈레반의 중추기관을 미사일과 공습으로 집중 타격한 뒤, 폐허 위에 공수부대를 투입할 미국의 전술로 보자면 북부동맹군의 실질적인 역할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탈레반 내부 분열설’은 정보공작일 듯 10월7일 밤, 미군의 대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 북부동맹군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범위는 밝혀지지 않은 실정이다. “탄약과 군수품 지원을 언질받았다.” 이 정도가 북부동맹군의 최종적인 표현일 뿐이다. 10월8일 오전 10시 현지시각, 아직까지 폭격을 당한 탈레반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고,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와 오사마 빈 라덴은 안전하다”는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 압둘 사람 자이프의 전언 정도가 고작이다.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내부와 전화가 닿은

사진/ 카불 시내를 누비던 탈레반의 탱크. 탈레반은 현재 공습에 대비해 산악으로 모든 거점을 옮겼고 조직을 소규모 다단위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탱크 잔해들이 널린 대소항쟁의 전설적 기자 판셰르계곡. 마수드의 부대는 이곳을 중심으로 카불 북부의 바그람비행장을 낀 파르완주와 카피사주를 장악한 채 탈레반 전선을 형성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