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방콕에서 스크럼을 짠 반정부 시위대가 총리 공관 쪽 으로 행진하고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가 정국 수습을 위해 내놓은 ‘의회 해산-조기 총선’ 카드를 거부한 이들은 국왕 이 임명하는 총리와 임명직들로 구성된 ‘인민위원회’ 설립 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시위대 카셈삭(45) 역시 연신 싱글벙글했다. ‘군은 우리 편’이라는 그의 말은 착각만은 아니다. 군은 시위 과정에서 다친 시위대를 이송해 치료했고, 명령체계가 다른 경찰을 향해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쏘지 말라”고도 말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군에 유혈 진압을 당했던 레드셔츠 시위 현장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고 발언이다. 바로 전날(12월1일) 수텝 역시 “염려 마라. 군은 우리를 진압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휴전이 선포된 3일, 자신감이 더더욱 차오른 수텝은 ‘부분 승리’를 선포하고 국왕 생일인 5일 이후에 다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양쪽은 12월1일부터 군의 ‘중재’하에 물밑 협상을 해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육해공군 총사령관과 고위 장성 18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잉락 총리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카드를 들고나왔고, 수텝은 ‘최후통첩 이틀’로 되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3군 총사령관 중 누구도 잉락 정부 편에 서지 않았단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움직임과 발언을 자제하던 군이 ‘중재’ 역할을 계기로 사실상 분쟁에 개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군은 우리 편’이라고 굳게 믿는 왕정주의 시위대가 의도했던 것이 바로 ‘군의 개입’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시위대는 민주적 선거를 거부하고 이른바 ‘굿 맨’들로 구성된 ‘인민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구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민위원회’ 개념은 쿠데타나 다름없다. 타이 엘리트들은 이걸 탁신처럼 부패한 정치인이 망친 사회를 ‘정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립적 싱크탱크인 시암인텔리전스유닛(SUI)의 깐유영은 <한겨레2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타이 정치는 왕정주의자·중산층 등 사회 기득권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해온 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집권할 가능성이 없음을 거듭 확인해왔다. 게다가 반탁신·왕정주의자들은 2006년과 2008년의 거리시위를 통해 각각 군사 쿠데타와 ‘헌법 쿠데타’를 유도하고 친탁신계 정권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다. 이런 가운데 푸에아타이당이 밀어붙인 사면 법안과 헌법 개정안은 반대 세력에 ‘호기’를 제공했다. 부총리까지 지낸 수텝 트악수반과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정부 타도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과거 ‘푸에아타이-레드셔츠’ 진영이 자체 TV
국왕 생일을 앞두고 극적인 휴전이 이뤄진 가운데, 왕정을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군인과 악수하고 있다. 군이 자기들 편이라는 왕정주의자들의 믿음은 견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