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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미군+북부동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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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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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아프간전쟁의 개입 당사자들이 다시 한번 음흉하게 이권을 저울질한다

사진/ 98년 판셰르계곡 맞은편 시발르전선에서 만난 북부동맹군들. 이슬라마바다의 관측통들 사이에는 미군과 북부동맹군간에 이미 심도있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정문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북부 판셰르계곡을 장악하고 있는 반탈레반 북부동맹군의 역할이 주목을 끌고 있다. “북부동맹군에는 절호의 기회다. 탈레반이 현재 미국의 공격에만 신경을 쏟고 있으니….” 북부동맹군의 공식채널인 솔레 레기스타니는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주장했다.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협공이 가능하다. 미국은 탈레반 공격을 위해 북부동맹군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는 미국과 군사작전을 협의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

긍정도 부정도 않는 마수드 최측근

공교롭게도 하루 뒤인 9월20일,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알고, 지형을 알고, 탈레반과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북부동맹군은 미국의 군사작전에 어떤 의미로든 매우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럼스펠드는 미군이 북부동맹군과 협의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이에 대해 마수드의 최측근 작전참모였던 한 군사령관은 전화를 통해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어쨌든 현재 이슬라마바드의 관측통들에 사이에는 미군과 북부동맹군간에 이미 심도있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으리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보아, 미군은 공습으로 탈레반의 거점을 초토화한 뒤, 제한적인 지상군 투입을 통해 대인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전 정지작업으로 북부동맹군과의 협공이 매우 유효하다는 군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탓이다. 이 경우 미군은 북부동맹군을 선발대 겸 최전선의 인간방패로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결정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미국 정부는 처음부터 준비해왔던 탈레반 축출계획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세력으로 북부동맹군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탈레반을 발가벗긴 뒤, 북부동맹군을 주력으로 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다시 세우고 잠정적인 국제연합의 통치 아래 둔다는 미국의 최종적인 시나리오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는 현실을 눈여겨본다면, 북부동맹군에 대한 미국의 필요성은 결국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되고 만다.

1997년 탈레반에 카불을 빼앗긴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통령 정부는 국방장관 마수드가 이끄는 병력을 대소항쟁의 본거지였던 판셰르계곡으로 옮겨간 뒤, 내전의 적이었던 러시아계(우즈베키스탄) 전쟁군주 도스텀 세력과 하자라족이 주축을 이룬 시아파 와흐닷 이슬라미와 함께 반탈레반동맹군을 결성했다. 그러나 카리스마를 지녔던 게릴라지도자 마수드가 지난 9월9일 암살당해 북부동맹군의 통합력은 상당한 장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데다, 북부동맹군의 지원세력인 러시아와 인도 그리고 이란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 미군과 북부동맹군의 통합작전 수준을 단정하기는 힘든 상태다.

파키스탄과 북부동맹군의 적대감

표면적으로 미군의 대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나 이란 그리고 인도 정부가 적대적 긴장세력이었던 탈레반을 축출하고, 추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부동맹군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미군의 군사작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미군의 군사작전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게 될 파키스탄과 북부동맹군이 지독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또다른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술상 효율적인 반탈레반 군사작전을 위해서는 지형적으로 고립된 판셰르계곡과 파키스탄북부 국경을 잇는 교두보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파키스탄과 북부동맹군이 국경을 넘나드는 협조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대두되고 있는 미군과 북부동맹군의 통합작전은 오늘까지 은폐된 대리전의 상징, 22년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개입했던 모든 당사자들이 다시 한번 이권을 놓고 정치적인 ‘스무고개’를 하고 있는 음흉한 판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이슬라마바드=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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