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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바람기’ 의 날개를 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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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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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호황 타고 늘어가는 중국의 중혼 열풍… 혼인법 개정으로 엄격히 처벌

사진/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상하이의 젊은이들. 개혁·개방은 '파오얼나이'라는 부정적인 현상을 낳기도 했다.
광저우, 선전, 샤먼 등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에서 남성들의 바람기가 날개를 달고 있다. 돈 많은 기혼남성들의 두집살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첩이나 동거녀를 가리키는 ‘파오얼나이’라는 신종어가 출현할 정도다. 개혁개방 이후 급속히 늘어난 가라오케, 룸살롱, 퇴폐이발소 등 이른바 ‘밤문화’를 주도하는 유흥업소들은 기혼남성들에게 공개적으로 ‘파오얼나이’를 소개하고 있다. 외국 자본이 밀려오면서 일부 도시가 급속히 ‘부자동네’로 탈바꿈했지만, 이 부자동네 부인들의 가슴앓이는 치유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급기야 지난 4월28일 개정 혼인법을 공포했다. 이 법은 이중 혼인등록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있는 남자가 타인과 동거하는 것도 중혼으로 규정,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까지 묻고 있다.

가족계획정책이 되레 중혼 부추겨


개정 혼인법이 공포되자마자 각 성의 인민법원에 중혼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쓰촨성 피현법원은 중혼죄로 기소된 피고 리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정신적 피해배상금 5천위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 샤오에 따르면 남편 런과 86년 8월22일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 이후 둘 사이의 좋은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남편은 지난 99년 리를 알게 되어 급격히 가까워졌고 동거에 들어가, 공공연하게 부부 행세를 했다. 샤오는 리에게 자신이 런의 부인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동거생활을 계속했다. 샤오는 이같은 행위는 사회공중도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본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중혼죄에 해당된다며 리를 고소했다.

중국인들의 중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를 잇는다는 명목으로 암묵적으로 이뤄졌다. 중국 정부가 1979년 인구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가족계획정책이 중혼을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한 가정에 한명의 자녀만을 둘 수 있게 한 이 정책은 중국인들의 남아선호사상까지 바꿔놓진 못했다. 특히 농촌에선 공공연하게 아들을 낳기 위한 중혼행렬이 이어졌다. 도시인들의 아들에 대한 열망도 식은 게 아니다. 여자를 기준으로 한 자녀만 낳도록 하고 있는 가족계획정책을 악용해 중혼으로 아들을 낳으려는 사람이 생겨났다. 단순히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는 이전 혼인법으론 널리 퍼져 있는 중혼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최근 새롭게 나타난 ‘중혼바람’은 불건전한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가정불화는 물론 봉건시대 축첩의 악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게다가 쾌락과 돈이 불러온 중혼바람은 또다른 인권문제를 야기시켰다. 바로 ‘사생아의 권익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난징시 장푸현 인민법원엔 5월중 불법동거와 관련, 사생아의 권익을 보호해달라는 소송이 5건이나 접수됐다. 얼마 전 한 부인은 임신한 상태에서 돌이 갓 지난 여자아이를 안고 법원을 찾아와 눈물을 머금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원고는 임신상태에 있는 태아고, 피고는 태아의 생부다. 베이징 남성인 피고는 올해 1월 모녀를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물론 피고가 아이를 기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다만 아이의 양육책임을 부담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생부에게 매달 1천위안의 양육비를 지불하고,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일차적으로 교육비 5만위안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개정혼인법에 따르면 “불법혼인으로 태어난 자녀의 생부 혹은 생모는 누구를 막론하고 마땅히 자녀의 생활비와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아이의 생부에게 양육책임을 지라고 판결했다.

사생아의 권익을 보호하라

법원관계자들은 “아이를 안고 법원을 찾아와 아이의 생부를 고소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오얼나이들은 법원을 찾아와 자신이 불법동거 했음을 자백, 감옥에 갈지언정 아이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아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법률업무위원회 부주임 후캉성은 “파오얼나이는 일부일처제를 파괴할 뿐 아니라, 사회주의 도덕관념을 훼손하고, 혼인가정을 짓밟고 있다”며 “법적으론 중혼죄로 처리함과 동시에 당과 정부의 기율위원회를 통해 도덕교육과 여론작업을 벌여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황훈영 통신원 kkccjj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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