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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깨져라, 일부다처제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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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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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왕실과 진보 여성계를 중심으로 가족법 개정 움직임이 한창인 중동

사진/ 요르단대학의 학생들. 이들은 일부일처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젊은이들은 기존의 가족제도에 대하여 전향적으로 사고하고 있다.(GAMMA)
“아직도 건강해요. 새 장가를 갈 계획입니다. 물론 신부는 저보다 어려야 하고요.” 70살의 이집트인 무스타파 에이드 하미이데는 213명의 여인과 결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번도 4명 이상의 부인을 둔 적은 없었다. 15살이 되던 해 첫 장가를 간 그는 지금도 새 장가를 가고싶어 한다. “유부남과의 연애가 뭐가 문제예요. 첩살이하면 되죠!” 중동에서는 여성들의 이런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동지역을 돌다보면 가끔씩 일개 분대 병력이 이동하듯 한 남자와 그 뒤를 이어 몇명의 여인들과 아이들이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그만 승용차 가득히 인원제한 없이 사람을 싣고 주행하는 차량들…. 이들 모두는 한 가족이다.

중동의 일부다처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부사처제이다. 말 그대로 한 남자가 최대 4명까지의 부인을 둘 수 있는 제도로 법과 관습의 보장을 받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대목은 일부사처제는 무슬림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 또 한 가지는 지참금 등의 이유로 제때 장가 한번 못 가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사처제는 법적으로는 첫째 부인의 동의가 전제되어야만 둘째 부인과 그 이상의 결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모든 부인을 동등하게 대우해야만 한다. 자녀들도 적자와 서자의 구별없이 모두가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일부사처제


요르단의 경우 동시에 2명 이상의 부인을 둔 남자는 10% 안팎으로 나타난다. 남편과 아내와의 나이 차이가 10살 정도 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고 2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이유로 후처들과 자녀들의 나이가 뒤바뀌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부사처제의 가족문화를 엿보고 싶은 마음으로 4명의 부인에 32명의 아들딸을 둔 한 요르단인을 인터뷰하려 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당사자가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아들들이 반대했다. 기성세대나 호사가들에게 오히려 자랑거리일 수도 있는 것이 당사자인 자신들에게는 껄끄러웠나 보다. 이들 모든 가족이 한 지붕 밑에 살지는 않는다. 공간문제도 있지만 처와 처간의 갈등이나 이복형제들간의 알력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집 저집을 순회하고 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일부다처를 어떻게 생각할까? 만나본 여성들치고 자신의 남편이나 배우자가 자기 외에 다른 여인들과 관계 갖는 것을 기뻐하는 이들은 없었다. 한 요르단 남자가 낯선 이방인인 필자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이 마누라가 이제는 제구실 못해요. 새 장가를 갈 겁니다”라고 말하자 그의 아내와 다 큰 딸들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르단대학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기존의 가족제도에 대하여 전향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일부일처면 충분하지 않나요”라는 반응이다.

최근 중동 각국에서 가족법 개정을 위한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 왕실과 여성계를 중심으로 법개정 운동이 한창인 나라들이 많다. 모로코 같은 경우는 일부사처제를 법으로 금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왕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사처제와 여성들의 조혼제도가 여성의 인권을 제한한다는 취지와 이슬람 정신이 일부다처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새롭게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일부다처제가 경제력 없는 여성의 사회보장 차원에서 권장되기도 했던 만큼 사회보장제도를 강화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보수 종교계와 여성 스스로에 의한 반발도 만만치가 않다. 이슬람 전통에 맞지 않은 억지고, 서구의 그릇된 사상에 오염된 발상이라는 것이다.

암만=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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