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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빈 라덴은 한명의 외국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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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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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난처하게 만든 일부 시민들의 환호…악영향 있을까 노심초사

사진/ 세계무역센터 테러참사 소식이 알려진 뒤 거리로 나와 환호하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일부 지역에선 팔레스타인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SYGMA)
‘화요일의 폭격’ 발표가 있자,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신속하고 명쾌하게 반테러 비난성명을 내면서 미국의 입장을 지원했고, 이스라엘은 ‘굶주린’ 미국의 텔레비전 시청자들을 위해 정부 공식발표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동원해 어떻게 테러집단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지를 포함한 모든 결론을 내려주었다. 이스라엘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에 대한 동정심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고, 가능한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테러의 주범을 회교도로 결론내는 일에 사력을 다했다.

폭발 직전에 있던 반미감정

‘11일의 공격’이 있던 날, 아랍사회가 어떤 상태였던가를 짚어본다면, <한겨레21>의 독자들이 중동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미정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던 아랍사회에서는, 특히 전임자보다 더 이스라엘쪽으로 치우친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이스라엘의 극우 총리 아리엘 샤론을 백악관에 맞이한 부시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을 무시해버리면서부터 미국에 대한 아랍세계의 반발은 증폭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같은 시간, 아랍의 위성텔레비전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간 이스라엘군의 야만적인 공격을 받으며 팔레스타인이 호소해온 국제사회의 관심을 무시해버린 세계의 침묵은 유례가 없을 정도였고,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속수무책의 절망감에 싸여 있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옹호하기 시작하면서 반미감정은 폭발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해할 만하다.” 미국 부통령 딕 체니가 이스라엘의 방어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암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이스라엘은 즉각 팔레스타인해방민중전선(PFLP) 서기장 아부 알리 무스타파를 암살했다. 그런가 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의 반인종주의회의에서 미국 대표단이 대놓고 이스라엘을 호위하는 뻔뻔스런 태도를 보이자 아랍 시민들은 더욱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대부분의 제3세계와 회교사회들이 팔레스타인을 적극 성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인종차별이라는 사실도 모두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절망감에 치를 떨던 아랍의 일부 시민들은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 기대했고, 또 꿈꾸어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11일의 공격’에 대해 아랍세계의 모든 정부들이 보인 태도는, 그 사이 얼마나 시민과 정부 사이에 큰 간격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부끄러운 사건이 되고 말았다. 모든 아랍의 회교정부 지도자들이 다투어 텔레비전에 등장해서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공격을 비난하고 애도를 표시하는 동안, 외교적인 수사도 관례도 필요없는 일반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마치 진흙탕에 코를 비비는 것처럼 미국에 아양떠는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한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혀 세계로 방송된 일부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공개적인 ‘11일의 공격’ 찬양은 철저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 일은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해 ‘테러리스터’로 낙인찍힌 팔레스타인의 누명을 지우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라고, 또 지난 11달 동안 이스라엘군에 포위당해 회복하기 힘들 만큼 손상을 입은 팔레스타인사회를 선전하는 일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철저히 비난받고 만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의문들…

사진/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이번 사태에 팔레스타인이 개입되어 있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SYGMA)
시민들은 그저 가공할 미국의 보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는 추후 평화를 위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공격에 팔레스타인이 개입되어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폭발과 동시에 배후로 주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은 팔레스타인 시민들 사이에는 한 외국인일 뿐이며, 그가 무슨 영웅이나 구세주 같은 인물로 인식된 적도 없다. 그의 사진이 시민들의 시위에 등장한 적도 없거니와, 하마스나 이슬라믹 지하드 같은 강경파 무장항쟁조직들조차 그와의 연계에 대해서 극단적인 부정을 해왔을 정도다. 팔레스타인의 모든 조직들은 매우 신속하게 ‘11일의 공격’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으며, 그 성명서들은 침묵을 지키는 자신들을 윽박지르지 말 것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서안의 나블러스나 레바논 난민촌에서 벌어졌던 ‘11일의 공격’에 대한 환호는 결론적으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경찰들이 시민들의 공개적인 환호를 무력으로 저지했다는 소식도 들려왔고, 일부 외국방송 기자들은 시민들의 환호를 기록하기 위해 베들레헴 시가지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고도 한다.

현재 팔레스타인과 중동 시민들의 관심은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아랍에 대한 보복공격을 할 것인가? 미국은 앞으로 더 고립주의적 경향을 보일 것인가? 테러 분쇄작전에 미국과 동반자임을 외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강화될 것인가?

여기다가 심층적인 의문들도 하나씩 일어나고 있다. 가령 자살공격의 정당성 같은 것들이 큰 화제로 떠오르면서, 종교지도자들이 자살공격을 부정할 것인지 지원할 것인지…. 미국의 목표물에 대한 공격과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공격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뉴욕과 워싱턴 공격을 감행하고 계획한 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공격처럼 아랍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게 될 것인지….

장기적으로는 좀더 많은 의문들이 따르고 있다. 지금의 분노가 미국 자신이 수행한 대외정책의 독약에서 비롯된 반미감정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미국은 깨닫고 있을까? 그렇다면 미국이 군사적 대응 대신 정책적 의미의 개선방법도 생각하고 있을까?

어쨌든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11일의 공격’이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반테러 대규모 연합체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 중심부에 또다시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그리고 파키스탄과 같은 회교국들이 부시의 전화를 받으면서 엮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인티파다 연기?

이런 상황 속에서, 정치분석가들은 이 회교국들이 좀더 강력하고 정직한 자세로 미국에게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테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를 연기하도록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워싱턴과 뉴욕의 폭발은 미국이 지닌 국내외 정책의 수선과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고, 중동의 시민들은 미국의 변화가 자신들의 생존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노려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팔레스타인 시민들은 단기적으로 이 사건이 고통스러운 영향을 줄 것으로 여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랜 세월 군사적 공격에 시달려온 팔레스타인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자위적인 해석을 주로 하고 있다.

다오우드 쿠탑(Daoud Kuttab)/ 전 <알쿠드스신문>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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