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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군사동맹·군사기지 제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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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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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라모스 홀타 동티모르 외무장관 인터뷰… 영해문제 만족할 만한 해법 찾아

이 인터뷰는 지난 8월31일 유엔동티모르과도행정부(UNTAET) 본부에서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버틸 린트너 기자(Bertil Lintner)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내용이다.

동티모르가 아세안(Asean)과 패시픽포럼(Pacific Forum) 양쪽 모두에 참여할 뜻을 비쳤는데, 특히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대비한 ‘생명보험’ 같은 것인가.

= 양쪽에 모두 가입하면 이상적인데 현실적으로 아세안은 이중회원국을 인정치 않는다. 아세안에 서둘러 회원국 신청을 하는 일보다는 양쪽의 업저버 자격을 얻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아세안 회원국들 가운데 이미 타이나 필리핀과는 돈독한 관계를 맺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도 외교업무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평화유지군(PKF)에 전투병을 파견했을 정도다. 좀더 많은 회원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장차 회원국이 되는 길을 모색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세안에 가입하려는 게 인도네시아를 못 믿어 무슨 생명보험을 든다는 뜻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호락호락 다 내놓을까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관계에서는 경제부문에서 잠재적인 분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티모르해의 천연자원 분배문제 같은 것으로.

= 마찰의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서로 다른 주권 개념을 지닌 탓인데, 영해문제다. 그렇지만 약 1년간의 협상을 통해 지난 7월5일 인식의 격차를 좁히며 새로운 협정의 얼개를 짬으로써 동티모르와 오스트레일리아가 공히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았다.

진정으로 해법을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가.

= 두 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합의한 사항인데, 동티모르해 가스전으로부터 수익의 90%와 또 오스트레일리아 영해가 티모르 해곡에 안팎으로 걸치는 ‘그레이터 선라이즈’ 지역으로부터 20%의 수익을 우리가 가진다는 방식이다. 이 합의는 매년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에게 800만달러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추후 가스 파이프라인이 작동하면 동티모르인들이 다윈(오스트레일리아 북부도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이다. 둘째는 사업권자와 관계인데, 티모르해의 최초 계약자인 필립석유(Phillips Petroleum)와 우리쪽 사이에 장애가 발생한 건 사실이지만, 새 정부를 구성한 뒤 다시 협상한다면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분배율 90:10이 문제가 아니라, 그 ‘케익’의 크기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인데, 오스트레일리아가 당신이 만족하는 것처럼 호락호락 다 내놓겠는가.

=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합의했던 50:50 분배원칙을 깨고 새 협정을 통해 동티모르가 90%를 가진다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가장 큰 이권이 걸린 선라이즈에서 매일 150만달러치를 캐내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선라이즈는 티모르 경제수역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20%를 우리에게 지불하기로 했다. 이건 연간 2억달러쯤 된다. 여기다 매년 800만달러를 우리에게 추가로 지불한다는 건 가스 파이프라인이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서 동티모르가 같은 방식의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보상 차원에서다.

결국 영해권인데, 앞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이걸 놓고 새로 협상할 계획인가.

= 오스트레일리아는 ‘판도라 박스’ 열기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 이건 인도네시아와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영해권 협상에 참여해 보지도 못한 채 결정되었으니…. 그레이터 선라이즈가 100% 동티모르 영해임을 지도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는데… 1972년 인도네시아와 협상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몇 마일쯤 동티모르 수역으로 들어와서 경계를 설정했다고 하니. 당시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제3자 무개입원칙을 놓고 합의를 보았고…. 다시 엄격히 재면 선라이즈가 동티모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의 ‘행복한 관계’

그래서 거듭 묻는데, 영해의 경계선을 놓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다시 협상할 것인가.

= “그렇다” “아니다”로 말할 수 없다. 이건 오스트레일리아와만 일방적인 협상이 되질 않는 탓이다. 인도네시아도 협상 테이블에 앉고 특히 동티모르의 주장에 동의해야만 가능한데, 경계선을 새로 긋든 말든 인도네시아로서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으니, 쉬운 일이겠는가.

군사·안보부문으로 화제를 좀 바꿔보자. 국방군 1500명과 예비군 1500명으로는 유사시 자위가 불가능할 텐데,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와 군사협정을 맺을 계획인가.

= 방위문제를 놓고 우호국들과 협의하겠지만 군사협정 계획은 없다. 가령 오스트레일리아가 비상시에 동티모르를 구조하는 것과 같은 것을 명문화하는 협정 같은 건 원치 않는다. 안보협의 수준에서, 오스트레일리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와 미국 사이의 방식들처럼 훈련이나 장비, 자문 같은 분야 정도. 군사동맹이나 군사기지 제공 같은 건 없다. 만약 인도네시아와 신뢰관계를 맺고 우리가 아세안의 회원국이 된다면 그런 협상의 필요성도 없다.

인도네시아 군부에서는 동티모르를 군사적 개념의 상실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고 보는가.

= 물론이다. 군 전체는 아니더라도, 동티모르 침공으로 이익을 얻었던 군인들 사이에서는. 특히 동티모르 공격의 ‘영웅’들은 동티모르가 독립하자 갑자기 환상이 깨져 매우 분개하고 있다. 밤방 유도요노 퇴역중장이라든지 프라보오 장군(전 특전사령관이자 수하르토의 사위)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인도네시아 시민들의 정서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 나는 수하르토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나쁜 놈’으로 소문나 있었는데, 처음 내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1999년 정말 놀랐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도 축하해주며 악수를 청했고 심지어 출입국 관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도 인도네시아에 갈 때마다 시민들은 참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인도네시아군이 내게 그런 찬사를 보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다른 나라들과 관계는 어떤가, 특히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

= 한국은 참 특별한 관계다. 어디에도 비할 바 없이….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장쩌민 중국 주석과 오부치 일본 총리가 동티모르 국제군(Interfet)을 지원하게끔 큰 도움을 주었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당시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군부가 아시아의 지원을 계산하지 못하도록 설득해서 결국 동티모르 독립을 지원했다. 개인적으로도 김대중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천거했던 사람 가운데 한명이었고, 그의 수상식이 있던 날 오슬로에 초대된 유일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다. 라스 팔로스에서 평판이 자자한 한국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지역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정도다. 중국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거금 400만달러를 들여 동티모르의 외무부를 짓고 또 어업과 농업분야에 4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2차대전 당시 7만명의 동티모르인을 학살했고, 내 가족도 그 희생자다. 그렇더라도 전쟁 뒤에는 일본이 동티모르를 위해서 일관된 지원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2차대전에 머물러 있을 순 없고 미래를 위해 그 주제를 더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독립선포 내년5월, 국호는 동티모르공화국

사진/ 동티모르 독립투쟁 기록을 담은 오스트레일리아 종군기자 존 마르틴쿠스(왼쪽에서 세번째)의 <추악한 작은 전쟁>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호세 리모스 호르타.
남북 한국의 관계 속에서 동티모르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해나갈 것인가.

=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매우 인정적이며 현실적인 것으로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 내부에서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소리들이 흘러나오니 놀랍기만 하다. 동티모르와 북한관계는 서두를 상황이 아니고….

왜 아닌가.

= 우리 현실이다. 현재 한국과의 이 ‘행복한’ 관계만 해도 충분하다. (웃음) 우리가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할 만큼 여유도 없고, 또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도 그런 수준이 아니고….

그럼 당신의 현실로 넘어가서, 유엔의 대 동티모르 사업은 어떻게 보고 있나. 당신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유엔을 비판해왔는데.

= 나는 건전한 비판을 통해 유엔에 협력해왔다. 지금은 유엔이 크게 개선되었고 동티모르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만약 1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기자면 8점쯤은 될 듯하다.

유엔의 초기 동티모르 사업은 매우 서툴렀다. 적합한 인물들이 초토화된 동티모르에서 찾아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측면에서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하여튼 유엔의 사업은 광대했고 인력 채용은 느리기만 했다. 사업 결정 자체가 혼선을 겪기도 했다.

동티모르 현지인들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서커스를 지켜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유급 유엔 인력들의 배만 채운다고 불평하고 있는데.

= 초기에는 그랬다. 매우 실망했다. 그러나 유엔을 회상해보자면 어디라고 더 나은 경우도 없었다.

올해 안에 독립을 선포할 계획인가.

= 아니다. 내년 5월 정도로 보고 있다.

국명은 어떻게, 75년 11월28일 독립선포 때처럼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이라 부를 건가.

=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냥 ‘동티모르공화국’이 자연스럽지 않겠나? 티모르 로로사이(Timor Lorosa’e)가 색다른 이름이긴 한데 그렇게 널리 쓰일 것 같지는 않다.

딜리= 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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