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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디언문화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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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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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계/ <첫번째 인간과 브라질 인디언 신화>

남미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방대한 브라질 국토 중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원주민 인디언들의 몫은 얼마나 될까? 얼마 전에 브라질의 인기 TV프로그램인 <백만장자되기 퀴즈쇼>에서 최종적으로 100만헤알(50만달러)이 걸린 마지막 문제였다. 출연자는 1%, 2%, 5%, 10%의 객관식 4문항 중에서 골라 대답하기를 포기하고 50만헤알을 타가는 데 그쳤다. 정답은 의외로 많은 10%였다. 브라질 땅의 10분의 1은 인디언들의 것이라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브라질에는 35만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고 194개의 인디언 언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총 561개의 인디언보호구역이 있으며 전체 면적을 합치면 독일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넓다. 보호구역의 98%가 아마존지역에 자리해서 불모지, 미개발지가 많다. 베치 민들린은 인디언들의 삶의 모습이 브라질의 문화적 다양성을 살찌우는 귀중한 자산이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추적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여성 인류학자다. 23년에 걸쳐 가비앙 이콜렌즈 부족의 언어와 신화를 수집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번에 그 연구결과를 <첫번째 인간과 브라질 인디언 신화> <영혼으로 지은 가죽옷>이라는 두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가비앙 이콜렌즈 부족은 50년대에는 100여명에 불과했다가 오늘날은 400명 정도 남아 있다. 투피 인디언 언어 계열 중 ‘몬데 패밀리’로 분류되는 언어를 사용한다.

이 책에는 세상의 시작과 인간 존재의 만들어짐, 산자와 죽은자의 영혼이 함께 어울리는 세계에 대한 인디언 신화와 더불어 성과 사랑에 대한 그들의 전통적인 관습이 잘 설명돼 있어 흥미롭다.

인류학 환경연구소 설립자이기도 한 베치 민들린은 80년대부터 인디언 언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왔다. 문자가 없는 언어인 만큼 녹취를 통해 문자체계를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그의 연구에 힘입어 이미 8개의 인디언 언어가 문자체계로 정립되었다.

인디언보호구역이 많은 아마존지역인 혼도니아와 아크리주립대학의 인류학부에서는, 대부분 사멸의 위기에 놓인 인디언 언어와 문화를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인디언 부족 출신의 학생들을 자신의 말과 관습을 조사하는 인류학 연구자로 훈련시킨다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추구해왔다. 최근에는 그 결실로 <쉐니파부 미우이: 신화의 역사>라는 신화 연구서가 인디언 언어로 만들어지고 포르투갈어 번역판이 같이 출판돼 나왔다.


베치 민들린은 자료를 제공한 인디언들을 책의 공동 저작자로 명기하는 외에 전적으로 저작권을 맡기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조사 대상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연구성과를 접하고 비판할 권리를 가지며 내용을 함께 분석하고 토론을 통해 연구작업의 질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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