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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파리지앵은 차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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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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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들라노에 시장의 혁신적 교통개혁과 자가운전자 수난시대…회의론도 만만치 않아

8월24일. 섭씨 34도의 푹푹 찌는 파리에서 파리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는 대중버스에 올랐다. 파리시장이 찜통더위에 정장하고 각처의 저명인사들과 동행하여 에어컨도 없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파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는데, 그 자유롭고 현대적이며 효율적인 파리통행수단은 다름 아닌 ‘대중교통수단, 자전거, 롤러스케이터, 보행’이다.

넓어진 버스도로에 운전자들 한숨

지난 봄 새롭게 선출된 사회당 출신의 파리시장 들라노에는 ‘파리의 환경과 교통체증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대중교통수단의 활성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지하철과 버스노선의 배선도가 세계에서도 수위급이라 할 수 있는 파리인 만큼 그가 주목한 건 지상도로의 교통체증과 교통오염의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교통체증과 교통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들라노에 시장만의 획기적인 방안은 아니다. 전임 파리시장들도 지향해온 환경개선 내용이었으며, 들라노에의 전임자였던 티베리 시장은 공해줄이기를 위해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사용을 특히 권장하기도 했다. 현재 파리 곳곳에서 보게 되는 자전거전용 도로들은 티베리 시장 당시 대거 신축되었고, 일요일이면 파리의 몇몇 도로들을 차단해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 및 보행자만 출입하도록 조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들라노에는 티베리와는 정치색깔이 다르다. 그는 파리현대사에서 좌파정치인으로는 처음 파리시장이 되었고, 그가 거느리는 파리시의회의 구성원들 과반수 이상이 좌파계열 의원이다. 그래서인지 들라노에 시장의 교통개혁은 어딘지 색다른 감이 있다.

교통개혁의 첫 번째 실행은 지난 7월15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는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한달 동안, 센 강변도로 중 약 4km에 해당하는 부분을 차단하여, 보행자와 자전거 및 롤러스케이트 이용자들만이 출입가능하도록 조처했다. 한달 내내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걸쳐 이루어진 조처라, 자동차통행금지나 다름없었다. 원래 센 강변도로는 횡단보도가 없고 고속으로 파리를 가로지를 수 있는 일방통행도로인지라, 이 조처는 파리의 수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의 노여움을 샀다. 결국 그들 중 한 변호사가 ‘비민주적이고, 강경한 조처’라는 명목을 들어 파리시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기에 이르렀다. 그 변호사가 소송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강변도로 일부의 폐쇄는 올 여름 내내 언론들을 살찌운 정치, 사회 만담거리가 되었다. 그와 함께 강변도로를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과 롤러스케이트 타는 이들, 그리고 자전거 타고 오가는 녹생당원들의 모습이 좋은 구경거리가 됐다. 얼마 전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리인들의 71%가 강변도로 폐쇄로 겪은 불편이 없었고 특히 여성들과 젊은층 및 노년층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기간에 계속된 화창한 날씨에 힘입은 면도 있지만, 어쨌든 들라노에 시장의 교통개혁 제1막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들라노에의 교통개혁 제2막은 ‘버스길 확장’으로, 이번 여름 내내 파리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었다. 기존 버스전용도로의 너비 3.7m를 4.5m로 확장하고, 버스전용도로가 없는 경우 거리상황에 따라 신축하며, 버스도로를 표시하는 기존의 평면경계선을 높이 10cm, 너비 70cm의 돌출경계선으로 바꾸어 버스와 택시 및 자전거만이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다. 8월31일 현재, 파리는 총연장 7km에 이르는 버스도로공사가 마무리되었고, 올해중으로 41km의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2억1천만프랑 이상의 예산이 드는 공사로, 장기간 파리전역에 걸쳐 이루어지며, 파리를 왕래하는 모든 사람들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큰 교통개혁이다. 들라노에가 시장으로 부임한 지 불과 5개월을 조금 넘긴 상태이고, 돌출경계선의 규정과 관련한 시의원들의 투표가 지난 7월10일에 있었음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급속도로 진행된 공사이기도 하다. 이렇듯 ‘신속하고 추진력 있는’ 들라노에 시장의 대중교통수단 활성화는 자가운전자들에게 ‘교통지옥’을 선사하고 있다.

재빠른 오토바이, 막가파 배달차

사진/ 대퉁교통수단(버스, 택시) 전용도로 돌출경계선 공사. 현재 파리에는 이런 공사장이 즐비하다.
경계선을 합해 1m 이상 늘어난 버스도로 때문에 일반승용차가 이용가능한 차선이 한 차선 줄어들었고, 배달차량들은 버스도로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성미 급한 자가운전자들이 몰래 버스도로에 진입하려 해도 돌출경계선이 막고 있어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그 길로 들어서 경찰에 발각되면 영락없이 경계선 안에 갇히게 되고 만다. 그래서 인내하며 옆차와 나란히 앞차를 따라가다가 차선이 줄어드는 길로 전환할 때는 생지옥이 따로 없다. 재빠른 오토바이들은 눈치껏 두길을 오락가락하며 다른 차들의 안전을 방해하고, 배짱좋은 배달차들은 버스도로에 정차한 채 버스, 택시길을 막는다. 모처럼 파리중앙을 이전보다 훨씬 빨리 달려오던 버스와 택시의 기쁨도 잠시, 코앞에 정차한 배달차량의 느린 움직임에 번 시간만큼 잃게 되고 만다. 파리의 거리는 새롭게 그어진 중앙선과 줄어든 일반차선으로 같은 거리라도 어쩐지 낯설어보여, 운전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편 자전거 이용자들은 예전보다 넓은 길을 쌩쌩달릴 수 있지만, 버스, 택시와 같은 길을 이용하는 만큼 버스와 택시의 또다른 장애가 되는 듯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 이용의 모범을 보이는 녹색당 정치인들 중 한명이 새롭게 단장된 버스/택시/자전거도로에서 유유히 자전거를 타다가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막 7km의 버스도로를 완공한 파리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기존의 지옥을 없애려다 또다른 지옥을 만들고 만 격이다.

극도의 개인주의가 만연하는 프랑스에서 국민들의 교통개혁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교통당국은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반하는 이에게는 파리경찰국의 적극적인 협조로 더 강경한 조처를 취할 예정이며, 대중교통수단의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자동차들의 전쟁’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돌출경계선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된 채 나날이 개선되는 대중교통의 안전과 그에 비례하여 나날이 악화되는 일반승용차들의 전쟁. 하지만 바로 이것이 들라노에 시장이 노리는 교통개혁의 다음 단계로 해석된다. 이 단계에서 더이상 참지 못한 자가운전자들이 스스로 자가용을 내팽개치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면, 결국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다. 교통체증을 감소하려는 정책치고는 역방정식을 이용한 독창적이고도 대담한 논리다.

“자가운전자들에 대한 전쟁통고냐”라는 질문에, 파리시청 교통관리 담당관 보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목적은 자동차 없는 파리를 만들자는 것도, 자가운전자들을 괴롭히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버스가 훨씬 잘 운행되니, 차를 차고에 두고 버스를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다양한 교통수단의 균형을 이루자는 데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파리지앵(파리시민)의 과반수 이상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 또한 좋은 여건에서 파리를 통행할 권리가 있으니, 좋은 공기와 경쾌한 거리는 우리의 숙제다.”

급속한 개혁은 과욕이었나

보팽의 말처럼, 파리시민의 56%는 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나머지 44%의 파리시민들만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일이 전부는 아니다. 파리 근교지역에서 파리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자가운전자들까지도 설득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돌적이고 급진적인 교통개혁은 언론으로부터 적지않은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봄 민주적으로 선출된 반(反)자동차 정치인들”, “파리지앵들, 당신의 차를 팔아버려요”, “들라노에, 자동차에 전쟁선언”, “녹색당원들의 유치한 이데올로기” 등 언론들이 쏟아내는 화살이 더없이 험악하다. 게다가 자가운전자과 배달차 운전자들의 반발확산은 물론이고, 큰 성과를 보지 못했던 기존개혁들과 마찬가지로 유야무야될 경우를 경우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어떠한 교통개혁도 200만명을 넘는 파리시민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이 교통개혁은 교통문화뿐 아니라, 현대인의 문화적인 각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힘들 것이다. 예술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파리에서, 시민들의 예술적인 정열이 촉진제가 되어 자동차 공해없는 파리를 만들어간다면, 자전거 타고 바라보는 파리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파리=이선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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