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감을 재생산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 “지긋지긋한 땅 이제는 떠나고 싶어”
지난 8월29일 오후 라말라시내 중심지. 이스라엘군과의 충돌에서 숨진 한구의 시신이 팔레스타인 깃발에 감싸인 채 운구되고 있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시도다!) “열사정신 이어받아 이스라엘 몰아내자!” 비장한 행렬이 이어진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연도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나 인근 상가의 주민들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있다. 무표정한 이들에게 더이상 죽음의 행렬이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상이 돼버린 것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이제는 덤덤합니다.” 지난해 9월28일 터진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미 12개월째에 접어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유혈충돌로 사망자가 8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80% 정도가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은 비상구가 사라진 듯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과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젊은이들을 통해 평화 공존의 실낱같은 희망을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이외의 소득은 없었다.
보안검사만 5시간
우선 요르단강을 건너 이스라엘과 서안지역으로 향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1200여만달러의 무상원조로 잘 닦아놓은 도로를 따라 요르단강을 넘어 이스라엘쪽의 알렌비 국경사무소에 도착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한 방문임을 밝히자 여자 보안요원은 어떤 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 소지품 검사와 짧은 인터뷰가 이뤄졌다. 묘한 대목은 소지하고 있던 이스라엘 세켈 지폐에서 지문을 채취하여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확보한 팔레스타인 요주 인물들의 지문과 대조작업을 벌이는 것이었다. 모든 외국인을 일단 테러용의자로 간주한다는 보안업무 원칙에 따른다면 아무렇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키이팍)라는 말이 허공에 내던져진다. 갈등의 현장에 살고 있는 양쪽 주민들의 삶은 여러 면에서 정상이 아니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70%에 육박하는 실업률에서 보듯 이스라엘군에 의한 거주지역 봉쇄조치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인지 서안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의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거칠고 무표정했다. 이들에게 던진 의례적인 “안녕하세요”라는 질문이 너무 무색하게 느껴졌다. 평소 20분 정도면 쉽게 오갈 수 있었던 라말라에서 영업용 차량의 통과는 허용되지 않았고, 개인 차량들도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칼란디아검문소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라말라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낮 동안은 시가전, 한밤중엔 이스라엘군의 사격과 포격이 이뤄지곤 하는 베들레헴도 불편함은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드나들려면 꼬박 5시간 이상은 보안검사를 받기 위하여 공을 들여야만 한다. 이 때문에 식량과 연료부족은 물론 약품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라말라나 가자지구의 상태는 좋은 편이다. 나블루스 등 일부 도시는 차량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도시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다. 완전히 새장에 갇혀버린 신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안상의 이유, 즉 나블루스를 떠나서 다른 이스라엘지역에서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통제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실제 겪고 있는 불편은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샤론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이스라엘 시민의 일상생활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늦은 시간은 물론이고 낮시간도 팔레스타인 인접지역 통행을 자제하여야 한다. 대형쇼핑몰이나 유명상점, 나이트클럽 등은 폭탄테러 가능지역으로 꼽힌다. 테러공격을 피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시내버스 대신 택시를, 대형쇼핑몰보다 작은 상점을, 영화관을 가기보단 비디오를 보는 것이 좋다. 일부 이스라엘 언론보도에 의하면 극도의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이스라엘인들이 늘고 있다. 텔아비브 주재 외국대사관에는 이민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발길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한다. 텔아비브 주재 캐나다대사관에는 이스라엘을 떠나려는 옛소련권 주민들의 이민 신청건수가 지난해 가을보다 50%나 늘었으며 영국대사관도 신청건수가 25% 증가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 중 14%는 해외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특히 28∼34살 젊은층의 경우 28%가 “여건만 허락된다면 이스라엘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중동전의 유명했던 유대인들의 ‘애국심 신화’도 이제는 옛시대의 산물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현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는 젊은 세대라 하여 특별히 다를 수는 없었다. “해결책이요? 그게 가능이나 한 소리입니까? 희망이란 것은 없습니다.” 8년째 팔레스타인 경찰에 재직중인 후쌈(28)의 반응이다. “코란에 나와 있듯이 유대인들이 이 땅에서 모두 제거되기 전에 과연 그들과의 공존이 가능하겠습니까. 충돌을 풀어나갈 만한 돌파구는 전혀 없어요.”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조금더 절망적이었고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조금만 더 이스라엘이 비인간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폭탄을 안고 적진에 뛰어들어 장렬한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좀더 거세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부 무함마드는 격앙된 표정으로 그의 분노를 분출하고 있었다. 현재와 같은 자치지구 봉쇄와 표적 암살정책을 계속하는 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자살폭탄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젊은이라고 해서 그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마스 대원에 의해 자살폭탄이 터져 어린이와 외국인을 포함해 18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한 예루살렘 중심가의 스바로 피자가게 앞.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하여 이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참사현장이라는 사전정보가 없다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를 판이었다. 바라크 정권 때 팔레스타인쪽에 지나치게 우호적이고 타협적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과는 달리 비타협정신으로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아리엘 샤론에 대한 민심은 달랐다. 정부가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고 테러범들을 사전 제압하기 위하여 표적암살정책을 결정했다면 그것을 집행할 권리가 정부에 있지 않은가 하는 분위기였다. 히브리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에얄 마즐리야(25)는 “돌파구는 없다. (현 상황이)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평화 공존이 필요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엄청난 삶의 질의 격차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듯이 지금의 분쟁상황도 쉽게 종식될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간에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이들의 지도자와 정부와 군을 지지하는 인상이 짙다.
아랍 형제애도 유대 애국심도 없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젊은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실제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평소에도 별달리 요르단강 서안이나 가자지구를 출입하지 않던 터였다. 게다가 긴강감이 고조되는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양쪽간에 심리적인 거리감이 커져만 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편견과 선입견이 굳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좀더 실제적인 문제해결에 장애로 다가오게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언제 분쟁이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없다. 상황은 결코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다. 현재와 같은 분쟁상태는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현지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이스라엘 군당국의 분석과도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 군당국이 군사정보를 토대로 향후 5년간의 대응전략을 분석한 연례전략 평가자료는 이같은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중동전이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지거나 완전 평온이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소규모 분쟁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아랍의 대의를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그 누구도 팔레스타인 편에 서지 않는다. 아랍국가들의 배후에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나임 투바시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을 토해냈다. 아랍정신은 죽었고 이슬람 형제애도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심리적으로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중동 정치의 유일한 수단은 외교가 아닌 군사력”이란 신념대로 힘의 정책을 펴고 있는 샤론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해 공격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외 대표부격인 오리엔트 하우스를 폐쇄시키기도 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샤론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을지도 모르는 협상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샤론은 “테러가 멈출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고 그럼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포성과 함께 들리는 망치소리
팔레스타인 내의 무장투쟁조직들은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한 싸움인데 자치정부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라며 타협없는 대이스라엘 성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 대한 표적암살에 나선 지 오래다. 이미 40여명 안팎의 팔레스타인쪽 인사들이 표적암살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지목하는 주요 7인의 표적암살대상은 야세르 아라파트 국가수반을 비롯하여 최근 암살된 아부 알리 무스타파,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부수반 아부 마잔, 공보담당 책임자 야세르 압두 라바, 이슬람 지하드의 압둘라 앗샤미 등이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의 베이트 잘라 진입으로 인한 긴장과 시가전이 여전하던 그날 베들레헴 곳곳에는 새로이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은 듯 총성 포성에 공사현장의 망치소리가 뒤엉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안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불도저 굉음이 퍼져나가고 있다. 양쪽간의 충돌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애국지사’와 ‘테러리스트’의 개념 규정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사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보복의 악순환은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쪽의 애국지사, 의사, 열사의 장례행렬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아부 알리 무스타파, 이브라힘 무함마드 샤라프, 희샴 아부 자무스, 자헤르 이스마일, 파디 사마네, 하킴 카발라, 아하드 힌디예, 살라 자이단, 무인 아부 라위, 무함마드 아부 아라르, 압드 아르라흐만 아부 바크라, 이마드 아부 스네이네, 나세르 아부 제이다, 사브린 아부 스네이네, 마헤르 아프파네, 무함마드 시카, 아메르 만수르 알쿠데이리, 마흐디 압둘 파타, 피라스 살림 압둘 하크, 무함마드 바다이 알비시타이…. 팔레스타인쪽의 테러로 희생된 이스라엘 사망자들의 장례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스 다주리, 도브 로스만, 샤론 벤 샬롬, 야니브 벤 샬롬, 조하르 슈르기, 테히야 블룸베르그…. 지난 8월에 희생당한 이들의 명단이다. 언제나 이 곡성이 잦아들고 평화의 노래가 시작될 것인가. 이슬람의 성지가 있는 성전산과 유대인들이 기도하는 통곡의 벽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 두터워보인다.
라말라·예루살렘=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우선 요르단강을 건너 이스라엘과 서안지역으로 향했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1200여만달러의 무상원조로 잘 닦아놓은 도로를 따라 요르단강을 넘어 이스라엘쪽의 알렌비 국경사무소에 도착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한 방문임을 밝히자 여자 보안요원은 어떤 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서 소지품 검사와 짧은 인터뷰가 이뤄졌다. 묘한 대목은 소지하고 있던 이스라엘 세켈 지폐에서 지문을 채취하여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확보한 팔레스타인 요주 인물들의 지문과 대조작업을 벌이는 것이었다. 모든 외국인을 일단 테러용의자로 간주한다는 보안업무 원칙에 따른다면 아무렇지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당하는 입장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키이팍)라는 말이 허공에 내던져진다. 갈등의 현장에 살고 있는 양쪽 주민들의 삶은 여러 면에서 정상이 아니었다.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70%에 육박하는 실업률에서 보듯 이스라엘군에 의한 거주지역 봉쇄조치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런 까닭인지 서안지역 팔레스타인인들의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거칠고 무표정했다. 이들에게 던진 의례적인 “안녕하세요”라는 질문이 너무 무색하게 느껴졌다. 평소 20분 정도면 쉽게 오갈 수 있었던 라말라에서 영업용 차량의 통과는 허용되지 않았고, 개인 차량들도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칼란디아검문소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라말라 시내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낮 동안은 시가전, 한밤중엔 이스라엘군의 사격과 포격이 이뤄지곤 하는 베들레헴도 불편함은 마찬가지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를 드나들려면 꼬박 5시간 이상은 보안검사를 받기 위하여 공을 들여야만 한다. 이 때문에 식량과 연료부족은 물론 약품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라말라나 가자지구의 상태는 좋은 편이다. 나블루스 등 일부 도시는 차량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도시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다. 완전히 새장에 갇혀버린 신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안상의 이유, 즉 나블루스를 떠나서 다른 이스라엘지역에서 테러를 자행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통제를 완화했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이 실제 겪고 있는 불편은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샤론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사진/ 라말라 칼란디아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하여 즐비하게 늘어선 차량 행렬.

사진/ 하마스 대원에 의해 자살폭탄이 터져 어린이와 외국인을 포함해 18명이 숨지고 88명이 부상한 예루살렘 중심가의 스바로피자가게 앞.

사진/ 라말라 큰샘사원 벽을 가득 채운 팔레스타인 희생자들과 무장투사들의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