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성의 혼전 성경험을 결혼 무효 사유로 인정한 민법 개정
앞으로 브라질에서는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혼을 취소할 수 없게 됐다. 신부에게 혼전 성경험이 있으면 결혼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민법조항이 이제서야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간 것이 옛날 얘기고 21세기에 접어든 지도 한참이 지난 마당에, 이게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브라질의 현행 민법은 엄연히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남편은 결혼한 날로부터 10일 안에 결혼 사실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녀막 손상 여부가 판결 기준?
문제의 법안은 1916년에 만들어졌다. ‘남편이 인지하지 못한 신부의 처녀성 상실’을 ‘혼인 상대방의 중대한 결격 사유’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날짜에서 10일 이내에 결혼 무효신청을 내고 적절한 처녀성 확인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재판부는 신부가 결혼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서 판결을 내리게 되고 신부쪽에서는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처녀였다는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다. 처녀막이 손상된 날로부터 상처가 아무는 데 12일에서 15일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이 규정이 근거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니까 의사 검사결과 처녀막의 상처가 이미 아물었다고 드러나면 두 사람의 결혼은 무효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민법조항이 존속해온 85년 동안에 신부의 혼전 순결 상실을 이유로 많은 결혼 무효소송이 실제 이루어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법률 서적을 뒤져보면 100여건의 선례가 나와 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예를 보자. 1968년에는 신부가 혼인 전에 처녀성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2명의 증인을 내세워 결혼 무효소송을 낸 신랑이 있었다. 1심에서 무효판결이 나왔지만 상급법원은 타인의 증언만으로는 처녀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같은 1960년대에는 한 신랑의 결혼 무효소송에 신부쪽이 진단서 제출을 요청했는데, 검사과정에 참가한 의사 7명 중 4명이 신부가 결혼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고 진단해서 무효판결이 난 사례도 있다. 이 법은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떠나서 처녀막의 손상 여부가 성관계 경험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이었다. 남자의 동정 상실은 어떻게 하나 1988년에 개정된 브라질 헌법은 남녀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보장하고 있지만 많은 민법 전문가들은 문제의 규정이 아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가장 최근의 기록으로는 1998년에도 한 지방법원이 이 조항에 근거해서 결혼 무효를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다른 주법원에서는 처녀성 여부를 문제삼아 결혼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의 남녀평등 정신에 위배한다는 판결을 내린 선례가 있다. 한편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남녀의 평등한 권리에 의거해서, 남자가 혼전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로 여자쪽에서 결혼 무효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법학자도 있다. 물론 문제는 남자의 경우 동정 상실 여부를 확인할 의학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 개정되는 민법에서는 혼전 처녀성 상실이 혼인을 무효화하기에 충분한 사유로 더이상 포함되지 않는다. 새 민법이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앞으로 1년이 남아 있다. 처녀가 아닌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전근대적인’ 브라질 남자라면 빨리 혼인식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사진/ 신부가 처녀가 아니면 결혼을 무효로 할 수 잇따는 낡은 민법조항이 드디에 폐지된다. 브라질 헌법은 1988년부터 남녀평등을 보장하고 있다.(GAMMA)
문제의 법안은 1916년에 만들어졌다. ‘남편이 인지하지 못한 신부의 처녀성 상실’을 ‘혼인 상대방의 중대한 결격 사유’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날짜에서 10일 이내에 결혼 무효신청을 내고 적절한 처녀성 확인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재판부는 신부가 결혼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는 증거를 확보해서 판결을 내리게 되고 신부쪽에서는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처녀였다는 진단서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다. 처녀막이 손상된 날로부터 상처가 아무는 데 12일에서 15일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이 규정이 근거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다. 그러니까 의사 검사결과 처녀막의 상처가 이미 아물었다고 드러나면 두 사람의 결혼은 무효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민법조항이 존속해온 85년 동안에 신부의 혼전 순결 상실을 이유로 많은 결혼 무효소송이 실제 이루어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법률 서적을 뒤져보면 100여건의 선례가 나와 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예를 보자. 1968년에는 신부가 혼인 전에 처녀성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2명의 증인을 내세워 결혼 무효소송을 낸 신랑이 있었다. 1심에서 무효판결이 나왔지만 상급법원은 타인의 증언만으로는 처녀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같은 1960년대에는 한 신랑의 결혼 무효소송에 신부쪽이 진단서 제출을 요청했는데, 검사과정에 참가한 의사 7명 중 4명이 신부가 결혼 당시 처녀가 아니었다고 진단해서 무효판결이 난 사례도 있다. 이 법은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떠나서 처녀막의 손상 여부가 성관계 경험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이었다. 남자의 동정 상실은 어떻게 하나 1988년에 개정된 브라질 헌법은 남녀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보장하고 있지만 많은 민법 전문가들은 문제의 규정이 아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가장 최근의 기록으로는 1998년에도 한 지방법원이 이 조항에 근거해서 결혼 무효를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다른 주법원에서는 처녀성 여부를 문제삼아 결혼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의 남녀평등 정신에 위배한다는 판결을 내린 선례가 있다. 한편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남녀의 평등한 권리에 의거해서, 남자가 혼전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이유로 여자쪽에서 결혼 무효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법학자도 있다. 물론 문제는 남자의 경우 동정 상실 여부를 확인할 의학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 개정되는 민법에서는 혼전 처녀성 상실이 혼인을 무효화하기에 충분한 사유로 더이상 포함되지 않는다. 새 민법이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효력을 발휘하기에는 앞으로 1년이 남아 있다. 처녀가 아닌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전근대적인’ 브라질 남자라면 빨리 혼인식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