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타이경제는 일본 입김 아래 있는데, 만약 2차대전에서 일본이 이겼다면 어땠을까
“만약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면, 타이는 지금쯤 어디에 서 있을까?”
심심찮게 이 역사의 가정을 화제에 올려 타이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아시아 네트워크 팀장은, 결국 이 질문을 종전특집의 주제라며 던져놓았다.
골치아픈 주제이지만, 아시아 시민들 가운데 2차대전 당시 타이가 일본의 동맹국으로 대미선전 포고를 했던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짚어보아야 할 사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자비한 군대를 동원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쓴 일본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끔찍한 시나리오라? 그랬다면, 적어도, 동맹국 타이가 단기적으로 이익을 챙겼을 것은 뻔하지만, 결국은 일본이 아시아의 해방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고는 후회하며 살았을 것이다.
타이의 대미 선전포고를 아십니까
인도네시아를 네덜란드로부터, 필리핀을 미국으로부터, 말레이시아를 영국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일본이 장엄한 전쟁을 치렀다고 여기는 아시아의 시민들이 없는 걸 보면 간단하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난징대학살에 시치미를 떼고, 한국침략을 정당화시켜 보겠다고 혀를 꼬부리는 일본을 보면 더 간단한 결말을 얻을 수 있다.
일부는 일본이 전쟁에서 이겼더라면 타이의 경제력이 지금과 달리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모양인데, 부디 착각 마시라! 일본이 이겼든 졌든 상관없이 오늘날 타이경제는 이미 일본의 입김 아래 있는 현실을 보고서. ‘일본의 승리’라는 가정과는 상관없이, 일찌감치 현실 속의 일본은 개선장군으로 되돌아와 있다.
일본이 승리했다면, 정치적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은 해볼 수 있다. 일본의 머리 위에 자리잡은 한국 시민들은 지독하게 대일본 레지스탕스 또는 게릴라투쟁을 지금까지도 계속해 왔을 게 뻔하고, 날마다 국제면의 머릿기사는 ‘한국민족해방전선 게릴라 일본 총독부 폭파’ 같은 걸로 메워졌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이 시민들도 ‘일본제국주의자를 미워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
사회·문화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미국을 대신해 일본 것들이 타이 땅에서 판을 치고 있을 것이고. 하기야, 시민들 사이에 일본어를 배우겠다는 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거리마다 빨강머리 노랑머리 ‘일본풍’이 휩쓸고, 지식인들은 도쿄대학이나 교토대학으로 유학을 열망하는 요즘의 현실을 보자면, 굳이 일본 승리라는 가정조차 필요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 마귀가 그 마귀
이렇게 보면 어떨까. 타이 땅에서 지금의 미국을 대신해 일본이 정치,경제, 외교, 문화 모든 분야를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그렇다고 미국식 제국주의가 일본판보다 좋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고, 그 마귀가 그 마귀라는 의미에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승패와 상관없이 타이 시민사회는 상당한 의식의 혼란을 겪어왔다. 그건 세계관이 부족했던 당시 타이 정부의 태도에서 많은 것이 비롯되었다. 일본과 동맹조약을 맺고 대미선전포고를 했던 정부가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과 동시에 재빨리 미국의 동맹국- 보기에 따라 식민지라고 할 수도 있고- 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가정, 이 위험한 발상이 불행하게도 타이 땅에서는 슬그머니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일본, 미워하면서도 흠모하는 정체불명의 이름이여! 타이 시민들 속에서 끄집어낸 나의 인상이다.
프라윗 로자나프룩(Pravit Rojanapruk)
<더 네이션> 기자


사진/ 일본이 전쟁에서 이겼다면 과연 타이의 경제력이 훨씬 좋아졌을까? 한 은행 앞을 지나고 잇는 방콕 시민들.(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