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빠진 채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 본 기후변화회의… 민간환경단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점
지난 7월16일부터 27일까지 독일 본에서 치러진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 지구상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온난화의 주범인 미국이 빠진 채,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계획에 대한 대타협(?)이 이루어졌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주도하여 본 기후변화 회의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생명의 배는 일단 ‘수장’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치열한 물밑 작전들
그러나 대타협의 내용은 교토의정서에 명시된 온실가스 5.2% 감축을 1.8%로 낮춘 것이다. 현재의 기후변화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60%를 줄여야 한다는 최종목표를 생각하면 물러나도 한참을 물러난 것이다. 어쨌든 내년까지 세계 온실가스의 55% 이상을 배출하는 55개국에서 국회의 비준을 마치면 교토의정서가 정식으로 발효하게 되어 멀고 먼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별도의 배를 타고 따라올지 아니면 중간에 합류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더이상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이번에 미국을 제외한 채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부시의 대선경쟁자이자 환경론자로 알려진 앨 고어가 당선되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이번 회의의 결과는 세계환경사에 기록될 만한 자취를 남겼다. 지난 92년 브라질의 리우 지구환경회의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확인되어 원인물질을 제거하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이후 10년 만에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로 수없는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왔다. 특히, 지금까지 화석연료사용으로 잘살게 된 산업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과 현재 에너지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참여 여부문제가 끝까지 논란거리였고 방법론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복잡한 안들이 제시되어 유엔에서 다룬 이슈 중 가장 복잡하고 지리한 협상의 하나로 기록됐다. 각국은 경제적, 외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유럽연합, 미국과 주변동맹국이 묶인 소위 우산그룹,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G-77그룹 등으로 나뉘어 치열한 물밑 접촉을 가져왔다. 방법론에서는 많이 줄여야 하는 나라가 안 줄여도 되는 나라의 배출량을 돈주고 사서 대신하는 소위 ‘배출권 거래제도’가 채택되어 ‘돈놓고 돈먹기’식으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문제는 손대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할 수 있도록 뒷문을 활짝 열어놓아 이리저리 모두 빠져나가게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거의 좌초할 위기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사실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장관급 고위회담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7월23일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합의사실이 발표되자 대회의장에 모인 정부 대표단들은 물론이고 2층 참관석을 가득 메운 NGO 관계자들도 모두들 기립박수로 환영을 표시했다. 부족하지만 일단 첫발을 빨리 내딛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냉랭하던 유엔회의장에 환호성이 울리게 한 것이다. 한국은 참가 압력 0순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으로 외형은 선진국이지만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일단 처음의 감축의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현재 온실가스배출 세계 11위 국가로 중국과 함께 대표적인 개도국 참가압력 대상이다. 따라서 올해 10월에 열리는 회의에서는 참가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스위스 등 처지가 비슷한 몇몇 나라들과 소위 ‘환경집중그룹’이란 것을 만들어서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내용을 보면 에너지 시스템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아니라 약간의 기술력을 가지고 어떻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볼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이번 회의 직후 열린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논의에서 감축 이행기간을 최대한 늦춰 3차 이행기간(2018∼2022년)에 해당되도록 국제협상목표를 정했다는 데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번 회의를 둘러싸고 진행된 민간환경운동의 노력을 살펴보자.
먼저 석유업계와 원자력업계의 물적 지원으로 대통령자리에 오른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 거부를 선언한 이후, 세계의 환경운동진영은 미국 정부 자체보다도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거대 미국자본을 타깃으로 삼았다. 다국적 석유자본인 엑손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영국의 런던에서는 지하철역 광고판에 나온 모델들의 입에 엑손 불매 스티커가 붙여져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직접행동을 전문으로 하는 그린피스는 이번에도 과감한 ‘투쟁력’을 선보였다.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거대한 석유수송선을 막는가 하면, 바다의 석유시추선을 점거하여 운전을 정지시키기도 하였다. 미국이 빠진 최종합의가 발표된 직후 그린피스는 북해에 있는 영국 엑손사의 해상석유배송망을 점거하여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리곤 그 자리에 해상풍력발전소를 세워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직접적인 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그린피스와 달리, 세계 각국의 풀뿌리 환경운동단체들의 연합체인 ‘지구의 벗’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대중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독일의 지구의 벗인 분트(BUND)는 세계 각국 참가자들의 염원을 담은 나무조각을 모아서 대형 배를 만들기로 했다. 가로 1m, 세로 15cm 크기의 나무 위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담았다. 이어 본 시내에 모인 참가자들은 가로 30m, 높이 5m여의 대형 나무배를 만들었다. 배 이름은 생명의 배(life boat). 이는 3등분되어 회의장이 있는 곳까지 3시간에 걸쳐 이동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명의 배는 회의기간 내내 회의장 가운데에 전시되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인류의 염원을 상징했다.
정부간 협상의 한계를 허물어라!
전세계 주요 민간환경운동단체들이 공동으로 조직한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는 언론사와 NGO가 모여 있는 곳 입구에 석유드럼통을 수십개 쌓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소비국을 비판했다. 물론 97년 교토회의 때부터 매번 참석한 최병수 화가의 얼음 펭귄조각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 환경운동연합의 어린이 회원 2명이 참가하여 미래세대를 대표했다.
결과를 놓고 NGO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선진국과 대형 국제NGO들은 환영일색이지만 개발도상국의 NGO들은 합의안의 내용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며 비판적이다. 게다가 내년까지 각국의 국회비준 과정에서 몇몇 덩치 큰 나라가 제동을 걸면 이번 합의안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회의 마지막 날 러시아가 숲과 농지의 감축효과 인정치를 늘려달라고 버티다 다음 회의의 안건으로 넘기고 겨우 합의안을 승인한 일이 그 단적인 예다. 아마도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정치권은 자국의 직접 영향하에 있는 나라들에 보이지 않는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려 들지 모른다.
기후변화문제는 현재 세계 모든 국가가 유지하고 있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하는 대단히 어렵고 험난한 숙제를 던지고 있다. 경제 시스템 자체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환경문제에 적극적인 정부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이기주의와 경제이기주의에서 일정 정도 자유로운 환경 NGO들의 정부간 협상의 한계를 허무는 역할이 좀더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환경 NGO들은 단기적으로는 자국의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미국이 합류하도록 계속 압력을 넣어야 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허술하게 짜여져 있는 기후변화협약이 더욱 짜임새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구멍’들을 메워나가야 한다.
본=글·사진 최예용 통신원 choiyeyong@yahoo.co.kr

사진/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벗이 주도하여 회의장 가운데에 설치한 '생명의 배' 주변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이번 회의의 결과는 세계환경사에 기록될 만한 자취를 남겼다. 지난 92년 브라질의 리우 지구환경회의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확인되어 원인물질을 제거하기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이후 10년 만에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로 수없는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왔다. 특히, 지금까지 화석연료사용으로 잘살게 된 산업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과 현재 에너지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참여 여부문제가 끝까지 논란거리였고 방법론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복잡한 안들이 제시되어 유엔에서 다룬 이슈 중 가장 복잡하고 지리한 협상의 하나로 기록됐다. 각국은 경제적, 외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유럽연합, 미국과 주변동맹국이 묶인 소위 우산그룹, 개발도상국들의 모임인 G-77그룹 등으로 나뉘어 치열한 물밑 접촉을 가져왔다. 방법론에서는 많이 줄여야 하는 나라가 안 줄여도 되는 나라의 배출량을 돈주고 사서 대신하는 소위 ‘배출권 거래제도’가 채택되어 ‘돈놓고 돈먹기’식으로 진행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문제는 손대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할 수 있도록 뒷문을 활짝 열어놓아 이리저리 모두 빠져나가게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회의장 분위기는 거의 좌초할 위기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사실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장관급 고위회담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7월23일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합의사실이 발표되자 대회의장에 모인 정부 대표단들은 물론이고 2층 참관석을 가득 메운 NGO 관계자들도 모두들 기립박수로 환영을 표시했다. 부족하지만 일단 첫발을 빨리 내딛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냉랭하던 유엔회의장에 환호성이 울리게 한 것이다. 한국은 참가 압력 0순위

사진/ 기후변화로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 나침반이 더이상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

사진/ 핵에너지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환경단체 참가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어린이 회원이 회의장 앞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