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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기아를 정치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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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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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계/ <기아라는 이름의 범죄행위-아프리카에서의 정치와 재난구호산업>

‘굶주림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은 누가 대답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정치인들은 보통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망설임 없이 지목한다. 굶주림을 자연재해 때문인 것으로 돌리는 순간 책임소재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자연재해가 위정자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기아라는 이름의 범죄행위-아프리카에서의 정치와 재난구호산업>이라는 책은 제목이 강력하게 시사하듯 기아문제는 자연재해가 초래한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각국 정부, 원조공여국, 구호기구들이 공동으로 연출해낸 정치적 실패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규정짓는다.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대의가 기본적 권리로서, 정치적 지상과제로서 자리매김하면 기아문제는 충분히 예방가능하고 극복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아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정치적 의지의 결여와 민주적 정치문화의 부재에서 규명하려는 저자 알렉스 데발의 관점은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아마르티야 센의 견해와 상당히 일맥상통한다. 아마르티야 센은 기아문제는 권위주의적 통치와 군부통치하에서만 발생하고 개방되고 민주적인 국가에서는 결코 발생한 바 없다고 갈파함으로써 정치적 자유박탈과 기아문제의 상관성을 지적한 바 있다.

‘아프리카의 권리’라는 단체의 공동의장인 저자는 수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대표적인 사례연구를 통하여 아프리카의 군부독재자들과 정치인들이 기아문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서방원조공여국들도 구조조정계획(SAP)을 추진하고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권위주의적 독재체재를 온존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기아문제의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일반대중의 상식과는 달리 이른바 국제구호기구들이 신자유주의시대의 ‘인간의 얼굴’일 수는 있어도 특별한 책임을 갖지 않는 자선적 성격이라는 본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질타한다. 때문에 국제구호기관들은 막대한 예산과 높은 대중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기아문제 해결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구호관련 전문기구나 비정부기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재원이 증액된다는 사실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 각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실효성 있는 해결책 모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기아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인도주의적 기아대책활동을 실패로 규정한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굶주림과의 투쟁이라는 문제를 좀더 민주적이고 열린 정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한편 기아문제를 초래한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헨트=양철준 통신원 YANG.chuljoon@wanad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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