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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메가와티 다음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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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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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탄핵 주도한 국민협의회(MPR) 의장 아미엔 라이스 단독인터뷰

사진/ 아미엔 라이스 국민협의회 의장
이 인터뷰는 7월24일 국민협의회의 의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와히드 탄핵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그와의 단독 인터뷰 기회는 외국언론 중에서 <한겨레21>이 다음 두 번째로 얻은 것이다. 편집자

-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와히드 대통령을 어제 ‘성공적’으로 축출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 참…(긴 여운 끝에)애석하다. 좋은 친구였고 민주주의 신봉자였는데…. 책임감 있고 마음이 넓어 큰일을 할 인물이라 여겨, 스무달 전 그가 대통령직에 도전했을 때 흔쾌히 지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 모든 합의와 신사협정을 깨버렸고 개혁도 날려버렸다. 훗날 역사는 자신의 실수로 ‘황금의 기회’를 놓친 대통령으로 그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 무엇이 그리 치명적인 실수였고 결함이었나.

=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가적 개혁 과제를 그에게 맡겼는데, 그 자신이 부정과 족벌주의를 다시 창조해버렸으니…. 수하르토가 10년이 걸렸다면, 와히드는 단 10주 만에 부패해버렸다.

- 수사해본 적도 없고, 그가 직접 ‘돈’을 만졌다는 증거도 없는데 탄핵할 수 있나.

= (확 달아오르며)그걸 말이라고…. ‘부루나이게이트’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통령이 거부하는데 수사가 되겠나. 그가 자리를 고집한 건 정치적 미련이 아니라 기소를 두려워했던 탓이다.

- 다음 수순은 그를 법정에 세우는 일인가.

= 그래야 하지 않겠나. 지금처럼 법을 무시하는 거만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만약 메가와티 신임 대통령 정부를 인정하고 통치의 권능을 존중한다면 용서할 수도 있겠지만.

- 와히드 추종자들이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어 정치일정이 순탄할 것만 같진 않은데.

= 그럴 일 없다. 어제 그를 탄핵했지만 예견했던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고…. 이건 추종자들도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더이상 그를 지원할 수 없다는 의미다.

- “여성지도자를 회교사회인 인도네시아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당신의 발언을 기억하는지. 스무달 전 와히드를 대통령으로 추대하기 직전 인터뷰에서 당신이 내게 한 말이다. 그 스무달 만에 뭐가 갑자기 변해서 이번에는 메가와티를 적극 지지하게 되었는가.

= (손사래를 크게 치며)당신이 착각하고 있다.

- 착각할 게 뭐가 있나? 당신이 했던 말을 옮긴 것뿐인데.

= 절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내가 회교도다. 회교에서는 성적 평등을 가르치고 있다. 당시 내 뜻은 메가와티가 여성이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그의 정치적 전망을 의심했고 지적능력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결코 성차별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 좋다. 그러면 스무달 만에 메가와티가 갑자기 정치적으로나 지적으로 통달했다는 뜻인가.

= 인간은 변하고 스스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시간의 길고 짧음으로 그 변화를 측량할 수는 없다. 지난 2년 동안 메가와티는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성숙해졌다.

- 메가와티가 잘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나?

= (긴 호흡 끝에)그러리라고 믿는다. 주변의 유능한 참모들을 잘 활용하고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와히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 와히드 탄핵으로 누가 실질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보는가.

= 물론 메가와티다. 2004년까지 와히드의 잔여임기를 잘 채우고 나면, 다음 선거에서 상당한 ‘보너스’가 또 주어지는 셈이니.

- 잔여임기 동안 메가와티가 인도네시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이가 없다. 그러면 거꾸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인데, 현실적으로 보면 와히드는 끝났고 악발탄중은 수하르토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있고, 결국 상처없이 남는 건 당신뿐이라는 건데.

= 두 번째 듣는 말이다. 절친한 친구가 어제 내게 당신과 똑같은 말을 했다. 그래서?

- 이 탄핵정국을 당신의 정치적 야망이나 음모라 할 수도 있냐는 말이다.

= 이건 메가와티의 기회일 뿐이다. 나의 것이 아니지 않는가?

- 한발만 더 내다보면 이건 당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논리적으로야 당신의 말이 옳을 수도 있지만, 정치는 변화의 기술이다. 더구나 메가와티가 성공할 수도 있다. 나도 그가 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고. 더 두고보자.

- 메가와티 다음은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 숨길 게 없다. 앞으로 남은 2004년까지 탈없이 직무를 수행하고, 다음 총선에서 20% 정도만 득표한다면 대통령직에 도전할 생각이다. 조건은 충분하다고 본다.

- 누굴 부통령으로 밀 것인가.

= 함자 하즈다. (결국 그의 말대로 7월26일 결선투표를 거쳐 함자 하즈 연합개발당(PPP) 당수가 부통령에 당선됐다.)

자카르타= 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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