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피앤이’에 멍든 가슴
등록 : 2001-08-01 00:00 수정 :
베이징의 ‘십’(十)자형 혹은 ‘T’자형 길에서 자동차들이 얽혀 오도가도 못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운전자들 때문이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 흐트러진 교통질서는 심할 경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중국말에 ‘짠 피앤이’(占便宜)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 관계에서 상대방의 약점과 자신의 장점을 이용하여 자기의 잇속과 편리함만 챙기려 한다는 말이다. 인구가 많고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중국사람들 의식 속에는 이 ‘짠 피앤이’ 관념이 꽉 차 있어 쉽게 풀릴 일도 어렵게 꼬이곤 한다.
몇년 전 나는 두 딸의 중국 체제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공안국에 들렀다가 중국사람들의 ‘짠 피앤이’ 때문에 큰 소동을 치러야 했다. 여권을 찾는 날 공안국 직원의 실수로 한 딸아이의 체제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점잖게 물었더니, 공안국 직원은 다짜고짜 내 거류증을 내놓으라고 했다. 내 거류증에 기재된 체제기간 한도 내에서 딸아이의 체제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거류증을 요구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공안국 직원의 태도가 괘씸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날 필자는 거류증을 휴대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가서 거류증을 가져오기에는 퇴근시간이 너무 임박해 있었고, 다음날 거류증을 가져온다고 해도 서류가 처리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판단을 했다. “당신네들 업무 실수로 생긴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더니 공안국 직원은 “거류증을 휴대하지 않았으니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아, 중국사람들의 이 짠 피앤이!
여기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큰소리로 항의했더니, 서류 처리를 위해 공안국에 들른 숱한 외국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난감해진 공안국 직원은 자리를 피해버리고 옆에 업무를 보고 있던 또다른 공안국 직원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외국인이 큰소리냐”면서 험악하게 비난했다. 퇴근시간이 지나 공안국 문을 닫은 뒤에도 자리를 피해버린 그 직원은 나타나질 않았다. 문을 닫은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직원과 상사가 나타나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내게 우선 “서류 처리 실수로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 상사는 법전을 펴 보이면서 공공 장소에서 소란을 끼친 사람은 벌금이 얼마이며, 그 자리에서 당장 추방할 수도 있다는 말도 꺼냈다.
딸아이의 서류가 처리된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처음부터 당신네들이 업무처리 실수를 인정하고 미안하지만 거류증을 가지고 오면 신속하게 일처리될 것이라고 했으면 소란을 피우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미안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결국 서로 화해하고 일은 원만히 처리되었다. 처음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으면 쉽게 끝날 일이었을 텐데….
베이징=장영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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