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루왁 농장의 우리 속 사향고양이.
사향고향이 배설물에 소화되지 않은 커피 열매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국영농장 생산 위한 인증 사실 울레마평의회가 내놓은 파트와는 하나 마나 한 게 됐다. 인도네시아 2억4천만 명 인구 중 88%인 무슬림 대다수가 이 결정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틀라툴울라마(NU) 회원 아궁(30)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할랄 인증을 받은 코피루왁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주의자라도 코피루왁광이라면 할랄 인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마실 것 같다”고 한다. 비교적 자유로운 무슬림인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페리(29)는 “파트와는 권고사항일 뿐 무슬림들의 일상을 제약할 수 없다”며 “코란에서 금지하는 술과 담배도 다 하는데, 누가 코피루왁 할랄 인증을 확인하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코피루왁 이전에도 파트와 결정은 권위를 잃었다. 종교학자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산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코피루왁 농장주 수프리핫은 울레마평의회가 권장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할랄 인증서는 새로 사업하는 처지에서 사업등록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이슬람 세척 방식이라고 받은 교육이 기존에 하던 것과 똑같았다. 코피루왁 생산의 주요 거점인 수마트라섬 동부 람풍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수카르디(35)는 “코피루왁이 할랄이든 하람이든 크게 상관없다”고 말한다. 수카르디는 한국과 홍콩 등 해외 수출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실한 무슬림이자 코피루왁광인 하룬(30)은 왜 이런 논쟁이 시작됐는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트와는 따지고 보면 종교와 별 상관이 없을 때가 많아요. 시점과 배경을 따져보면 이해관계가 보이니까, 사람들이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죠.” 실제로 코피루왁을 둘러싼 논쟁은 산업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코피루왁을 주력 수출품으로 대량생산하려던 국영농장 PTPN의 움직임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코피루왁은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한 해 500~800kg만 생산되는 세계적 희귀품목으로 커피업계에서 노다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커피&코코아 연구센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해 평균 26만t의 커피가 생산되는데 아라비카 커피가 70%, 로부스타 커피가 29%를 차지한다. 커피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해 약 650kg만 생산되는 코피루왁을 수출의 블루오션으로 본다. 코피루왁이 2008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PTPN의 팡알렝안 지부도 코피루왁 생산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가 사는 인도네시아의 공기업이 본격적으로 코피루왁을 생산·판매하기 이전에 분명히 해둬야 할 게 있었다. 코피루왁이 할랄인가 하람인가였다. 코피루왁 논쟁은 이 국영기업이 지난해 6월 울레마평의회에 심판을 요청하며 시작된 것이다. 말하자면 코피루왁을 대량생산하려던 계획이 종교적 논쟁을 촉발한 셈이다. 한국인 위한 코피루악 농장 커피&코코아 연구센터의 수립 마와르디 박사는 해외의 코피루왁 수요 증가가 무리한 대량생산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코피루왁 수요가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 한 해에 1t가량의 수요가 있죠.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1년에 최대로 생산해봐야 700kg에 못 미치는데 1t은 불가능하죠.” 코피루왁이 대량생산에 성공하더라도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야생에서 수집한 코피루왁 원료에 비해 사육해서 기른 사향고양이의 코피루왁은 품질이 떨어지는 탓이다. 최상의 코피루왁은 야생에서 나온다는 게 커피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커피 열매는 사향고양이가 섭취한 주식의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야생에서 만들어진 코피루왁이라야 고유의 독특한 맛과 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코피루왁이 인기를 끌자 2008년부터 많은 코피루왁 농장이 생겼지만 대부분 망했어요. 사향고양이를 생명으로 보지 않고 커피 생산 기계처럼 대했기 때문이에요.” 농장주 수프리핫은 코피루왁을 공장식으로 찍어내려는 시도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글·사진 이슬기 통신원 skidolm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