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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중국, 넘실대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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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2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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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로 경제발전과 자존심 회복의 계기 마련… 대대적인 의식개혁 캠페인도 진행중

사진/ 제29회 올림픽 개최지 발표 뒤 환호하는 베이징 시민들. 천안문 광장에는 40만의 군중이 모였다.(GAMMA)
“오늘만은 예외.”

지난 7월13일 저녁 10시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입에서 2008년 제29회 올림픽 개최지로 “베이징!”이 선포되자, 중국 대륙은 환호성과 폭죽 터트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춘절(春節)을 제외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일이 없는 중국에서 이날만은 예외였다.

방송을 중개하던 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들도 ‘예외’를 연출했다. 이들은 개최국이 발표되자 방송을 하다가 말고 갑자기 준비해두었던 샴페인을 터뜨렸다. 스튜디오 안에서 샴페인 터뜨리는 ‘펑’ 소리와 동시에, 방송사 카메라는 천안문 광장으로 화면을 잡았다.

어디서 왔는지 이미 천안문 광장에는 40만명의 군중이 몰려들어 “베이징 이겼다!”, “중국 이겼다!”, “조국 만세!”를 연호하고 있었다. 10시20분 장쩌민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천안문 광장에 나타나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열렬히 축하한다”는 연설로 군중의 연호에 화답했다.

이날의 흥분과 기쁨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중국 대륙의 모든 도시엔 거리로 몰려나온 군중으로 가득 찼고, 이들의 노래와 춤, 구호는 동이 틀 새벽녘이 되어서야 서서히 가라앉았다. 무엇이 13억인의 중국 대륙을 이렇게 뜨겁게 달구어 놓았을까?


올림픽 개최지 선정 발표 다음날 <인민일보> 사설의 첫 문장은 “중국인의 올림픽 꿈이 실현되었다!”로 시작됐다. 올림픽 개최가 꿈이 될 정도로 그간 중국의 올림픽 유치 노력은 사활을 건 싸움이었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베이징

중국이 올림픽 유치에 목매달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막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뒤 덩샤오핑은 체육 관계자들에게 “아시안게임도 치렀으니 이제 올림픽을 유치하자”는 주문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3년 뒤 베이징시는 시드니와의 경쟁에서 패배했다.

패배를 맛본 뒤 덩샤오핑은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개혁개방)사업을 더욱더 잘하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중국은 드디어 개혁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좀더 깊은 의미도 있다. 최근 <중국경제시보>는 칼럼을 통해 “베이징은 휘황찬란한 역사가 있지만 굴욕을 맛본 도시이기도 하다. 이번의 성공은 베이징이 역사적인 음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신 면모를 가질 수 있도록 계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사람들은 이번 올림픽 개최 성공을 근대사 이후 서구에 짓밟힌 중화민족의 자존심 회복으로 보고 있다.

기쁨과 흥분은 차차 가라앉고, 이제 중국 언론 매체들도 앞으로 남은 7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유치 성공 직후 <인민일보> 사설은 “일류 경기장 건설, 일류 환경 조성, 일류 서비스 제공” 등을 약속했다. 이런 자신감은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고도성장을 유지해온 중국의 탄탄한 경제기반에서 비롯된다.최근 탕롱(唐龍) 베이징시 대변인은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베이징은 도시 인프라 구축에 1800억위안(약 220억달러)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900억위안은 지하철, 고속도로, 공항 건설 등 교통시설에, 450억위안은 환경보호 및 환경오염 치유에, 300억위안은 정보화 건설에, 150억위안은 물, 전기, 가스 등 생활 시설 개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베이징시는 지난해 8월 올림픽 유치 5개 도시 중 한 도시로 확정된 이후부터 대대적으로 도시정비 사업에 착수하기 시작해, 이미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활기에 가득 차 있다. 류치(劉淇) 베이징시장이 올림픽 유치 성공 이전에 “만약 올림픽이 없다고 하더라도 베이징은 신속하게 발전할 것이다. 올림픽을 신청했기 때문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라고 밝힌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베이징은 매일 과거의 껍질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국제적 표준에 맞춰 사고하라

사진/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총회. 지난 7월 13일 IOC는 결국 중국의 손을 들어주었다.(AP연합)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투밍더(屠銘德) 베이징올림픽 신청위원회 비서장은 최근 중앙텔레비전 초청 토론회에서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문제없다. 이보다 더 급한 것은 소프트웨어”라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으로 도시의 외관을 고치는 것보다 사람들의 관념과 관습, 행위 패턴을 국제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아직 별다른 조처를 취하고 있진 않지만, 사람들의 의식개혁과 행위 패턴을 바꿀 대대적인 캠페인이 전개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최근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베이징 시당국은 10만명의 공무원에게 분기별로 영어 교육을 시키고, 교육 기간 동안 영어회화 100개, 대학 본과 출신들에게는 300개를 암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발적 의식개혁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에 올라와 많은 언론 매체에서 인용하고 있는 베이징 시민이 고쳐야 할 12가지 나쁜 습관이 회자되고 있다. 길에 침뱉기, 새치기, 약한 규범 의식, 무질서한 지하철 승하차, 교통질서 문란, 택시승차 거부, 경기장 애국주의, 미소없는 얼굴, 교통표지 부정확, 잘못하고서도 미안하다는 표현에 인색함, 외지인에 대한 박대, 말이 너무 많음 등이다. 베이징 시민은 베이징올림픽 유치 성공이 발표된 7월13일부터 이미 외부적 강압이든 자발적이든 ‘국제적 표준’에 맞춰 사고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어쨌든 중국경제는 이제 든든한 날개를 달았다. 베이징올림픽 유치 성공이 발표된 직후, 베이징 호텔에선 미국 등 외국인들과 중국 내 일부 성급한 사람들의 호텔 예약 접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여기에는 각종 대형 행사를 치러온 베이징 호텔의 유명세도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7월19일치 중앙텔레비전 뉴스는 베이징 호텔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호텔까지 예약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베이징의 호텔을 앞다투어 예약하도록 만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유치 성공이 발표되자 중국 국내 매체들은 물론이고 해외 화교가 소유한 매체들도 앞다투어 ‘올림픽 상업 기회’라는 말을 쏟아놓고 있다. ‘타이베이 수출입 공회(公會)’ 리동량(李棟梁) 이사장은 중국의 올림픽 개최로 대만업계가 거머쥘 수 있는 ‘상업 기회’는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업계들도 들떠 있다. 홍콩여행발전국 조우량이(周梁怡) 주석은 홍콩을 거쳐 베이징으로 관광하는 프로그램을 선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시 계획위원회는 2008년 베이징 시민 평균 GNP가 6천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베이징시가 투자한 돈 때문에 중국 전체의 GNP는 0.5%가 더 성장할 것이며, 올림픽이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경제효과로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고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올해 안에 단행될 것이 거의 확실한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경제는 두 자릿수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이다.

새로운 지도부에 거는 기대

홍콩의 <대공보>가 최근 밝히고 있듯이 베이징올림픽 유치 성공은 중국에 네 가지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경제의 대폭 성장, 중국 민족 역량 응집, 중국사회의 안정, 중국 국제 지위의 대폭 강화. <대공보>가 밝힌 네 가지 의미는 모두 중국사회가 안정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세계 무대에 거대한 중국이 성큼 올라서는 느낌이다.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는 2008년은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한 지 3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이전인 2003년에 중국의 현 지도부는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된다. 누가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개혁개방 30년을 맞이하는 중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놓을지 중국의 앞날이 흥미롭다.

베이징=장영석 통신원 yschang@public3.bta.net.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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