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NG리포트
파리에서는 몇년 전부터 교통, 주거, 환경문제 등을 고려해 시 외곽에 자리잡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행정, 경제,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지속돼온 탈중앙집중주의의 결과로 파리 근교에 사는 불편함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편이다.
내가 파리 남쪽에 있는 소도시로 이사온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종로에서 상계동까지의 거리로 파리 중심부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파리에 살면서 누렸던 자유로움과 편리함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뭐 하나 사러 가려 해도 20분은 족히 걸리고, 전문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진찰 약속을 위해 최소한 2주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집 바로 옆에 커다란 공원과 호수가 있어 자연과 호흡하며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이런 고충을 감수하게 했다.
밤 10시경 거의 빈 전철(RER)을 타고 역에 내려 어둡고 한적한 공원을 가로질러 귀가하면서 한번도 파리 근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게도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렇게 늦은 저녁시간도 아니었다. 한 그룹의 젊은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내 뒤를 이어 전철에 올라탔다. 그들은 귀가 얼얼해질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고 상황은 불쾌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용기를 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내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들에게 볼륨을 낮추라고 말하면서 전철 안을 감돌던 긴장이 깨어졌다.
그 일행 가운데 험상궂게 생긴 한 젊은이가 욕설을 퍼부어대면서 그 남자에게 다가왔다. “너, 넥타이 맸으면 다야?” 얼굴을 붙잡고 모욕적인 언사를 해대더니 급기야 따귀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전철 안의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나는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당신 뭐 하는 거야? 그만해!”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일행 중 한명이 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 순간 최근 내가 읽은 재판 관련 기사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한 여경찰관이 전철C 선에서 집단 강간을 당했다. 애초 이 여성의 가방만을 훔치려고 했던 범죄자들은 그 속에 들어 있는 경찰복을 보고 격분한 나머지 그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때마침 전철은 다음 역에 도착했고 2층 승객 가운데 한명이 어떻게 휴대폰으로 몰래 연락했는지 권총으로 무장한 6명의 경찰이 우리가 있던 칸으로 뛰어왔다. 그러나 경찰은 한번 휙 둘러보더니 그 일행에게 내리라는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들과 계속 여행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판단한 나는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전철에서 뛰어내렸다. 통계에 따르면 파리 근교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부분이 이민가정 출신 청소년들에 의해 벌어진다고 한다. 프랑스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배척당하는 그들이 사회에 대해 갖는 적대감과 왜곡된 복수심을 폭력으로 보상하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나는 그들을 개인적으로 증오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일상의 폭력들을 다루는 법 알기>라는 제목의 이론을 겸한 실용 지침서를 구입했다.
파리=신순예 통신원 soonye.sin@libertysurf.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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