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과 함께 살아가는 카이로 공동묘지 주민들… 개발과 함께 강제철거의 나락으로
카이로 구시가지 주변에는 묘비가 가득한 마을, ‘사자(死者)의 도시’라 불리는 구역이 있다. 공동묘지지역이다. 그러나 이 공동묘지에 죽은 자들만 누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녘이면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하는 사람들, 오가는 차량들로 적막이 깨지고 만다.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일까?
날이 밝으면 자동차 정비업소는 물론이고 버스나 택시 정류장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어림잡아 카이로의 10% 가까운 땅, 20∼30여개의 무덤지역에 수만개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3만여명의 카이로 주민들이 수십여년에 걸쳐 살아오고 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나란히 누워 있는 곳이 바로 사자의 도시이다. 외관상으로 공동묘지로 보이기보다 일반 주거지역으로 보일 정도이다. 대부분 묘비가 세워져 있는 마당을 둘러싸고 단층 집이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랍 이슬람국가의 무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산 자들의 일반 가옥과 함께 있다. 사람이 죽으면 날을 넘기지 않고 동네 마당에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여 당일 장례를 치른다. 장례의식은 이슬람 사원에서 간단하게 코란을 읽고 무덤으로 향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진다. 무덤지역이 주거지역에 붙어 있는 이유는 이들이 조상들의 음덕을 믿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구가 급팽창하면서 무덤 부지는 도시 저 멀리 밀려나고 있다.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덤 옆에서 살고 싶어라…
카이로의 인구 증가율이나 인구 밀도는 세계적이다. 아울러 주거 부족도 세계적이다. 무주택자들이 이 지역에 무허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도시 개발과정에서 카이로 무덤지역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된다. 만쉬에트 안나쓰르지역 같은 전통적인 무덤지역은 그 조성 시기가 14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무덤지역은 19세기 이후에 조성된 것들이다. 정부는 카이로 개발 20년 계획의 일환으로 이 지역 재개발을 추진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죽은 자들을 위해서는 새로운 무덤을, 카이로 시민들에게는 숨쉴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녹지공간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무허가 입주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약속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미 철거가 집행된 일부 지역에서 무덤들이 마구 파괴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일부 지역 철거민들이 다시 옛날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제공한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살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불도저의 굉음이 들릴지라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개발요원들과 몸싸움도 불사한다. 이에 맞서 “무덤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 사는 산 자들은 이곳에서 쫓겨나갈 것”이라고 재개발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에이자트 하산(67)은 13명의 자녀들과 무덤 집에 있는 작은 셋방에서 무덤을 지키면서 그의 생애 대부분을 살아오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세입자들이나 무단 주거자들이다. 그도 이제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때가 되었다. 강제 퇴거당할 운명이다. 그 옛날 왕들의 피라미드나 무덤을 만들면서 왕이 사망하면 그 즉시 공사를 멈추고 시신을 안치했다. 죽은 자의 영면(永眠)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죽은 자들의 영면은 물론이고 산 자들의 삶에 위기가 찾아왔다. 산 자들간의 아우성과 도시개발을 위한 불도저의 요란한 소리가 가득하다. 이미 일부 관광객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해오고 있는 사자의 도시. 오늘도 죽은 자들과 함께 누워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묘비 사이를, 무덤 사이를 오가며 내일을 생각하고 있다. 죽은 자들은 새로운 무덤자리로 이장될 수 있겠지만, 산 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암만=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사진/ 단층 무덤 집들이 즐비하게 보이는 만쉬에트 안나쓰르 무덤지역. 사이사이로 묘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이로의 인구 증가율이나 인구 밀도는 세계적이다. 아울러 주거 부족도 세계적이다. 무주택자들이 이 지역에 무허가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도시 개발과정에서 카이로 무덤지역은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된다. 만쉬에트 안나쓰르지역 같은 전통적인 무덤지역은 그 조성 시기가 14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무덤지역은 19세기 이후에 조성된 것들이다. 정부는 카이로 개발 20년 계획의 일환으로 이 지역 재개발을 추진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죽은 자들을 위해서는 새로운 무덤을, 카이로 시민들에게는 숨쉴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녹지공간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무허가 입주자들은 이같은 정부의 약속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미 철거가 집행된 일부 지역에서 무덤들이 마구 파괴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일부 지역 철거민들이 다시 옛날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제공한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살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불도저의 굉음이 들릴지라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며 개발요원들과 몸싸움도 불사한다. 이에 맞서 “무덤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다. 당연히 이 지역에 사는 산 자들은 이곳에서 쫓겨나갈 것”이라고 재개발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에이자트 하산(67)은 13명의 자녀들과 무덤 집에 있는 작은 셋방에서 무덤을 지키면서 그의 생애 대부분을 살아오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세입자들이나 무단 주거자들이다. 그도 이제는 이곳을 떠나야만 할 때가 되었다. 강제 퇴거당할 운명이다. 그 옛날 왕들의 피라미드나 무덤을 만들면서 왕이 사망하면 그 즉시 공사를 멈추고 시신을 안치했다. 죽은 자의 영면(永眠)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의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죽은 자들의 영면은 물론이고 산 자들의 삶에 위기가 찾아왔다. 산 자들간의 아우성과 도시개발을 위한 불도저의 요란한 소리가 가득하다. 이미 일부 관광객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해오고 있는 사자의 도시. 오늘도 죽은 자들과 함께 누워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묘비 사이를, 무덤 사이를 오가며 내일을 생각하고 있다. 죽은 자들은 새로운 무덤자리로 이장될 수 있겠지만, 산 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암만=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